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등 민주당 일부, 협상 대성공 자평…美여야 상당수 우려
  • ▲ 2015년 4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이란 핵협상에 참석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표, 독일 대표, 이란 대표의 모습. ⓒ美국무부 공개사진
    ▲ 2015년 4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이란 핵협상에 참석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표, 독일 대표, 이란 대표의 모습. ⓒ美국무부 공개사진


    지난 14일(현지시간) 극적으로 타결된 이란 핵협상을 놓고 중동 지역의 미국 동맹에 균열이 생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 정치권 내에서도 이란 핵협상을 자화자찬하는 오바마 美행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주변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의 반발 소식도 전했다.

    중동 내 미국 최고의 우방국으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내부에서는 “이란 핵협상 타결로 중동이 더욱 위험해졌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사우디아라비아 관영통신의 의견은 “이란 핵협상 타결을 환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영통신은 “하지만 이란 핵시설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우려를 은연 중에 드러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이란이 진짜 핵무기 개발을 중단한다면 중동에게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생길 ‘파괴적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복수의 사우디아라비아 관료들의 ‘개인의견’을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일부 관료들은 “이란과 인접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40년 동안 선의를 베풀어도 나쁜 결과만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이란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버락 오바마 美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중동 문제에서 배척당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도 이란 핵협상 타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결국 핵무기 보유로 가는 길을 인정받은 것이 이번 핵협상 합의”라면서 “이란은 핵무기 획득을 막아왔던 많은 제재가 풀리면서 수천억 달러의 현금을 얻을 수 있는 ‘잭팟’을 터뜨렸다”고 경고했다.

  • ▲ 90년대 후반 함경남도 금호(신포) 구역에 건설하던 KEDO의 경수로 공사장. 당시 한국이 가장 많은 자금을 부담했다. ⓒ38노스 화면캡쳐
    ▲ 90년대 후반 함경남도 금호(신포) 구역에 건설하던 KEDO의 경수로 공사장. 당시 한국이 가장 많은 자금을 부담했다. ⓒ38노스 화면캡쳐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또한 지난 1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1994년 북한과 국제사회 간의 ‘제네바 합의’ 직후 빌 클린턴 당시 美대통령의 연설 영상을 상영하기도 했다고.

    이 영상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은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은 평화적인 핵기술을 보유하게 되고 한국 등 주변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서 보호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빌 클린턴 정권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포기 약속을 받은 뒤 4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들여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기로 했고, 해당 공사를 추진했지만, 북한은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고, 공사 인원들을 내쫓은 뒤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후 2003년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으며, 2005년 9월 핵실험을 시작으로 세 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이스라엘 각료들 또한 “이번 이란 핵협상 타결은 이스라엘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자유진영에 위험한 일”이라며 “세계 최대의 테러지원국(이란)에 핵무기를 개발하는 ‘무임승차권’을 허용한 것은 방화범에게 성냥을 준 꼴”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英BBC 또한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을 보도한 뒤, “서방 세계는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을 통해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믿을지 모르지만, 이는 빌 클린턴 美정부가 북한에게 가졌던 믿음을 떠올리게 한다”는 일부의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중동과 영국 일각에서만 이란 핵협상 타결을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美정치권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이란 핵협상 타결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한다.

    공화당 대선경선에 출마한 젭 부시 前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란 핵협상 타결 직후 성명을 내고 “이란 핵협상 합의는 외교가 아니라 양보”라며 “이란 핵협상 합의는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며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젭 부시 前플로리다 주지사는 “서방진영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대한 야심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요구했어야 했다”면서 “오바마 정부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함으로써, 이란의 악의적이고 부패한 정권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대선경선 출마를 선언한 마르코 루비오 美상원의원도 “이란과의 합의 내용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하는 만큼, 의회의 압도적 다수가 협정을 부결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란 핵협상 타결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또 다른 공화당 대선경선 출마자 린지 그레이엄 美상원의원과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도 “이란 핵협상 타결은 중동과 미국, 세계 안보에 악몽이 될 것”이라며 “대선 후보들과 의회 지도자들이 이란과의 합의안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3월, 오바마 정부의 반대에도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방미 초청을 성사시켰던 존 베이너 美하원의장은 “이번 협상은 중동 핵무기 확산을 막은 게 아니라 세계 핵무기 개발 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비판했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오바마 정부가 잘못된 관점에서 역사적 대화에 접근했다”며 이란 핵협상 타결을 비판했다.

    이처럼 중동과 영국, 미국 내 정치권에서 이란 핵협상 타결에 대한 반발 여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美국무장관 등 美행정부 각료들,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협상을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美민주당의 대권주자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은 이번 이란 핵협상 타결을 ‘역사적인 사건’으로 높게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