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층, 오래 전 생성돼 안정적…내진설계 적용 안된 건물 때문에 지진에 더 위험
  • 네팔 대지진 이후 국내 언론들에서는 한반도 지진 발생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 네팔 대지진 이후 국내 언론들에서는 한반도 지진 발생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25일 정오 무렵(현지시간), 네팔에서 발생한 진도 7.8의 강진으로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국내에서도 지진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언론들이 “한반도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며, 올 들어 13차례 지진이 관측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기상청의 설명은 다르다.

    기상청은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 빈도는 지난 15년 동안 연 평균 48회로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1978년부터 1998년까지는 연 평균 19차례 관측되었던 점 때문에 1999년부터 지진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 ‘아날로그 지진계’를 ‘디지털 지진계’로 교체하면서, 지진 탐지능력이 월등히 좋아진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언론들이 전하는, ‘2015년 들어 13차례 관측된 지진’은 진도 2.0 규모의 약한 지진이었다. 물건이 움직이는 등 진동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진도 4.0 이상의 지진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5번 관측되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이후 환태평양 화산대의 지각판 이동으로 한국도 위험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일부 학자들은 사실 한반도가 선캄브리아 지층 위에 있어 안전한 게 아니라 ‘한국판’이라는 별도의 지각판 위에 있어 ‘대지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하지만 건물에 금이 가거나 낡은 건물은 무너질 수 있는 진도 5.0 이상의 지진은 10년마다 한 번 정도로 일어난다는 데는 거의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5년 이내에 진도 6.0 이상의 지진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 우리나라 역대 지진 발생지역. 진도 5.0 이상의 지진은 평균 10년 마다 한 번 꼴로 일어난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 우리나라 역대 지진 발생지역. 진도 5.0 이상의 지진은 평균 10년 마다 한 번 꼴로 일어난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일본에서 진도 6.0의 지진이 일어난다면,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정은 전혀 다르다. 한국 사회는 지진에 대한 대비가 거의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 10월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용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내진설계를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30만 7,000여 동의 공동주택 가운데 내진설계가 적용된 곳은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KTX 등 고속철도, 공항, 기차역, 전철역, 병원, 항만 등은 90% 이상 내진설계를 적용했다는 정부 통계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 건물의 경우에는 내진설계를 적용한 곳이 평균 13% 내외에 불과했다. 전국 학교 가운데 내진설계 적용비율이 높은 곳은 경기도로 30%, 낮은 곳은 경북으로 4%에 불과했다. 지진에 무방비 상황이라는 말이다.

    심지어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생겼을 때 긴급출동해야 하는 소방서의 내진설계 적용비율도 4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고층빌딩 등과 같이 ‘내진설계 의무적용 대상’ 뿐만 아니라 전체 건축물을 대상으로 살펴봤을 때 지진에 무방비인 건물 비율이 80%가 넘는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하기야 2005년 4월 이낙연 의원이 했던 대정부 질의에서는, 전국의 모든 건축물 635만 6,500여 개 가운데 내진설계를 적용한 곳은 2%에 불과하다는 정부 자료가 공개된 바 있으니 이런 주장도 무리가 아니어 보인다.

    그런데 ‘내진설계’가 되어 있다는 곳도 문제는 있다. 한국 건축법에서 정한 내진설계 기준은 진도 6.0 수준. 때문에 진도 6.5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해당 지역 건물의 절반 가량이 무너지고, 소위 ‘강진(强震)’으로 분류되기 시작하는 진도 7.0의 지진이 덮치면, 해당 지역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칠레나 일본, 아이티가 겪었던 ‘대지진’이 수도권에서 일어나면, 사망자 100만 명, 부상자 1,000만 명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입고, 한국이라는 국가의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올 정도다.

  •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들. 한국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면 남의 일이 아니게 된다. ⓒ인도 쿼츠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들. 한국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면 남의 일이 아니게 된다. ⓒ인도 쿼츠 관련보도 화면캡쳐

    하지만 한국 사회는 지진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도, 대비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진을 측정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기상청, 지진 관련 정보를 연구하는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지진 피해 발생 시 대응하는 소방방재청의 관련 예산과 인력은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외신들은 프랑스의 한 연구팀이 지난 25일 네팔에서 일어난 진도 7.8의 강진을 한 달 전에 예측했다며 주목하고 있다.

    英BBC는 프랑스 CEA 연구팀이 지난 3월 네팔 현장조사를 통해 지진 패턴을 연구한 뒤 “조만간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프랑스 CEA 연구팀은 1934년 1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던 카트만두 대지진과 같은 일이 80년 안팎의 주기로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2주 전에 네팔 지질학회지에 실렸다고 한다.

    프랑스 연구팀이 이 같은 대지진 예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재난재해를 미리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방재 연구개발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쏟아 부은 덕분으로 봐야 한다. 미국, 일본은 물론 EU 국가들도 지진과 쓰나미 예측 및 연구개발에 수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에는 지진 등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연간 수십억 원 가량만 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국가안전처의 연구개발 예산은 709억 원.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 정부 전 부처 재난안전 연구개발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또한 25% 내외에 불과하다. 기다 예산 대부분은 주로 태풍, 집중호우, 산사태, 대형 화재 등에 대한 것으로 지진 대응 연구개발 예산은 수십억 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현실에서, 만약 한반도에 진도 6.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난다면, 네팔 이상의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