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라민 분유 파동의 후폭풍이 몰아치면서 중국 낙농가들이 심각한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중국산 유제품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바람에 수출이 막히고 재고가 쌓이면서 직격탄을 맞은 중국의 낙농가들이 도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29일 인터넷 매체 중국농업망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최대 우유 생산지인 헤이룽장성 낙농가들이 최근 채산성 악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견디다 못해 젖소를 도살하는 농가도 급속히 늘고 있다.

    헤이룽장성 축산업 수의국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유 원유 판매가격은 ㎏당 1.95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떨어진 반면 생산원가는 2.4위안에 달해 우유를 내다 팔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간 5t의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젖소를 키울 경우 낙농가들은 1천50위안을 손해봐야 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멜라민 분유 파동 여파에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수출이 급속히 감소한 데 따른 후유증을 중국의 낙농가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헤이룽장성에서만 재고로 쌓여 있는 분말 우유가 4만t에 이를 정도로 최근 중국 유제품 재고량은 심각하다.
    생산성 악화에 따른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분기 헤이룽장성의 젖소 사육두수는 221만8천마리로 지난해 말에 비해 0.3% 증가하는데 그쳤는데 지난 30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줄곧 8%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수치다.

    낙농가들이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우유 생산량이 줄어드는 악순환도 나타나고 있어 지난해 마리당 하루 평균 16.7㎏를 짜내던 것이 요즘은 15㎏으로 줄었다.

    채산성 악화는 젖소 가격 폭락과 도살로 이어지고 있다.

    연간 5t을 생산할 수 있는 젖소 가격이 5천위안으로 지난해의 절반 가격으로 떨어졌지만 이마저도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수요처가 없어 처분을 못하고 있다.

    중국 최대 우유 생산지인 헤이룽장성 솽청(雙城)현에서는 지난달 10일부터 도살 젖소를 200마리로 늘렸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배로 늘어난 수치다.

    낙농가들은 "우유를 짜면서 이렇게 힘든 상황은 처음"이라며 "이러다가는 기르는 젖소를 모두 도살하고 길거리에 나 앉아야 할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낙농업 전체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자 헤이룽장성 정부도 다급해졌다.

    헤이룽장성은 젖소 한 마리당 500위안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한편 농가 대출을 늘리고 대출 기한을 연장해주겠다고 부산을 떨고 있다.

    원유의 시장가격 조절과 최저 거래 가격제 도입 등 낙농가 지원대책을 내놓는 동시에 빈곤층 우유 소비권 발급, , 우유 원유 구매비 지원, 우유 마시기 권장 등 소비 촉진책도 적극 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우유 파동이 지난해 멜라민 분유 파동에 이어 최근 중국산 육수 농축액에서 금지원료인 천식치료제 클렌부테롤이 검출되는 등 중국산 농축산품에 대한 세계 각국의 불신을 자초한 데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자국산 농축산물에 대해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중앙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조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선양=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