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야합-거짓선동-발목잡기] "여야, 이게 국민을 위한 정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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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느닷없이 등장, 야합(野合)을 통해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
    행정부를 입맛대로 요리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악법(惡法) 중의 악법(惡法).

    [제왕적 국회]의 욕심으로 한바탕 폭풍을 일으켰던 국회법 개정안이 사실상 자동폐기 절차를 밟게 됐다. 국회의 문턱을 넘은 지 39일 만이다.

    국회는 6일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의(再議)에 부쳐진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 무산됐다.

    이날 표결에는 총 298석(새누리당 160명, 새정치민주연합 130명, 정의당 5명, 무소속 3명) 가운데 128명만 참석했다. 전체 의석의 과반인 160석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은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표결 불참' 당론을 재확인했다. 악법(惡法)을 겨냥해 강력한 일침을 날린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치권을 향해 날선 비판을 던졌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정부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한 개정안을 다시 시도하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 또한 국회가 행정입법의 수정 변경을 강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법을 통과시킨 여와 야, 그리고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통일되지 못한 채 정부로 이송됐다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

    "이 개정안은 국가행정체계와 사법체계를 흔들 수 있는 주요한 사안으로, 여야의 주고받기 식이나 충분한 검토 없이 서둘러서 진행할 사안이 아니다. 정치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를 먼저 생각하고, 정부의 정책이 잘 될 수 있도록 국회가 견인차 역할을 해서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함에도 그동안 정부와 정부 정책에 대해 끊임없는 갈등, 반목, 비판만을 거듭해 왔다."

    "과거 우리 정치사를 보면 개인적인 보신주의와 당리당략과 끊임없는 당파 싸움으로 나라를 뒤흔들어 놓고 부정부패의 원인 제공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이 살아남기 위한 정치를 거두고 국민을 위해 살고 노력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 상생의 정치에 국민들을 이용하고 현혹해서는 안 될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정치권을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정치권을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직후, 일부 비박(非朴) 의원들은 유승민 원내대표를 두둔하며 반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보수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비박(非朴) 비난 여론에 밀려 조금씩 수그러들었고 최근에는 거의 들리지 않게 됐다.     

    무엇보다 명분이 없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무슨 이유로 사상 최대의 악법인 국회법 개정안을 주도 처리했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강도가 미미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야당과 합의해 놓고, 정부를 마비시킬 초대형 법안을 내어주니 숨겨진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이가 적지 않다.

    다만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심이 담긴 정치적 발언들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난이 담긴 수많은 기록들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을 뿐이다. 여권 내에선 "유승민 원내대표가 애초부터 박근혜 정부에 협조할 생각이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관련 기사: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259141

    朴대통령 '폭발한' 까닭, 유승민 개인정치 뜯어보니
     
    '당청(黨靑) 갈등'에 신이 난 새정치민주연합은 판을 더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 찬성했던 내용의 국회법을 다시 발의해 최대한 여권을 분열시켜보려는 심산이다. 아울러 이를 총선까지 끌어가 반사이익을 누릴 속내로 풀이된다. 하지만 뻔한 속내를 읽은 여당이 순순히 협조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국회법 개정안이 정족수 미달로 자동폐기 수순에 들어간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된 뒤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늘 국회의 결정은 헌법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며 짧게 청와대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과정이 어찌됐든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대로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되자 환영의 뜻을 밝힌 것이다. 짧막한 한 줄로 입장을 정리한 것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유 원내대표에 대해 명확한 불신임 메시지를 보낸 만큼 이를 또 거론함으로써 정쟁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하는 차원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지만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서도 "자진사퇴가 불가피한 만큼, 유승민 원내대표가 스스로 사퇴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뒷문을 청와대가 열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