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6월 중순 업무관계로 ‘유럽의 수도’라고 불리는 벨기에를 방문했을 때 이용했던 브뤼셀국제공항은 국제노선이 수십 개, 취항항공사가 수십 개인데도 청사규모는 평양국제비행장보다 크지 않았다.  [사진 = 림일 작가]
    ▲ 지난 6월 중순 업무관계로 ‘유럽의 수도’라고 불리는 벨기에를 방문했을 때 이용했던 브뤼셀국제공항은 국제노선이 수십 개, 취항항공사가 수십 개인데도 청사규모는 평양국제비행장보다 크지 않았다. [사진 = 림일 작가]

                                            

    김정은 위원장! 지난 6월 25일 완공을 앞둔 평양국제비행장을 당신이 먼저 시찰하였고 7월 2일에는 성대한 준공식을 가졌더군요. 3년의 공사기간이 소요된 신공항청사는 대충 짐작해도 거금이 들었을 걸로 추정합니다.

    그런데 공항이 멋지면 뭐합니까? 그걸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야 말이죠. 외람된 말이지만 대체 공화국이 사용하는 국제항공노선이 몇 개 인줄은 아십니까? 모스크바, 베이징, 쿠웨이트 등 고작 3~4개뿐인 국제노선에 이용객이 연간 수천 명 안 밖인데 이번에 지은 신공항은 아무리 봐도 낭비성 공사인 것 같습니다.

    당신만 모르는 공화국인민의 60%가 멀건 죽으로 연명하는 형국에서 취항 외국항공사가 두세 개뿐인 평양에 호화국제공항은 전혀 안 어울립니다.

    솔직히 평양국제비행장(당시는 평양순안공항)은 제가 19년 전 노동당의 신임에 의해 쿠웨이트로 건설노동하려 평양을 떠나며 이용했던 그때나 지금이나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계류장에 있는 외국항공기 한대 못 봤으니까요.

    김 위원장! 하나 물읍시다. 지난날 공화국에 현대적인 국제공항이 없어서 평양을 찾는 외국인이 적은 줄 압니까? 아닙니다. 노동당이 실시하는 외국인대상 관광정책이 잘못되었기에 지금처럼 손님들이 적거나 없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걸핏하면 이웃인 동포들이 사는 남쪽을 협박하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등 살벌한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그 곳으로 과연 어떤 사람들이 놀러 갈까요? 관광은 말 그대로 여유롭게 즐기며 휴식을 하자는 것입니다.

    아울러 외국인이 평양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출국하는 날까지 그림자마냥 따라다니는 안내원(감시요원)이 있는데, 그리고 누구라도 당신과 무능한 공화국정부를 비판하면 강제로 추방되는데, 어떻게 그곳으로 쉽게 가겠습니까?

    역지사지 해보십시오! 당신이 유년시절 유학을 갔었던 유럽의 스위스가 외국관광객이나 유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나라였다면 그곳에서 과연 공부는 고사하고 생활이나 하였을까요? 침 뱉고 돌아 선지가 열두 번이겠죠.

    김정은 위원장! 제가 태어나서 28년간 살았던 그곳, 당신에게는 무릉도원 같은 그 평양이 인간의 참된 자유를 갈망했던 저에게는 숨이 막힐 정도의 철창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었기에 이곳 낯설은 서울에 와서 삽니다.

    제가 자본주의국가인 이곳 대한민국에서 살아보니 여기서는 건설은 꼭 수요가 있어야만 합디다. 그것도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고 거기서 이윤이 나온 다음에 확장하는 형식으로 하더군요. 쉽게 말하면 고속도로를 초기에는 왕복 4차선으로 건설하였다가 수익과 수요가 늘어나면 6차선, 8차선으로 확장합니다.

    아무리 봐도 평양국제비행장 건설만큼은 거꾸로 한 것 같습니다. 허지만 이왕 지은 거 어쩌겠습니까? 공화국의 얼굴과도 같은 그 공항, 비싼 외화를 들여 갖춘 첨단시설이 녹 쓸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외국인에게 자유로운 관광의 문을 과감히 열어 놓으시죠. 안 그러면 평양국제비행장은 진짜 세계적인 흉물로 됩니다.

    2015년 7월 6일 - 서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