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회초리 피하더니 경로당서는 "격려도 해주고 보듬어도 달라"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광주로 향한 4일, 20여 명의 광주시민이 광주공항 승강장에 모여 문재인 대표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펼친 채 항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광주로 향한 4일, 20여 명의 광주시민이 광주공항 승강장에 모여 문재인 대표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펼친 채 항의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낙선사례' 광주행을 했다가 체면을 구겼다.

    문재인 대표는 4일 김현미 대표비서실장과 김영록 수석대변인 등을 대동하고 광주를 찾았다. 명목상의 이유는 '낙선 사례'. 지난 4·29 보궐선거에서 조영택 후보를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광주시민들의 회초리를 겸허히 받겠다"는 취지도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엉뚱하게도 자신을 향해 날아든 첫 번째 회초리부터 피했다. 문재인 대표 일행이 광주공항에 도착할 무렵, 공항 도착 승강장에는 20여 명의 광주 시민이 현수막까지 준비한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재인은 더 이상 호남 민심을 우롱하지 말라'라는 현수막을 펼쳐들고 '호남을 더 이상 우습게 보지 말라'라는 피켓을 든 이들은 "문재인은 사퇴하라" "새정치연합은 정신 차려라"라는 구호를 간간이 외치며 문재인 대표에게 '회초리를 내리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문재인 대표를 만날 수 없었다. 항의 시위대가 대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문재인 대표 일행이 귀빈실을 통해 별도의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광주로 향한 4일, 20여 명의 광주시민이 광주공항 승강장에 모여 문재인 대표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펼친 채 항의를 준비하고 있던 중 문재인 대표 측 지지자들인 친노 세력들과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광주로 향한 4일, 20여 명의 광주시민이 광주공항 승강장에 모여 문재인 대표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펼친 채 항의를 준비하고 있던 중 문재인 대표 측 지지자들인 친노 세력들과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이들 항의 시위대가 누군지, 어떤 단체에 소속된 인물들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의 광주행이 전날 갑작스레 결정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공항에 20여 명이 모여 성토와 규탄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친노에 대한 분노와 격앙된 감정이 임계점을 넘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항에서 회초리를 피한 문재인 대표는 광주 서구에 위치한 서창동 발산마을회관을 찾아 새삼 회초리를 구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번 찾아뵈었을 때 격려를 많이 해주시고 도와도 주셨는데, 선거 결과가 참 면목 없게 됐다"며 "오늘 회초리를 한 번 더 맞는 심정으로 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광주 시민들이 자기 자식을 더 호되게 혼내는 심정으로 따가운 질책을 줬다고 생각한다"며 "오늘도 좋은 말씀들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마을회관의 한 주민은 "우리 서구을에는 주인다운 국회의원이 없었다"며 "몇십 년간 뜨내기들이 (민주당) 이름 걸고 당선됐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분이 들어오고, 또 통진당에서 저기 (야권 연대)해서 (후보) 내버리고, 그러니까 사실상 주체성을 잃어간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 주민은 "대표께서 공천하시면서도 심사숙고해서 주위분들 (이야기)도 듣겠지만, 울타리(친노) 밖의 말을 많이 좀 들으시라"며 "서구을의 주인을 확실히 찾아달라"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광주로 향해, 서창동 발산마을회관에서 회초리를 때려 달라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광주로 향해, 서창동 발산마을회관에서 회초리를 때려 달라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DB

    문재인 대표는 풍암 부영2차아파트 경로당을 찾은 자리에서도 '회초리'론을 늘어놓았다.

    문 대표는 "광주 민심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버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신 차리라고 회초리를 아주 아프게 쳐주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자기 자식을 더 호되게 혼내시는 그런 심정으로 꾸짖어주셨다"면서도 "저희를 버리지는 마시고, 따뜻하게 격려도 주시면서 보듬어주시면 저희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의 이날 광주행은 이런 저런 일이 얽히면서 이렇다할 성과 없이 끝났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유일한 호남 지역 최고위원인 주승용 최고위원이 경고했던 그대로라는 분석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앞서 "너무나 갑작스럽게 최고위원들과의 협의도 없이 (광주 방문이) 결정돼 유감"이라며 "(문재인 대표가) 광주시민들의 성난 민심을 추슬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면, 충분한 해법을 가지고 가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