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신당 창당 흐름, 여러 갈래라 생각 안 한다" 여유만만공선법·정치자금법상 5석 이상 정당 압도적 유리… "결국 합쳐질 것"
  • ▲ 새정치민주연합 전직 당직자·당원들이 지난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전직 당직자·당원들이 지난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상수(常數)' 야권 신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헤게모니 쟁탈전이 시작됐다.

    지난달 9일 116명을 칭한 새정치민주연합 전직 당직자·당원들이 국회에서 집단 탈당 기자회견을 가졌다. 중도개혁 민생실용 신당 창당을 준비하며 '국민희망시대'라는 모임을 결성한 이들은 새정치연합 모 상임고문, 호남 중진 의원과 가까운 관계라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29일에는 경북 포항시청에서 새정치연합 당원 115명이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민주당' 입당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7·30 재보선 직후 새정치연합에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가 붕괴되고 친노(親盧, 친노무현)가 당권을 재장악하자, 같은 해 9월 21일 창당한 중도개혁 정당이다.

    이러한 평당원 집단탈당은 이미 야권 신당 창당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향후 야권발 정계 개편의 주도권을 잡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번 집단탈당을 통해 존재감이 부각됐을 뿐더러, 향후 야권 신당 통합 과정에서 지분 주장을 하기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이다.

    민주당은 새정치연합에서 혁신안을 둘러싼 내홍이 심해지던 지난달 16일, 서울 노원갑을 비롯한 9개 국회의원 선거구의 지역위원장을 선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지역위원장이 선정된 지역구는 서울 노원갑·관악을·광진갑·금천과 광주·전남 지역의 4개 지역구 등으로, 대체로 야권 강세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위원장 선정 또한 향후 당대당 통합 과정에서 지분 주장을 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야권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다른 세력의 관계자는 "민주당은 누구나 탐내는 당명을 가지고 있으니, 통합 과정에서 당명 자체를 자산으로 (가지고) 들어올 수 있다"면서도 "당명만 가지고 야권 신당 흐름의 한 축이 될 수는 없으니만큼 이번 집단탈당을 통해 깜짝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봤다.

  • ▲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소속 천정배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소속 천정배 의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처럼 신당 세력이 각개약진하며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재 신당 창당을 향한 구체적인 움직임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29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해 "신당을 만들겠다는 주체가 여러 곳이라는 점에 대해서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자신이 야권 신당 흐름을 주도할 수 있으며, 결국 자신을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질 것이라는 여유와 자신감을 드러낸 발언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천정배 의원의 자신감과는 별개로,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 6월 25일 지적한대로 신당 창당 움직임은 최소 4개 그룹이 있다. 또, 향후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세력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호남권 비노(非盧) 중진 의원은 최근 지역구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이) 큰 그림을 준비하고 있다"고 신당 창당 움직임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선거법 제150조 4항은 현역 의원 5명 이상의 정당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호를 우선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 하면 기호 ×번' 하는 식으로 유권자에게 인식될 수 있고, 전국 단위 선거 캠페인을 진행하기에도 훨씬 유리해진다.

    또, 정치자금법 제27조는 국고보조금 배분을 △원내교섭단체(의석 20석 이상) △원내 5석 이상 정당 △기타 등으로 구분지어서 지급하고 있다. 5석 이상과 5석 미만은 국고보조금 배분율이 각각 5%와 2%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5석 이상 확보가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각개약진하고 있는 여러 신당 창당 흐름은 총선을 앞두고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 신당 추진 세력이 여러 갈래더라도 결국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질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들 동의하고 있다"면서도 "샛강들이 합쳐져 큰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된다고 하더라도, 누가 본류가 되고 누가 지류가 되느냐도 중요한 문제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이 때문에 야권 통합 신당이 본격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본류'가 되기 위한 존재감 어필과 주도권 장악을 위해 각종 기획 탈당과 선도 탈당이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야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