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사회다. 따라서 평등보다 자유를 중시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침해할 때는 그만큼 보상을 해줘야 한다.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을 어느 지역에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당연히 그 지역 주민들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가진 자라고 해서 무턱대고 피해를 감수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그 공공사업이 합법이든 불법이든 마찬가지다.

    한편 재미있는 것은 공씨 역시 조씨의 논리 같은 논리를 들어 강남 주민들을 공격한다는 점이다. 공씨는 강남 주민들을 맹비난하는데 그 이유는 대강 이렇다.

    ① 강남 주민들이 돈(불로소득 등)은 많이 벌면서 사회에 기여는 하지 않는다

    ② 강남 주민들 가운데는 부동산 투기 등 나쁜 짓을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 5만원도 더 내기 싫어한다

    ③ 한국은 강남이 독식하는 구조다. 한마디로 강남사람들이 뭐든지 다 갖고 있다. 이러면 안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강남 부자들이 싫다’는 이야기이다. 공씨는 강남‘부자’들을 ‘사악’하다고 공격한다. 그리고 강남주민들이 타 지역 사람들을 무시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공씨의 강남 비난이 얼마나 정당한 지 하나씩 따져보기로 하자.

    공씨는 강남주민들이 돈은 많이 벌면서 사회에 기여는 하려 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30억 이상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을 많이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강남주민들이 사회에 기여를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강남주민들이 ‘나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오’라고 일일이 설명하고 돈 내놓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무턱대고 공씨는 강남 주민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돈을 많이 벌면서 세금 조금 올라가는 것에 반발한다고 강남 주민들이 사회를 위해 기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버린다.

    물론 공씨는 또 다른 근거도 제기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이 소외계층을 위해 자선을 하는 비율이 낮다든지, 우리 사회의 온갖 부패들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래봐야 강남 주민들만 뭐라고 비난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남을 돕는데 인색한 것은 우리 국민들 거의 모두가 해당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한국의 부패가 심한 것이야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강남 주민들이 타 지역 주민들을 무시한다?

    공씨나 강남 혐오증을 가진 이들은 종종 강남 주민들이 타 지역 주민들을 무시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공씨나 강남 혐오증을 가진 이들이 강남 주민들을 만나봐야 얼마나 만나봤을까? 그리고 어차피 공씨 같은 경우는 한나라당을 수구꼴통당, 강남당으로 비하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공씨는 강남 주민들도 사는 수준이 천차만별이란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강남 주민들 가운데도 빚이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재산에 비해 월 소득이 적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씨는 ‘재산세 5만원 오르는 것도 내기 싫어하는 강남부자들’이라고 목청을 높이지만 정말 재산세가 5만원만 올랐는지는 모를 일이다. 강남 주민들 가운데 월 소득이 적거나 빚이 많은 사람들은 세금이 오르면 당연히 반대를 하고 나설 것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세금이 오르면 반대를 하는 것이 사람의 생리다. 공씨나 조씨 논리대로 생각해 보면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등록금이 크게 인상되어도 반대를 하면 안된다.

    왜냐?

    요즘 서울대학교 입학할 정도되는 학생들은 대개 중산층 이상의 생활수준을 가진 학생들이다. 이런데 등록금 올려서 국립 서울대학교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반대하면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대 학생들이 등록금 오르는 것에 반대 투쟁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서울대 학생들도 국립대학 다녀서 저렴한 등록금의 혜택을 보고 있다고 해도 등록금이 많이 오르면 반대하고 나서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공씨와 조씨는 가만 보면 자기가 증오하는 이들이나 자신과 이해관계가 다른 이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주장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조씨를 많은 이들이 극우파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조갑제 씨가 극우파인 이유

    대개 보수인사들은 조갑제 씨나 조갑제 씨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을 ‘극우’라고 말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조갑제 씨나 조씨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자신을 극우라고 호칭하는 것을 들으면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난 여기서 분명히 말하겠다.

    조갑제 씨는 극우다. 조갑제 씨가 극우인 이유는 간단하다. 조갑제 씨는 관용정신이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앞서 조씨가 쓴 글에서도 관용정신 부족은 확실히 느껴진다. 조씨가 볼 때는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가진 자들, 그러면서 반노 운동에 나서지 않는 이들은 친북좌파보다 못한 사람들이다. 평소 조씨가 ‘친북좌파’들을 무척 경멸한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그들보다 더 경멸한다는 것은 곧 그들이 사람도 아니라는 것이나 다름아니다.

    그런데 이런 조씨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바로 공씨다. 이제부터 공씨의 논리패턴과 조씨의 논리패턴을 비교해 보자.

    ① 조씨의 경우

    일부 가진 자들이 자기 집 주변에 임대아파트 건립을 반대한다
    → 나쁜 사람들이다. 경멸해야 마땅하다
    →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보통 애국운동을 기피하고 호화판 생활을 한다

    ② 공씨의 경우

    강남부자들이 자기 이익만 챙기고 사회에는 자기 것을 내놓지 않는다
    → 나쁜 사람들이다. 경멸해야 마땅하다
    →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보통 타 지역 사람들을 무시하고 호화판 생활을 한다


    조씨의 논리가 왜 위험한 지에 대해서는 앞서 충분히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과학적으로 조씨의 주장을 살펴보자.

    조씨는 자기 집 주변에 임대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나쁜 사람들(?)일 수록 ‘애국운동’을 기피하고 ‘호화판 생활’을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조씨는 자신의 활동을 ‘애국운동’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가령 내가 내 집 주변에 임대아파트 건립을 반대하고 동네방네 다니며 조씨를 비판하고 다니면 그야말로 나쁜 사람인 셈이다.

    임대 아파트 건립만 해도 큰 죄(?)인데 동네방네 다니며 조씨를 극우파라고 비판까지 하고 다니니 엄청난 죄를 지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그리고 조씨의 주장에 따르면 나는 ‘자유’를 위해 싸우지도 않을테니(‘애국운동’을 안하므로) ‘무생물’이고 ‘쓰레기’ 취급을 받아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조씨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공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의깊게 공씨의 강남 혐오증 논리를 보고 있으면 그 논리가 대체 조씨의 논리와 뭐가 다른지 알 수가 없다.

    조갑제와 공희준은 닮은 꼴

    이제부터는 공씨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공씨는 30억 이상 재산가진 강남주민들에게 세금을 많이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강남 ‘독식구조’가 깨진다는 이야기이다.

    자, 그럼. 공씨의 논리를 주의깊게 생각해보자. 그럼 30억 이상 재산가진 강남주민들에게 세금을 많이 물려서 30억 이상 재산 가진 시민들의 노동의욕이 감퇴되거나 재산을 숨겨놓는 부패를 더욱 크게 만들면 어떻게 할까? 공씨의 대안은 간단할 것이다. 공무원을 더 많이 고용해 부패를 잡아내면 될 일이다. 부패가 심해지면 심해질 수록 공무원은 계속 늘리고 늘리면 될 것이다.

    그래도 세금이 안 걷어지면 어떻게 할까? 그 다음에는 20억 이상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을 물리거나 30억 이상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욱 과중하게 물리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래도 세금이 부족하면 어떻게 하나? 그 다음에는 10억 이상 가진 사람들에게 세금을 물려대면 된다.

    공씨의 시각으로 볼 때는 지금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할 것이다. 위와 같은 식으로 400조원이나 된다는 가진 자들의 부동자금 몽땅 긁어다 빈자들에게 나눠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노 대통령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공씨가 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수 밖에.

    공씨의 시각으로 볼 때는 아마 한국의 가진 자들은 이런 의무가 있을 것이다. 빈자들을 위해 열심히 가진 것 내놓는 의무. 그런데 이 의무를 이행안하면 어떤 존재일까? 의무를 이행 안하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고 죽었으면 곧 무생물이다. 무생물이므로 쓰레기나 다름없다. 그래서 공씨는 강남주민들을 ‘쓰레기’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글 써가며 ‘강남 편’을 들어주는 20대 젊은이인 나는 뭘까? 공씨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게 정의되겠다.


    [내가 근래 며칠 동안 투지의 의의와 정신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인들, 특히 젊은이들의 안일하고 썩어빠진 정신상태와 마음가짐을 추궁하려는 목적에서다. 젊은이는 존재해도 청년은 단종된 것이 한국사회의 고민이자 비극이다. 21세기 대한민국 신세대의 패기와 정열은 안정된 소득원을 추구하는 물질적 욕심과, 희멀건 속살을 드러내며 이성을 유혹하려는 노출욕구에서만 유독 빛을 발한다. 첫째도 개인적 욕망이요, 둘째도 개인적 욕망이요, 셋째도 개인적 욕망인 그들에게 미래를 맡겨야 하는 우리네 처지가 곤궁하고 옹색하게 느껴진다. 저것들은 이민도 안가나?]


    이민 안 간다. 공씨가 얄미워서라도 이민가지 말아야 겠다. 공씨와 조씨의 공통점은 여기서도 드러난다. 공씨와 조씨의 공통점은 ‘일반 시민’들에게 ‘일반적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이다.

    공씨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 젊은이들은 대개 돈만 밝히고 이성을 유혹하려는 욕구만 발달해 있다. 그러니까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돈하고 이성만 밝힌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여기서 사회문제라 함은 공씨가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강남문제가 핵심 골자이리라.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그리고 원래 일반 시민들은 정치 문제에 그리 큰 관심이 없는 법이다. 그것은 일반 젊은이들일 수록 더욱 심하다. 아마 공씨의 입장에서 볼 때는 투표율이 낮은 편인 서구 선진국 국민들이 한심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원래 먹고 살기 편해지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 젊은이들이 모두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는지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씨가 그리도 천착해마지 않는 강남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공씨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젊은이들이 한심한 건 아니란 이야기이다. 이는 조씨의 ‘애국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한나라당을 보수정당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공씨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강남 주민들로부터 돈을 걷어서 그들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방만하게 집행되는 정부 예산을 걷어서 줘도 된다. 그리고 공씨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강남 편’이고, 공씨와 생각이 다른 이들이 모여 있는 한나라당이 ‘강남당’이며, 강남 전체가 ‘악의 집단’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