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해 세계 경기가 하반기 저점을 찍고 U자형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한 채욱 원장.   ⓒ 뉴데일리

    30일 오전 서울 명동에서 한국선진화포럼 주최로 열린 ‘월례토론회’에서 발제와 토론자로 나선 경제 석학들이 올 하반기 국내 경제의 ‘경기회복’ 가능성을 예단해 주목된다.

    이날 한국선진화포럼(이사장 남덕우) 제35차 월례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세계적 경제위기와 불황, 언제쯤 어떻게 풀릴 것인가>란 발제를 통해 “국내 경제가 ‘V’자 형태로 급격히 회복세로 돌아서지는 않겠지만 4/4분기 혹은 내년 1/4분기에 저점을 찍고 완만한 U자 형태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채 원장은 “긍정적인 몇 가지 지표를 가지고 경기가 금 새 좋아질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세계 경기 역시 각 나라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당분간은 불황 국면이 지속되는 긴 U자형태의 회복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 원장은 긍정적인 지표의 일례로 ▲미국의 부동산 지수가 회복조짐을 보이는 것과 ▲유럽에서의 회사채 발행으로 인한 금융 신뢰도 향상, 그리고 ▲신흥개발도상국에서의 외환위기가 가라앉아 다시금 달러가 유입되고 있는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채 원장은 “이 같은 긍정적 ‘지표’들이 ‘경기회복’과 동일시 돼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의 경우 금융과 부동산 분야에서 여전히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경제 한파에 따른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교역이 둔화됨은 물론 전반적인 신용경색이 지속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따라서 채 원장은 “경기회복을 막는 잠재된 리스크를 줄이고 회복세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조와 함께 우리정부 역시 추가적인 선제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날 채 원장 이후 발제에 나선 현오석 KDI원장은 “미국이 (금융기관 부실자산을 매입키 위해)1조달러 규모의 민관투자펀드(PPIF)를 설립하는 등 사상 초유의 정책을 동원한 만큼, 그 효과가 어느 정도는 나올 수 있겠지만 금융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고 경기부양 효과 역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어 ‘경기 하방’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 올 한해 경기전망과 관련 
    ▲ 올 한해 경기전망과 관련 "금융불안의 재연 가능성과 경기부양 효과의 불확실성을 들어 '하방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현오석 KDI원장.   ⓒ 뉴데일리

    현 원장은 “시기상으론 분명,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는 시간적 사이클이 됐다”면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점 역시, 국제수지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 ‘긍정적인 지표’로 받아 들여 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원장은 “일부 지표의 개선으로 경제적 심리가 호전됐다고 해서 세계경제 전체가 침체일로를 걷는 형국에 성급한 낙관론을 펴는 것은 무리”라는 논조를 굽히지 않았다. 때문에 현 원장은 “당분간은 기존의 확장적 통화정책과 금융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원장은 “현재 세계경기가 둔화조짐을 보임에 따라 국내 역시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선 부실기업에 대한 부채 구조조정과 금융 감독 강화 정책을 병행하는 한편, 외화유동성 경색 대비 및 공적자금 조성과 관련 ‘국회 동의’를 사전에 받아 놓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단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의 규율 이완을 막고 부실기업의 구조조정 속도를 늦춰선 안 된다는 것.

    현 원장은 은행의 부실채권 관리를 담당하는 ‘배드뱅크’ 활성화를 강조한 뒤, “은행이 도덕적으로 해이 해 지고,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해 또다시 국가적으로 부실화가 초래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위기 극복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회복세로 돌아서려면 단기적 정책은 필요하다”면서 “어제 28조의 추경예산이 통과됐는데 이것보다 (통화정책이)더 확장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한 원장은 “외환자금 유동성 위기 대처 방안으로 통화스왑과 외환 보유고 유지에 지속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면서 “수입가격 하락과 환율 효과에 따른 2백억 달러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가 기대되는 만큼, 성공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부실금융기관을 인수한 기관들이 얼마만큼 건전성을 회복하느냐에 따라 경기 회복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단 한 원장은 금융 불안이 완전히 해소가 안됐고 각 나라의 경기부양 효과가 불확실한 만큼 하반기 섣부른 '경기회복론'을 자제하며, 올 하반기 ‘경기하방’ 위험성마저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4/4분기 'U'자 형태의 회복세를 전망한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또한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 “경기하강 속도가 감소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일부 지표들이 경기회복의 징후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편 바 있어 “안심은 이르며 현재는 추가적인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당국이 적극적인 방어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는 두 사람의 의견이 일맥상통함을 보였다.

    한편 2인의 주제발표 이후 속개된 토론에 참여한 김운형 한국외대 명예교수와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전문기자, 이승훈 서울대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 불황과 국내 경기의 침체 현상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올해 4분기에 바닥을 찍고 경기가 예상보다도 더욱 ‘빠른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