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터진 뒤 내놓는 고강도 대책, 실효성 의문
  • “가혹행위 눈감은 수송사령관, 짝지어 술마시고 간호장교 성추행 하는 군의관, 춥다고 혹한기 훈련 집단 거부하는 의무사령부 국군병원 군의관”

    최근 연달아 밝혀진 국방부 예하 부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올해 초부터 해군 수뇌부의 방산비리 실태가 드러나더니 이제는 육군, 해군 지휘관의 성폭력 사건과 공군총장의 상품권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이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끊임 없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국방부는 입을 굳게 닫고 묵묵무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방부 예하 부대는 국방부 장관이 직접 관할한다. 그만큼 위에서 예시한 일련의 사건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리더쉽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한민구 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기본이 튼튼한 국방, 미래를 준비하는 국방’을 만들어 가는데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며, “군의 기본은 신뢰이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국방의 모습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 바로 신뢰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 하지만 최근 사건을 취재하면서 기자가 접한 국방부는, 내부에서 일어난 각종 추문과 관련돼, “눈감고 귀 닫으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국방부의 모습에서 한민구 장관이 강조한 신뢰를 찾기는 어려웠다.

    기자는 군의관과 관련된 성추행 및 육군 모 병원 소속 군의관들의 항명사건에 대해 공개 질문을 던졌으나, 아직까지 답변다운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 다른 경로를 통해 사실을 확인한 터라 기사를 작성하는 데 문제는 없었지만, 출입기자로서 국방부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이를 기사에 반영하고 싶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기자가 위 사안을 질문한 날부터 사흘이 지나도록 “알아보겠다. 알아보고 있다”는 답변만 할 뿐, 진전된 내용을 설명해 주지 않았다. 결국, 국방부는 스스로 출입기자와의 신뢰를 저버렸다.

    장관이 신년사를 통해 "군의 기본은 '신뢰'"라고 강조한 사실을 생각할 때, 국방부의 태도는 유감이다.

    무엇보다 국방부의 이런 소극적 태도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더 큰 사건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