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시간 재심 청구 고려 도중 양승조 "승복했으면 좋겠다" 전화해
  •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당내 경선의 부정 의혹을 재조사하라는 지시를 최근 내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당내 경선의 부정 의혹을 재조사하라는 지시를 최근 내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김희철 전 의원이 지난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 후보 경선에서 부정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당헌에 정해진 절차에 따른 재심 청구를 하지 않은 것에는, 당시 사무총장으로부터 "(경선 결과에) 승복했으면 한다"고 전화를 받았던 것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희철 전 의원은 경선 과정의 부정 의혹을 해소해주지 않는 당을 향해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보궐선거운동에 비협조했지만, 새정치연합은 김희철 전 의원이 후보 경선 이후 48시간 이내에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김희철 전 의원이 재심 청구를 고려하고 있을 때 당무의 총괄책임자인 사무총장의 '경선 승복' 권유 전화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단순히 정해진 기간 내에 당사자의 재심 청구가 없었다는 형식적 절차상의 하자에 얽매이지 말고 실질적으로 경선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는지를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김희철 전 의원은 지난 3월 14일 관악문화관에서 치러진 새정치연합 관악을 보궐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정태호 후보에게 0.6%p 차로 분패한 바 있다. 

    이후 김희철 전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의 부정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1000명에 육박하는 권리당원 중 272명을 제외한 728명이 경선 투표 자격을 박탈당한 경위 △여론조사기관 두 곳이 김희철 후보와 정태호 후보의 지지도를 같은 날 같은 지역에서 조사했음에도 15%p 격차가 난 것에 대한 의혹 해소를 요구했다.

    김희철 전 의원의 요구에도 새정치연합은 이렇다할 진상 조사를 하지 않아, 친노패권주의의 한 행태로 비판받아 왔다. 그러던 중 문재인 대표는 지난 2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재성 조직본부장과 이윤석 조직본부장 등에게 시민명부 분실 파동과 함께 관악을 부정경선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김희철 전 의원이 당헌에 정해진 기간 내에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사자가 정해진 절차에 따른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경선 결과에 부정이 없었다는 뜻 아니냐'라며, 재조사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당헌 제109조 1항에 따르면, 경선 결과에 이의가 있는 후보자 신청 당사자는 경선 결과 발표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중앙당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김희철 전 의원은 이 규정에 따른 재심 신청을 하지 않은 채 48시간을 넘겼다.

    하지만 〈뉴데일리〉의 취재 결과, 김희철 전 의원이 재심 신청을 고려하고 있을 무렵 당시 새정치연합 사무총장이던 양승조 의원이 전화를 걸어 "(경선 결과에) 승복했으면 좋겠다"고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희철 전 의원이 정해진 시간 내에 재심을 신청하지 않은 것에 여러 가지 외부적 요인이 고려됐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뉴데일리>는 30일 당 핵심 관계자로부터 김희철 전 의원이 양승조 의원의 전화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김희철 전 의원은 양승조 의원과의 통화 이후 재심 청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희철 전 의원은 당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이던 양승조 의원이 "승복했으면 좋겠다"고 연락해오자 재심 청구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는 △사실상의 압박감 △공식적인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아도 당에서 자체 조사를 해주리라는 기대감 △사무총장의 승복 권유에 재심 청구를 해봐도 소용 없으리라는 심정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시 당무 총괄책임자의 전화 연락이 본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김희철 전 의원의 재심 청구 포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기왕 부정 경선 의혹에 대한 재조사 명령을 내린 이상, 재조사는 당사자가 재심 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형식적·절차적인 것에 얽매이기보다는 실질적으로 △권리당원 누락 의혹 △여론조사 조작 의혹 해소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한편 당시 상황에 대해 양승조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나는 사무총장이니까 가능하면 승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을 뿐"이라며 "이의 제기를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양승조 의원은 김희철 전 의원이 제기한 권리당원 누락에 대해선 "사무처의 그것과 대조해 보니, 6개월 이내에 세 번 이상 당비를 내야 하는데, 2번 밖에 안 낸 사람들이 많았고, 관악을이 아니라 관악갑인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희철 전 의원에게도 이미 설명을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