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후 옹호 기자회견 급조… 국회 기자회견장 '정청래 토론회' 돼
  •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막말을 날려 사퇴케 한 자칭 '당 대포'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 징계 수위는 26일 윤리심판원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막말을 날려 사퇴케 한 자칭 '당 대포'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 징계 수위는 26일 윤리심판원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당대포'를 자칭하던 '막말대포'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이 '공갈' 포성은 멎었지만, 징계를 둘러싼 후폭풍은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자신의 지역구에서조차 중징계를 요구하는 여론이 나오기에 이르자, 화들짝 놀란 정청래 최고위원은 급히 같은 날 자신을 옹호하는 기자회견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다.

    22일 국회 기자회견장은 오전 내내 '정청래' 세 글자가 계속 울려 퍼졌다. 오전 10시 30분 무렵 정청래 최고위원의 중징계를 촉구하는 서울 마포을 지역당원과 전현직 지방의원, 대의원 등 13명의 기자회견이 먼저 열렸다.

    이봉수 마포구의원은 "최근 정청래 최고위원의 '공갈' 막말 사건에 대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당의 엄중한 징계 조치를 침묵으로 기다려왔다"며 "몇몇 국회의원과 일부 네티즌들이 마치 정 최고위원이 계파간 싸움의 억울한 희생양인 듯 탄원하는 것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고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봉수 구의원은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원들 앞에서 일상적으로 건방진 행동을 한다"며 "나이 많은 당원들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인사받기·반말하기·막말하기도 다반사"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봉수 구의원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중징계의 수위에 대해 "최소한 지역위원장 자리를 박탈할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이날 마포을 지역 당원들의 '용기 있는 의거(義擧)' 소식을 접하고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새정치연합 조경태 의원은 "오늘 여러분들의 용기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며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굴하지 말고 우리 당원들이 떨쳐 일어나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뜻을 전했다.

    중징계를 요구하는 여론이 들불처럼 일어나 사면초가에 빠져 있던 정청래 최고위원 측은 자신의 지역구에서조차 '의거'가 일어났다는 소식에 경악한 듯 했다. 현직 국회의원이자 지역위원장의 강력한 영향력 하에 있을 수밖에 없는 마포을 지역의 지방의원들이 줄줄이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와 정청래 최고위원 옹호 기자회견을 뒤따라 연 것이다.

    그들은 "지난 11년간 (정청래 최고위원이) 우리 당을 위해 헌신하고 기여해온 바를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며 "징계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 최고위원의 발언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청래 최고위원은 평소 탈권위적이고 소탈한 모습으로 지역 주민들에게는 친구 같은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있다"고 강변했다.

    나아가 사실상 직무정지라는 정치적 징계를 이미 받았고 본인도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중징계가 내려진다면 '이중처벌'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기자회견을 주도한 유동균 서울시의원(마포3)은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정청래 최고위원보다 나이가 4살 많지만 2008년부터 지금까지 9년 동안 (정청래 최고위원의) 사무국장을 하고 있다"며 "단 한 번도 거친 말이나 듣기 거슬리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청래 최고위원이 정치적 역경에 처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는 게 사람의 도리지, 상처 입었는데 거기다 대고 소금뿌리고 후벼파는 행위가 과연 한국 정서에 맞는 것인가 의문"이라며 "그것이 오히려 공갈발언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했다.

    유동균 시의원은 끝으로 "앞서 기자회견을 했던 사람들은 공천을 못 받거나 배제된 분들"이라며 "(공천받은 분들도) 새정치연합이 안철수 전 대표와 합쳤을 때 안 전 대표의 몫으로 들어온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정청래 최고위원 밑에서 사무국장을 9년씩이나 한 서울시의원이, 비노(非盧, 비노무현) 안철수 전 대표 몫으로 들어와 정청래 최고위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어 공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른 지방의원의 의거에 놀라 이를 옹호하는 기자회견을 급조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이날 정청래 최고위원을 옹호하는 지방의원들의 국회 기자회견을 주선한 인물은 정청래 최고위원과 같은 친노(親盧, 친노무현)계로, 지난해 대리기사 음주 폭행 사건에 연루된 김현 의원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22일 오전의 국회 기자회견장을 '정청래' 토론장으로 만들어버린 서울 마포을의 의거는, 정청래 최고위원 문제를 단순한 자숙이나 해프닝 수준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는 지적이다.

    이를 '5·8 참사'라 부르는 야권 인사들이 있을 정도로, 정청래 최고위원의 '막말'은 새정치연합의 계파갈등 한가운데에 포탄을 떨어뜨려 친노와 비노의 갈등 구조를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한편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4·29 재보선 패배 이후 큰 책임감을 느끼며 괴로워하고 있던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한다고 공갈을 치는 게 더 문제"라고 '대포'를 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은 두 차례에 걸쳐 전체회의를 열고 정청래 최고위원의 소명을 청취했으며, 오는 26일 3차 전체회의를 소집해 최종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