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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둘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는데 인사만 했다.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변희재 예비후보와 무소속 이상규 예비후보의 첫 즉석 만남이 27일 성사됐다. 미팅 장소는 신림역 2번 출구, 출근하는 지역구민들에게 인사를 하던 도중 조우한 것이다.
맞부딪치면 마찰음이 가장 클 것이라 예상된 두 칼잡이는, 첫 대면에서 맞절만 하고 자리를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림역 4번 출구에서 지역구민들을 만나던 변희재 후보는 이상규 후보가 2번 출구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접근했다.
변 후보는 〈뉴데일리〉 취재진에게 "'어차피 서로 맹공을 퍼부을 사이인데 인사해두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가갔다"고 밝혔다.
이상규 후보는 변희재 후보를 보자 "우리 당(구 통합진보당)이 해체됐을 때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가시 돋친 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변 후보는 분반(噴飯·순간 웃음이 터지다)하며 "아니 내가 무슨 조언을 했나, 공격을 했지"라고 받아쳤다.
이 자리에서 변희재 후보는 이상규 후보에게 무소속으로 선거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건넸다. 이에 이상규 후보도 변희재 후보의 고충에 격한 공감을 보이기도 했다.
변 후보는 "지금 선대위원장을 위촉하기가 워낙 힘들다"며 "무소속 출마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나는 정당(소속)이었는데 갑자기 무소속으로 이것저것 다 해야 된다"며 "불이익을 많이 받는다"고 털어놨다.
가벼운 대화로 첫 만남을 마무리한 둘은 서로에게 "수고하라"는 말을 건네며 헤어졌다. 선거 날이 다가올수록 서로에게 칼끝을 겨눌 두 후보로서는 "수고하라"는 서로의 인사가 권상요목(勸上搖木·나무에 오르라고 한 뒤 흔들어 떨어뜨림)이 될 것임을 모를 리 없다.
한편 변희재 후보 선거사무소는 점차 분주함을 더해가고 있다. 이날 플래카드를 걸기 위해 '아시바'(철근)도 설치하고 사무소를 재정리하는 등 본격 선거 유세를 앞두고 열기가 오르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