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하랬더니 국민이 부담하라? 23兆씩 1,650兆 세금 폭탄!
  • ▲ 여야 지도부가 2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한 뒤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조선닷컴
    ▲ 여야 지도부가 2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한 뒤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조선닷컴

     

    대한민국 국회가 부끄럽다.

    개혁(改革)의 취지가 무색하다.

    매일 80억원씩 발생하는 공무원연금 적자(赤字). 이를 보전하기 위해 들어가는 국민 세금을 어떻게든 줄여보자며 정부가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표에 눈이 먼 국회의원들이 망쳐버렸다.

    지난 2일 국회 공무원연금 특별위원회는 공무원들이 내는 연금 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올리고 받는 연금액은 덜 받도록 하는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이와 함께 2028년까지 생애 평균 소득의 40%에 맞추도록 설계돼 있는 국민연금액을 50%로 끌어올리자고 입을 맞췄다.

    합의안대로 시행되면 앞으로 70년간 1,980조원이었던 공무원연금 재정 지원 부담이 330조원가량 줄어든다. 나머지 1,650조원은 매년 평균 23조원씩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낸 보험료에 비해 받는 연금 또한 공무원들에 비해 뒤쳐진다.

    만약 여야 합의안 대로 간다면, 생애 평균 급여가 월 300만원인 공무원은 30년 동안 매월 27만원씩 내고 나중에 연금을 월 153만원(현재 171만원) 받게 된다.

    반면 국민연금 지급률을 40%에서 50%로 올리면, 월 급여 300만원인 국민은 매월 27만원씩 보험료를 30년 간 내고 112만5,000원씩 연금을 받게 된다.

    똑같이 월급 300만원을 받고 똑같이 27만원씩 보험료를 내지만 국민들이 받게 되는 연금은 공무원들의 73.5% 수준에 불과하다.
     
    여야는 일제히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가 대타협의 결과라는 데 큰 의미를 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19대 국회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자화자찬성 평가를 내놨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승적 결단을 해준 공무원들의 희생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사실상 무산시켜 놓고 마냥 기쁜 듯 입이 귀에 걸린 모양이다. 또 다시 국민들이 펑크난 공무원연금을 메워야하는 부담을 져야하데도 이렇다 할만한 설명은커녕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 표를 의식한 나머지 서둘러 내놓은 졸속(拙速) 합의안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가 권한이 없음에도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인상에 합의한 것은 분명한 월권"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비판에 "삼권분립의 의미를 모르는 청와대가 무지몽매하다"고 맹비난을 쏟아냈다.

    진정 무지몽매(無知蒙昧)한 것이 자신들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처구니 없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다.

     

  • ▲ 여야 지도부가 2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한 뒤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조선닷컴

     

    박근혜 대통령은 답답하기만 하다.

    박 대통령은 4일 병상을 털고 일어나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첫 일성으로 여야의 엉터리 합의안을 강하게 질타했다.

    4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한 근본 이유는 지금의 연금 구조로는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재정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 개혁으로 내년에 하루 100억원씩 투입될 연금재정 보전금이 6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어 재정부담은 다소 줄었지만 개혁의 폭과 20년이라는 긴 세월의 속도가 당초 국민들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서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

    특히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 마련 과정에서 실무기구가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기로 합의했는데, 약 2,000만명 이상이 가입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등의 제도 변경은 그 자체가 국민께 큰 부담을 지우는 문제다.

    이것은 공무원연금 개혁과는 다른 문제로 접근해야 할 사항이고, 국민들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먼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해당 부처와도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체 누구를 위한 개혁이란 말인가. 포퓰리즘은 고질적인 병이다.

    공적연금 강화를 명분으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것은 연금보험료 인상에 따른 국민부담 증가로 작용하고, 이는 다시 경제를 수렁에 빠뜨릴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공무원연금 기금에 세금을 집어넣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치열하게 논의해보기도 전에, 단순히 국민에 부담을 지우는 덧셈 뺄셈 계산만 한 국회가 과연 우리 국민을 대변하는 기구인지 납득할 수가 없다.

    지금 정치권에선 "여야가 정신줄을 놓았다"는 비난이 쇄도한다. 우리 후손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내놓은 개혁안을 망친 김무성-문재인 대표를 향해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더이상 국회에 개혁을 맡길 수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국회가 헛발질만 일삼고 있으니 이를 바라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