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 아무도 (국회에) 안 들어가면 (사시 존치 반대) 그 상태로 머물러 버린다"
  •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24일 열린 사법시험 존치 국회의원 후보자 공청회에서, 새정치연합내에 사시 존치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며 자신이 당선돼서 들어가서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24일 열린 사법시험 존치 국회의원 후보자 공청회에서, 새정치연합내에 사시 존치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며 자신이 당선돼서 들어가서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24일 열린 국회의원 입후보자 공청회에서 "우리 당이 반대하면 (사법시험 존치는) 못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자신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낙선하면 소속 정당인 새정치연합의 사시 존치 반대 때문에 지역 현안이 해결될 수 없다는 투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유권자에 대한 압박을 넘어 협박으로도 들릴 수 있는 문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정태호 후보는 이날 공청회에서 "우리 당(새정치연합)은 (사시 존치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고 관심도 없었다"며 "(사시 존치를 위해서는) 로스쿨을 도입했던 정당인 우리 당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청중들에게 오히려 되물으며 "아시다시피 우리 당은 (사시 존치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서 아무도 (국회에) 안 들어가면 그 상태로 머물러 버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관악을의 대학동은 이른바 '신림동 고시촌'이라 불리는 곳으로, 사시 존치 여부는 지역사회의 사활이 걸린 현안이다.

    하지만 정태호 후보는 이 문제와 관련해 줄곧 수세(守勢)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몸담았던 노무현정권에서 사시 폐지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방침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소속 정당인 새정치연합도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을 필두로 사시 폐지 입장이 강하다.

    결국 정태호 후보는 소속 정당이 지역 현안과 배치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니, 국회에 들어가서 설득할 수 있도록 나를 선출해달라고 주장하는 셈이 됐다.

    이는 대의정치의 일반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정치인이 소속 정당을 설득해 공약을 제시한 뒤 이를 바탕으로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이 순서인데, 거꾸로 유권자가 일단 표를 주면 당선된 뒤 소속 정당을 설득해 보겠다는 식이기 때문이다.

    사시 폐지와 로스쿨 도입을 결정한 노무현정권 하에서 청와대에 몸담았던 그가 돌연 사시 존치를 주장하게 된 까닭, 그리고 유독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소속 정당의 주류적 입장과 견해를 달리하는 이유도 분명치 않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고민을 많이 했지만 (사시 존치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종필 관악구청장과 만나 이야기해봤는데, 유 청장도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고 하더라"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지역 상권의 존망이 달린 현안에 대해 왜 그런 입장을 취하게 됐는지 분명히 설명하지 않고 있다. 또한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약을 실현해 나갈 것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나를 뽑아주면 내가 한 번 국회로 들어가서 같은 당 의원들을 설득해 보겠다고만 하는 식이다.

    나아가 내가 국회로 들어가지 않으면 지역 현안에 대해 반대인 당의 기류가 그대로 머물 것이라고 유권자에게 협박성 엄포까지 놨다. 가뜩이나 생계에 바쁜 와중에 짬을 내서 공청회장을 찾은 지역 주민과 상인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