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자신의 임무인 노동은 하지 않고 오로지 노동조합 일에만 매달릴 경우 과연 월급을 받는 것이 합당한 일일까. 상식적으로 회사를 위해 일을 하지 않는 이들에겐 사측이 아닌 노동조합에서 월급을 감당해야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내놓은 '노조전임자 및 노조 재정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에서 급여를 받는 노조 전임자수는 (부분전임자를 합칠 경우)154.5명당 1명, 완전전임자는 181.8명당 1명꼴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이 제정된 후에도 노조 전임자수가 감소되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노조전임자 1인당 조합원수 변화

    연도19901993200220052008
    전임자 1인당 조합원수(명)219183.4122154.5149

    <자료 : 한국노동 연구원, ‘노조전임자 및 노조 재정에 관한 실태조사’>

    국회는 지난 97년 노동조합법을 개정,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사측이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하지만 "노조 전임자는 회사로부터 급여를 지급 받아서는 안되고, 회사도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법규정은 13년째 논의만 있었을 뿐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97년 당시 노조전임자에 대한 회사의 급여지급 관행이 오랫동안 지속됐던 점을 감안, 2002년부터 시행하도록 5년간 유예시킨 이 법안은 이후에도 두 차례나 더 연기돼 장장 십여년째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 노조전임자 1인당 조합원수 154.5명, 일본은 500~600명

    반면, 한국처럼 기업별 노조 조직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노조전임자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일본의 노조전임자들은 반드시 무급휴직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급여는 노조의 재정으로 지급된다.

    산술적으로 비교해봐도 한국 노조전임자수가 154.5명당 1명꼴인데 반해, 이웃 일본은 500~600명당 1명, 미국은 800~1000명당 1명으로 월등히 적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일본 노조전임자 수

    조합원수(명)19952003
     299인 이하2.21.5
    300~999인  3.71.8
    1000~4,999인10.13.5
     5000인 이상25.711.6

    <자료 : 후생노동성, 노동조합 실태조사 보고>

    일례로 닛산자동차의 노조전임자 현황을 살펴보면(2004년 9월 기준, 조합원수 3만1000여명에 노조전임임원 62명) ▲전임임금의 임금은(급여,보너스) 조합재정에서 지불하고 ▲조합 고용 직원의 임금 역시 노동조합이 지불하며 ▲비전임임원의 노조활동은 근무시간 외에 수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노조에 대한 경비지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미국

    미국에서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은 노조가 부담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확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노조에 대한 경비지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금전을 지원하면 형사법 위반으로 처벌되며 노동조합이 전임자 급여지급을 요구하는 것도 법 위반이다, 미국에서 실제로 급여지급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National Labour Relations Act 제 158조(a)
    (부당노동행위)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직과 운영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 또는 재정적 지원 기타 원조를 하는 행위, 다만,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근로시간 또는 임금을 상실하지 않고 사용자와 협의하는 것을 사용자가 허용함은 무방하다.

    영국에서도 사용자가 초기업단위 노동조합의 조직에 어떠한 금전 및 물질적 지원도 하지 않으며, 노동조합측에서도 노동조합의 자주성 유지를 위해 사용자측에 금전 등 기타 물질적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영국의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정하는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통합법은 사용자 또한 그 연합체의 처분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 있고 재정적/물질적 지원 등의 제공을 받음으로써 사용자로부터 개입을 받지 않는 독립된 노동조합일 것을 규정하고 있다.

    기업 부담 및 노사관계 약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2007년 노동부의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이 노사관계,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 및 경제적 효과분석’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노사관계 비용(2005년 기준)은 2조8544억원에 이른다. 회사의 전임자 급여비용은 3243억원이지만, 노조전임자의 무리한 투쟁 및 파업 선동, 전임자 수 및 대우에 대한 분쟁으로 인한 파업 유발, 작업장 분위기 및 생산성 저하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노조전임자 문제로 파생되는 피해규모는 몇십배, 몇백배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일반 근로자들은 기본급여에 잔업수당만 받아가지만 노조전임자는 잔업수당은 기본이고 매달 75시간의 휴일 특근 수당까지 받는다. 또 노조전임자에겐 출퇴근 면제는 물론, 차량 및 유류비 지원까지 하는 특혜를 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노조법 제 24조 제 2항은 집단적 노사관계의 원리로서 필요한 노동조합의 자주성 확보라는 관점에서 사용자로부터 노조전임자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그 입법목적상 타당성이 인정된다"면서 "지금의 노조전임자를 둘러싼 현실을 보았을 때 이제는 해당 규정의 규범력 회복 문제뿐만 아니라, 잘못된 관행에 대한 개선과 선도라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