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전 사령관 아닌 ‘정치군인’ 총정치국 출신…인민군 조직 다잡기 위한 포석인 듯
  • 현영철이 숙청된 후 황병서의 아랫 사람이던 박영식 대장이 신임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된 것이 확인됐다. ⓒK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현영철이 숙청된 후 황병서의 아랫 사람이던 박영식 대장이 신임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된 것이 확인됐다. ⓒKBS 관련보도 화면캡쳐


    김정은 앞에서 졸았다는 이유로 공개처형된 현영철의 후임으로 ‘정치군인’ 출신인 박영식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이 임명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北관영선전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 라오스 군사대표단과의 회담에 박영식을 인민무력부장이라고 불렀다.

    박영식은 야전 지휘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군인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1999년 소장(한국군 준장에 해당)으로 진급한 뒤 2009년에야 중장(한국군 소장에 해당)을 달았고, 2014년 4월 상장(한국군 중장에 해당)으로 진급했다. 이때부터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을 맡았다. 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아래였다.

    2015년 6월 29일 北관영선전매체들에서 대장 계급장을 단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박영식이 인민무력부장이 됐다는 소식들이 나왔지만, 北매체가 공식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군인’ 출신인 박영식이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되자 통일부와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일성 때부터 ‘정치군관’을 관리하는 총정치국 출신이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나태해진 인민군의 정신과 기강을 다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군 경험이 전무한 데다 황당한 명령을 자주 내리는 김정은에 대한 인민군 내부의 불만이 심해지자 정치군인을 앞세워 내부 단속을 하려 한다는 풀이다.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박영식이 인민무력부장이 됨으로써 야전 지휘관 등 진짜 군인들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북한군에서 총정치국은 각급 부대에 있는 ‘정치군관’을 지휘하는 조직이다. 인민군은 실제 군인들을 지휘하는 총참모부와 인민무력부, 그리고 노동당의 지휘를 받아 군 내부의 정치사상을 관리하는 총정치국의 2원제 지휘체계를 갖고 있다.

    中인민해방군이 국가가 아니라 공산당의 소속인 것처럼 북한에서도 인민군은 노동당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돼 있다. 여기다 공산당 독재체제에서는 군사력보다 정치사상을 더욱 강조하기 때문에 인민무력부장보다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서열이 더 높다.

    또한 인민군 총정치국은 군 내부 감시를 위해 각급 부대의 인사자료와 동향자료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 조직을 장악하기에는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이런 총정치국 출신을 인민무력부장에 임명했다는 것은 김정은이 北인민군마저 제대로 믿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증거로 풀이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