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으로 遷都하려는 국민모임, 광주로 굴러온 돌 천정배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선으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대대적인 혁신을 하지 않으면 당이 깨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4·29 재보선 참패 이후로도 패권주의적 친노 세력이 뼈를 깎는 성찰을 하기는 커녕 비노 측의 정당한 비판과 당 혁신 주문을 계파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때를 맞춰 당 외에 매력적인 대안 세력들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중심으로 하는 국민모임이 정의당 등 진보세력을 통합해 원내로 진입하려는 움직임과 더불어 새정치연합의 본거지 중 하나인 전북으로의 천도(遷都)를 준비하고 있다.

    또, 광주·전남으로 치고들어온 천정배 의원은 동교동계와 신당을 창당한다는 소문이다. 친노가 패권주의적 당 운영으로 일관한다면, 인내심이 임계점에 도달하게 될 비노 세력이 당을 뛰쳐나가면서 당내 분열이 자칫 당 해산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모임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연합을 크게 뒤흔들 첫 번째 경우의 수는 국민모임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 세력의 출범이다.

    국민모임은 지난 3일 '진보연대와 통합만이 답이다'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의당·노동당·노동정치연대·국민모임이 4자 정무협의회를 복원시켜 내년 총선 전에 진보통합을 관철해야 한다"며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대중적 진보정당만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현재의 야당으로는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에 맞서 대안 야당을 표방하고 있는 국민모임은 지난 4·29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정동영 전 장관을 독자후보로 추대했으며, 노동당과의 후보단일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비록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정동영 전 장관이 당선되는데는 실패했지만, 새정치연합내 친노 세력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호남 출신 유권자를 상대로 적지 않은 득표력만은 확인했다는 지적이다.

    국민모임은 새정치연합내 친노 세력을 정조준하며 정의당 등과의 통합을 꾀하고 있다. 정의당은 당세(黨勢)가 많이 약화되기는 했으나 국회의원 5석을 보유한 어엿한 원내 정당이다. 국민모임과 정의당의 통합이 이뤄지면, 국민모임은 원내로 진입해 대안 야당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특히 정동영 전 장관이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의 아픔을 딛고 전주 덕진으로 지역구를 옮겨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한다면 그 파괴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동영 전 장관은 2009년 4월 재보선에서 전주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무려 72.3%의 득표율을 얻어 민주당 김근식 후보(12.9%)를 압도한 바 있다. 당시 정동영 전 장관은 자신과 '무소속 연대'를 이룬 신건 후보에게 전주 완산갑에서 50.4%의 득표율을 안겨줘 32.3%에 그친 민주당 이광철 후보를 누르고 당선시킨 바 있다.

    국민모임이 세력을 갖춰 원내로 진입하고 내년 총선 전북 지역에서 정동영 전 장관의 무서운 파괴력이 다시 한 번 발휘될 조짐을 보인다면, 특히 전북 지역구를 중심으로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이 거취를 고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 무소속 천정배 의원. ⓒ연합뉴스 사진 DB
    ▲ 무소속 천정배 의원. ⓒ연합뉴스 사진 DB

     

    새정치연합을 크게 뒤흔들 두 번째 경우의 수는 천정배 의원과 동교동계의 신당 창당설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4·29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이 대표적인 비노 세력인 동교동계와 손을 잡고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에 조심스럽게 추를 올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정배 의원과 동교동계가 한 배를 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4·29 재보선까지만 해도 천 의원과 동교동계는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는 사이였다.

    천 의원은 과거 2002년 이른바 정풍운동에 가담해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을 현실 정계에서 축출했다. 권노갑 고문도 이러한 구원(舊怨) 때문인지 이번 보궐선거에서 광주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천 의원을 "경기도 안산에서 4선 의원을 한 정치인이 광주에 출마한다는 것은 정치도의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 사이에서는 화해 구도를 형성하려는 '데탕트' 시도가 끊임없이 엿보인다. 천정배 의원은 5일 동교동계가 매주 화요일마다 참배하는 것에 때맞춰 DJ묘역 참배를 계획했다. 동교동계와 이희호 여사가 DJ묘역을 참배하는 일시는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천 의원도 같은 시각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권노갑 고문이 해외 출국 일정으로 이날 묘역 참배에 불참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천정배 의원도 방문 계획을 거둬들였다. 천정배 의원은 6일 일단 이희호 여사부터 예방해 조심스럽게 동교동계와의 관계 정상화를 모색한다는 움직임이다.

    천정배 의원 측 관계자는 "동교동계와 껄끄러운 관계가 신경쓰였다면 처음부터 참배 일정을 (화요일인) 5일로 잡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국회 입성을 통해 야권 재편의 축이 되려고 하기 때문에 동교동계와 폭넓게 대화하려고 한다"는 말을 던졌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 핵심 인사인 박양수 전 의원도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천정배 의원이 DJ 묘역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연스럽게 만남을 갖게 될 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쉽다"며 "천정배 의원과는 섭섭한 감정을 털어내고 화해하고 소통하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천정배 의원과 동교동계가 친노에 대한 반감에서 접점을 찾는다면 창당 가능성은 가시권으로 들어온다는 분석이다.

    야당이 마지막 호흡을 깔딱거릴 때마다 산소호흡기 역할을 도맡았던 호남 민심도 4·29 재보선을 기점으로 친노에 대한 외면으로 돌아섰다. 광주서구을에 무소속으로 나선 천정배 의원이 보란듯이 당선되자 문재인 대표는 참패에 대한 변명을 잃은 상황이다.

    친노가 당무를 전횡하고 당권을 농단하는 현재의 새정치연합은 호남이 원하는 제1야당의 모습이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천정배 의원은 이같은 호남 민심을 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이번 광주 서구을 보선에서 (권노갑 고문의 '적극 협력' 지침에도 불구하고) 일부는 문 대표와 친노 진영에 대한 반감 때문에 천 의원과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던 게 사실"이라며 "심정적 거리로 보면 동교동계는 친노보다는 천 의원과 더 가까울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