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이 미국이나 다른 지역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에 직면하면서 세계경제의 조속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2일 세계 경제 전망에서 추정한 유럽연합(EU)의 경제가 올해 4% 위축될 것으로 추정해 미국의 마이너스 2.8%보다 더 나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최근 유럽 경제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유럽 최대의 경제국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경제 현실은 어두운 상황이다.
    독일의 1.4분기 국내총생산(GDP)는 3.3% 감소해 작년 4분기의 2.1% 감소폭을 넘어서며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다. 독일의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올해 독일 경제의 성장률이 마이너스 6%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들을 내놓아 1931년 이후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
    영국은 국가 부채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알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의 경기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침체국면으로 접어듦에 따라 2009회계연도 영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1750억파운드(약 35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심각한 경기침체와 더불어 금융위기에 따른 유럽 은행권의 손실도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출 활성화 등에 장애가 될 전망이다.
    IMF는 영국을 제외한 서유럽 은행들의 자산 상각 규모가 2007∼2010년에 1조119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혀 미국의 1조49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유로화를 쓰는 유로존 은행들은 손실에 대해 지금까지 17%만 상각한 실정이어서 미국 은행들의 50%에 못미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18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EU의 경제가 세계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할 때 좋지 않은 유럽의 경제 전망은 미국과 아시아 및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암울한 유럽 경제의 전망이 세계 경제회복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계적인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의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캐터필러는 1분기에 유럽지역의 매출이 1년전보다 46%나 감소해 미국.아시아.중남미 지역보다 훨씬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일부 조사에서는 유럽 경제의 가파른 위축세가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유럽이 경기부양 등에 보다 공격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아시아나 미국 만큼 강하지 않아 조속한 회복 전망도 어려워 보인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당초 금융.경제위기의 근원이 미국에서 비롯됐고 유럽의 문제는 그 보다 작다고 주장해 온 유럽 정부들이 인플레이션과 부채 증가 우려로 미국과 아시아 국가에 비해 과감한 금리인하나 재정지출 등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를 작년 10월의 4.25%에서 1.25% 수준으로까지 낮췄지만 사실상 제로 금리에 들어선 미국 만큼 공격적으로 내리지 않았고 경기부양을 위한 2008∼2010년 GDP 대비 재정지출 계획 규모도 독일이 3.4%, 영국이 1.5%, 프랑스가 1.3% 등으로 4.8%와 4.4%인 미국과 중국에 못미친다.
    IMF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사이먼 존슨은 유럽이 위기에 느슨하게 대응한 것이 경제가 나쁜 원인이고 앞으로도 더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