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형 오피스텔 단지로 전락 "박원순이 부채감축 희생양 삼았다"
  • ▲ 공사중인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연합뉴스
    ▲ 공사중인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연합뉴스



'한국의 베니스(Venice)'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야심찬 계획은 온데간데없고, '현대판 벌집' 논란만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 서남권의 마지막 요지(要地)인 강서구 마곡(麻谷) 얘기다.

서울시는 2008년 12월 서울에 남은 마지막 미개발지 마곡에 첨단 R&D 단지를 조성, 지식과 창의의 동북아 중심지이자 신성장동력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워터프론트를 조성해 서울시민의 쾌적한 휴식공간으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마곡 주변 강서구민들의 마음이 들썩거렸다.  

그러나, 막상 사업이 시작되자 서울시는 "수요자 중심의 토지이용계획 변경으로 토지분양을 가속화하고 마곡지구 조기활성화를 기대한다"며 매년 개발계획을 변경해 왔다. 

특히 서울시는 2011년 워터프론트 개발계획을 변경했다. 당시 서울시는 부지 조성원가를 낮추고 SH공사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에 맞춰 개발 컨셉을 변경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마곡지구 산업단지 업무용지 내에 건축허가된 오피스텔만 38필지, 11789실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R&D 산업단지를 조성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던 서울시의 야심한 계획이 결국 '현대판 벌집'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원룸형 오피스텔 대단지 계획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 ▲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
    현대판 벌집' 논란


    그렇다면 '한국의 베니스'로 기대됐던 마곡은 왜 벌집촌 논란에 휩싸인 것일까. 

    '강서구을'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한마디로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의 채무감축을 위해 마곡지구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규정한다. 개발이익에만 혈안이 된 서울시가 무분별하게 오피스텔 건축허가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태 의원은 22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거정책은 부재한 가운데, 업무사무빌딩이 들어서야 할 곳에 
    토지매각 대금을 손쉽게 챙길 수 있는 오피스텔 임대사업자들만 끌어모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시장과 노현송 강서구청장을 거론하면서, "이들이 마곡의 랜드마크가 돼야 할 워터프론트는 무산시키고 그에 따른 많은 개발이익만 챙기는 잘못된 행태가 가장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에 따르면, 마곡지구엔 현재 11,789실 오피스텔 중 6평 이하 원룸형 오피스텔은 4,681실로 39.7%에 달한다. 오피스텔만 2만 실이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추세라면
     첨단 산업단지는 무색해지고 집단 원룸촌이 될 지경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거 철학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산업단지 마저도 6평 규모의 원룸형 오피스텔 단지로 바꿔놓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면 이는 마곡지구를 사실상 임대사업자들을 위한 임대거주단지로 만들겠다는 발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
    마곡 연구단지에는 젊은층 인구유입이 많아 1인 거주 오피스텔이 많이 필요하다. 마곡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오히려 부족하지 않을지 걱정이다"며 마곡지구 벌집촌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DB
    ▲ 박원순 서울시장.ⓒ뉴데일리DB


  • ◆"개발이익에만 혈안"


    그렇다면 마곡지구에는 왜 이렇게 많은 오피스텔이 들어서게 된 것일까?

    김 의원은, 마곡 산업단지 업무용지가 업무시설이 아닌 사실상 주거형 오피스텔로 채워지게 된 것에 대해 "서울시가 마곡 산업단지 토지분양을 무분별하게 촉진한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한다.

    오피스텔을 제외한 일반 업무시설만 분양대상에 포함됐더라면 이처럼 빠르게 토지분양이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김 의원은 "마곡을 단지 서울시 부채청산의 방편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계획수립 당시 서울시가 밝혔던 것처럼 서남권 균형발전과 서울의 미래성장동력 창출의 거점으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곡지구가 이처럼 대규모 오피스텔 단지로 전락하고, 특히 개발계획변경을 통해 당초 계획했던 워터프론트마저 보타닉가든으로 대체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김 의원은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부채감축 공약'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마곡지구를 한강과 연계해 주운수(배가 다니는 길) 기능을 겸하는 공원과 상업시설 등이 어우러지는 수변복합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계획했다. 그러나 이후 사업비 절감을 이유로 호수 중심의 수변공간 조성계획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갑문이나 선착장 계획 등은 취소되고 한강 접근성 개선을 위한 나들목이나 브릿지 설치 등도 축소된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두 계획 모두 총 사업비는 약 1조원으로 비슷하다. 열린숲공원, 호수공원, 습지생태공원, 식물원 등으로 꾸며지면 마곡 주민은 물론 시민들도 좋아하고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
    서남권 최고의 요지가 될 것'이란 꿈을 잃게 된 마곡 주변 시민들은 격분해 있는 상태다. 지난 20일 김성태 의원이 강서구 방화동 송화초등학교에서 개최한 <긴급진단 마곡, 서울시 부채감축의 희생양인가?>라는 토론회에서는 약 800여 명의 지역 주민들이 모여들어 박원순 시장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한 마곡 주민은 "마곡워터프론트가 들어서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돼 제일 먼저 이곳으로 이사왔다"며 "그런데 그 꿈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남은 것은 벌집 원룸 공사현장이다. 박원순 시장과 노현송 강서구청장의 책임"이라고 성토했다. 

    김 의원은 이날 "마곡개발을 통해 서울시가 지금처럼 최대한의 개발이익을 뽑아내겠다는 심산이라면, 기존의 강서주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그에 버금가는 투자계획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서울시를 향해 개발이익의 지역환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아울러 "마곡이 박원순 시장 부채감축 공약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며 "문화테마 호수공원 축소와 벌집 오피스텔 난립 등 마곡 난개발의 실태를 고발하고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