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진화포럼 제95차 월례 토론회>
    주제: 생활문화의 선진화
  • 결혼과 가정문화의 선진화 방안을 중심으로

    <발제문-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

Ⅰ. 들어가며 

한국사회는 급속한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특히 저출산의 원인으로는 고비용 결혼과 여성들의 육아 및 돌봄부담 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가족은 생산 및 재생산을 위한 국가유지의 기본 단위이자, 그 자체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면서 사회유지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자녀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미비한 사회안전망을 대신해 소득창출과 아동·노인 등 가족구성원에 대한 돌봄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족을 이루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결혼․가족문화는 일상의 안녕과 행복의 원천인 결혼과 가족구성 및 유지를 위해서 높은 비용과 희생을 치러야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 실제로 육아·돌봄 등에 가족 구성원 간 나눔과 배려의 문화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평등하고 건강한 가정을 형성하지 못함으로써 가정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며 한국사회의 당면문제인 저출산 극복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가정생활 문화의 선진화는 고비용으로 시작하고 유지하지 않아도 가능한 결혼과 남녀가 공평히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양립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족문화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결혼 측면에서 고비용 결혼문화를 진단하고, 가족문화 측면에서 가사분담의 여성편중, 그리고 장시간 근로로 인한 부성역할의 부재를 살펴봄으로써 생활문화의 선진화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Ⅱ. 결혼 및 가족문화의 문제점

1. 고비용 결혼문화

결혼은 남녀가 상호신뢰의 관계 속에서 건강한 가정을 시작하게 하는 중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가정의 출발선인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30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1만7,300건(5.4%) 줄었다. 이는 2003년(30만2,500건)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다. 
뿐만 아니라, 결혼을 필수적인 생애사적 사건으로 인식하는 국민들의 비율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결혼이 필수라고 인식하는 국민은 56.8%로 2008년 68.0%에 비해 9.2%p 감소되었고 결혼을 선택사항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는 남성보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결혼 감소와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가족의 시작단계인 결혼진입조차 어렵게 만드는 것이 한국사회의 고비용 결혼문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거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결혼문화연구소(2011)의 통계결과에 따르면<표 1>, 2011년 평균 결혼 비용은 2억 800만원을 상회하며, 이는 중소제조업 평균 임금 기준 7.6년 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가통계포털 제공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중소제조업 평균 월 급여는 2,193,867원이다. (http://kosis.kr)
. 신랑 측의 평균 지출액은 1억 5,707만원으로 전체 결혼비용의 75.5%를 차지한 반면, 신부 측은 5,101만원으로 24.5%를 차지하였다. 결혼 준비과정에서 비용 발생 요인은 크게 신혼 주택 마련과 혼수준비로 나뉘는데, 한국사회의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통념이 개입하여 신랑은 신혼 주택 준비, 신부는 혼수 준비라는 암묵적 의무를 부여받는다. 신랑 측 부담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신혼집 마련으로 평균 1억 2,982만원이었으며, 이는 전체의 82.7%를 차지함으로써 신혼집 마련 부담을 상당 부분 신랑 측이 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신부 측 부담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혼수비용 1,461만원이었으며, 총 지출액의 28.6%를 차지하였는데 이는“남자=집, 여자=혼수”의 결혼 문화의 단면을 극명히 보여준다. 

  •  같은 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관혼상제 중 개선이 가장 필요한 분야로 혼례 문화를 지적하였고, 특히 혼례문화의 주요 문제점은 남녀 모두 과도한 비용이 문제(남성 69.1%, 여성 71.5%)라고 지적하였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KWDI BRIEF 13). 
    이와 같은 혼례 문화는 남녀 간 효율적 비용 분담에 실패함은 물론 남성 중심의 가족문화를 재생산한다는 문제를 초래한다. 또한 양성평등적이지 못함과 동시에 현재의 만혼화 및 저출산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즉, 여성 측의 "남자가 집을 사와야 한다”는 것은 남성에게 부양자로서의 능력과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며, 남성 측의 "혼수는 알아서 해오라”는 것은 며느리의 시댁에 대한 예의와 순종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아들에게는 주택마련, 딸에게는 살림살이 마련이라는 관행이 아들은 한 집안 식구이며 집안을 계승하는 존재라는 의미를 갖는 반면, 딸은 출가외인이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나임윤경, 2007). 
    이는 여성이 부담하게 되는 혼수 비용에서도 마찬가지로 발현된다. 혼수란 혼인에 드는 모든 물품이나 비용을 의미하며 주로 결혼식 비용과 예단, 생활용품 구입 등을 포함한다. 한국사회에서 결혼은 ‘집안 대 집안’ 또는 ‘가족 간의 결합’으로 이해되고 있어 혼수는 통상적 의례가 되고 있다. 한국전통혼례의 기본정신은 남녀평등을 기초로 하고 있지만, 산업화 이후 혼수의 의미는 결혼과정에서 신부집안 과시용 또는‘신랑값’에 대한 지불의 의미(i.e., 人·物의 교환형태)로 오용되어 가족 간 불화나 이혼을 야기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예단의 경우 신부측의 신랑측에 대한 예단은 필수적이고 다소 강제적인 면이 있으나, 신랑측의 신부측에 대한 예단은 임의성과 자발적인 측면이 강하기도 하다. 또한 신랑측에서 예단품목을 결정하고 요구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문화가 형성되어 있으며 설령 요구하지 않더라고 신부측에서 알아서 보내야하는 것이 상례가 되어오고 혼수의 양으로 신부는 그 가치가 부여되고 있다(최경숙, 1995). 

    2. 가사의 여성 편중
    결혼 단계를 지나 실제적 가족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맞벌이 증가로 인한 남녀 간 불평등한 가사노동 분배 문제가 제기된다. 가사노동은 가족 구성원 각자 및 전체의 공동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를 위해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가정 내에서 생산하는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모두 포괄한다(안상수 외, 2009 재인용). 그런데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가 확대됨에도 불구하고 주로 전통적인 성역할고정관념에 의해 여전히 여성이 가사노동의 주담당자가 되고 있다. <표 2>에서 살펴보면, 맞벌이 부부의 가사·돌봄노동 시간은 여성이 3시간 20분, 남성이 37분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5.4배 길게 나타났다. 이 중 가사노동의 성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나며,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158분으로 남성(24분)의 6.6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