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조총련에 '군중정치사업 확대' 지령내려

    일본과의 우호관계 확대발전 등이 포함

    김필재  
     
    북한의 김정은이 일본 내 대남공작기관인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결성 60돌 기념보고회(5월25일)에 서한을 보내 자신의 “운명과 미래를 책임지고 보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뜻을 받들어 재일본조선인운동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냈다고 26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유훈을 중심으로 총련사업을 강화할 것을 제시하면서 “동포대중 속에서 군중정치사업을 힘있게 벌려 각 계층 동포들을 더 많이 묶어세움으로써 재일조선인운동의 대중적 지반을 공고히 하고 끊임없이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지령을 내렸다.

    김정은은 구체적으로 △민족교육사업·청년사업·상공인 사업 강화 △6·15/10·4선언 등 통일운동 강화 △일본과의 우호관계 확대발전 등을 제시했다.

    김정은은 “총련은 사회주의 조국의 한 부분이며 재일동포들은 어머니조국과 한핏줄을 잇고 사는 친형제, 한집안 식솔”이라며 “총련과 재일동포들의 운명과 미래를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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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과 조총련의 관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 김대중 前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곽동의(在日 反국가단체 한통련 前 의장)의 모습
    ▲ 김대중 前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곽동의(在日 反국가단체 한통련 前 의장)의 모습


     
    조총련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일본 전역에 38개의 신용조합과 그 산하에 176개 점포를 갖고 있었다.

    일례로 1992년을 기준으로 조총련 예금고는 日貨(일화) 2조3500억 엔으로 추산되었으며, 조합원수는 20만 7000여명으로 추정됐다. 같은 시기 재일조선신용조합협회(조신협) 외에 조총련계가 보유하고 있던 자산은 총 10조엔 정도로 추산됐다.

    이 액수는 2013년 기준으로 한화 12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조총련은 1990년대 중반까지 매년 평균 1천억 엔(1조2000억 원) 이상을 북한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총련은 또 2006년 7월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 정부가 북한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북송선 등을 통해 핵과 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WMD) 제작과 관련된 첨단장비를 북한으로 밀반출했다.

    컴퓨터, 반도체 등 공장설비용 첨단장비가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유출된 것만 해도 약 2억5천만 달러(1980~1992년 사이) 상당이라고 일본의 공안당국은 보고 있다. 

    이러한 첨단장비와 기술의 북한 유출은 조총련 산하 재일본조선인과학기술협회(科協)가 주도했다. 科協은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자연과학의 전공분야에 따라 조직된 과학자, 기술자 조직을 망라해 1959년 6월에 창립됐다.

    1990년대 중반까지 800여명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거느렸던 科協은 현재 북한 원사와 70여명의 학위·학직, 명예호칭 소유자, 150여명의 일본 학위·학직 소유자가 소속되어 있다.

    科協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일본 내 과학기술 자료를 수집해 북한에 보내는 일이었다. 2001년 사라진 科協의 舊(구)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술되어 있었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의 선진제국에서는 인터넷의 보급으로 과학기술문헌의 검색이 매우 편리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문헌을 입수하기 위해 국회도서관이나 특허청, 혹은 대학도서관을 찾아가서 문헌을 검색·복사했다. 그 기억이 아직 새롭다. 몇 건의 문헌을 입수하기 위해 교통비를 쓰고, 비싼 복사료를 지불하며 그 일에 하루를 소비했던 것이다.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문헌이라면 검색하는 데 익숙하지만, 공화국(북한)으로부터 의뢰된 문헌 등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되면 정말 고생했던 회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근년에는, 자신의 컴퓨터로부터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인쇄하지 않고도 보존해두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지금까지 문헌 수집에 고생했던 사람들에게는 그 편리함에 놀랄 뿐이다.”

    북한의 첩보·공작 세계에서는 러시아어와 중국어가 제1외국어이며,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일본어가 제1외국어이다. 조총련 계열의 오사카 經法(경법)대학의 경우 과거 평양외국어대학 일본어학과 학생들을 연수생들을 받아들였으며, 북한이 개발한 컴퓨터 운영체제(OS)가 나오기 전까지 일본어 OS가 사용됐다. 科協에 의해 북한으로 유입된 문헌의 양이 어느 정도 인지는 알 수 없으나 <조선신보>의 2001년 6월11일자 기사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82년 인민대학습당 개관을 기해서 재일본조선인과학자협회가 중심이 되어 약 10만부의 서적을 기증했다...(중략) 현재까지 기증된 것은 수학, 물리학, 생물학을 비롯한 기초과학과 전력, 금속, 기계, 전자를 비롯한 운영공학의 각종 전문도서와 잡지류, 50여만 부에 달한다.”

    조총련은 현재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과 조직적인 불법 대북송금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압박과 제재를 받아 총체적 위기에 처해있다. 일례로 조총련의 자금난으로 조직 반세기 역사의 상징인 중앙본부 회관의 경우 강제매각 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이다.

    2009년에는 도쿄를 비롯해 오사카 등 주요 도시의 조총련 지방본부와 학교 등 29개 시설 가운데 9개 시설이 압류 또는 가압류됐다. 도쿄도, 서도쿄, 치바현, 아이치현, 사가현, 오사카 부의 각 본부가 압류된 상태이며, 미야기현 본부, 아이치현 조선중고급학교, 규슈 조선중고급학교 등도 가압류된 바 있다. 

    그동안 북한 밖에서 북한 정권을 지원했던 유일한 세력이 조총련이었는데, 그런 조총련 세력이 점차 쇠퇴하고 있다. 대다수 조총련 교포들도 북한에 잡혀있는 인질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지, 진심으로 북한 정권을 지지-찬동하고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따라서 조총련은 점점 더 그 세력이 약화되어 조직 자체가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북한은 그들 스스로가 망하기 전에는 절대로 남한을 겨냥한 대남공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파괴 공작은 대남 직접공작과 조총련을 통한 우회 공작 두 가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시대상황이 직접 침투공작을 어렵게 하고 있으므로 조총련 등을 통한 우회공작에 더 많은 비중을 둘 것임은 틀림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점을 분명히 인식해 감상적으로 북한을 바라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조총련이 아직은 우리의 등 뒤에서 칼을 들이대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과 조총련의 관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2013년 4월13일자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김정은은 김일성의 101회 생일(4월15일)을 맞아 조총련에 재일교포 자녀들의 교육 원조비와 장학금으로 1억9천830만 엔(한화 22억6천만 원)을 보냈다고 전했다.   

    통신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이 지금까지 보낸 재일교포 자녀들의 교육 원조비와 장학금은 모두 159차례에 걸쳐 471억 2천335만390엔(한화 약 7000억 원)이라고 소개했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