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씨는 공씨의 강남에 대한 생각을 비판하면 ‘강남 편’이라고 몰아세운다. 그런데 이런 태도는 조씨의 태도와 유사하다. 조씨는 자신의 북한관을 비판하면 ‘김정일 편’이거나 ‘바보(얼치기 보수,기회주의자)’로 몰아세운다.

    조씨의 북한관을 비판한다고 해서 무조건 ‘김정일 편’이거나 ‘바보’라고 할 수 없듯 공씨의 강남관을 비판한다고 해서 무조건 ‘강남 편’이거나 ‘바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공씨는 한나라당을 ‘강남당’이라고 공격한다. 한나라당이 강남부자들의 이권만 옹호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또한 조씨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을 가리켜 ‘김정일 노동당 2중대’라고 비난하는 것이나 다름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씨의 ‘강남당’ 운운하는 공격에 답해줄 말은 간단하다. 공씨가 그렇게 중시하는 국민의 33% 이상이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이 ‘강남당’이라면 국민 33%는 ‘강남당’의 노예인 셈이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을 무시하는 셈이다.

    공씨는 자신이 ‘서민의 대변자’라고 자처하는데 한나라당 지지자 33% 가운데 서민의 비중은 반을 넘을 것이다. 이런 서민들을 무시한다면 서민의 대변자라고 자처하는 것과 또 앞뒤가 안 맞게 된다. 서민을 무시하는 대변자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공씨가 대변한다는 서민들이 대체 어디있는가 하는 것도 의문이다. 일단 공씨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대변하지 않을 것이다. ‘강남당’을 찍는 사람들을 공씨가 대변할 리는 없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공씨가 대변할까? 이미 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이상, 서울시장 예비후보 홍준표 지지방침을 밝힌 이상 공씨가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을 대변할 리도 없다. 그렇다면 공씨가 민노당 지지자들을 대변하고 있을까? 그런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 아무리 찾아봐도 공씨가 대변한다는 국민들은 없어 보이는데 공씨가 국민들을 대변한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도 그나마 조씨가 이야기하는 애국시민들은 존재한다. 여기서 조씨가 이야기하는 애국시민들이란 공씨가 말하는 ‘꼴통우익’이다. 공씨는 강남부자들에게 이를 가는 서민들이 허다하게 많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강금실 지지율은 왜 그리 높게 나오는 것일까? 강남에서 의원했던 오세훈 지지율은 왜 그리 높게 나오는 것일까? 국민이 무식해서 사악한 악의 세력 ‘강남’의 실체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조갑제와 공희준은 닮은 꼴 3

    조씨와 공씨의 공통점 가운데 중요한 점은 자신만, 혹은 자신과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만 선이고 다른 사람은 악이거나 바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① 조씨의 경우

    → 나는 애국우익이고 나를 반대하면 친북좌익이거나 얼치기 우파, 기회주의자

    ② 공씨의 경우

    → 나는 진정한 서민의 대변자이고 나를 반대하면 ‘강남 편’이거나 바보

    정리하면 공씨의 이념은 ‘서민’이다. 공씨에게 있어 서민은 절대적인 존재다. 그런데 문제는 공씨가 대변한다는 서민은 도대체 어디있는지 눈에 잘 안 띈다. 그가 ‘강북서민의 표준’이라는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을 위해 헌신했다고 자랑한다. 이런 홍 의원이 강북서민의 표준이라면. 나중에 홍 의원이 서울시장 되고 난 다음에 강북시민들 모아놓고 한나라당이 강북서민의 표준이라고 강조하면 공씨의 표정은 어떨까?

    그리고 조씨의 이념은 애국우익이다. 조씨에게 있어 애국우익은 절대적인 존재다. 그런데 문제는 조씨가 대변하는 애국세력은 주로 60대 이상의 노년층에 많다. 진정한 애국세력들은 모두 노인이 되어가고 철없는 국민들은 그저 희희낙락하고 있을 뿐이니 참 대한민국 큰일났다. 우리는 이제 도시락 싸들고 임대아파트 반대운동하는 부자들 말리러 뛰어다녀야 되겠다. 그들을 일일이 말리지 않으면 결국 조씨가 그들을 쓰레기 취급해야 할테니.

    끝으로 공씨와 조씨의 공통점은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조씨가 볼때는 우리 한국은 총체적 위기다. 공씨가 볼 때도 우리 한국은 총체적 위기다. 한국에서는 청년은 실종되고 젊은이들만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책은 안 보고 돈이나 벌어서 이성 꼬실 궁리나 하고 있는 나 같은 인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것은 언론 뿐이다. 그런데 공씨의 시선으로 볼 때는 한국 언론도 문제가 많다. 아래는 공씨의 주장이다.


    [특정매체를 상대로 한 거시적 차원의 언론개혁운동에만 기대서는 언론을 바로세울 수 없다. 조선일보에 제몫 찾아주고, 중앙일보 제자리로 돌려놓고, 동아일보 정상화시키고, SBS 소유지배구조 분산시키는데 성공하면 무슨 소용인가? 편집데스크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수구꼴통 기자들보다 훨씬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새파란 8학군 기자들의 활동공간만 넓혀주는 꼴인 걸. 늙은 소악을 젊은 거악으로 대체하는 결과로 귀결될 따름인, 단순한 세력교체가 궁극적 목적인 정파적 언론민주화운동은 지양돼야 마땅하다.]


    공씨는 한국 주요매체 기자들을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새파란 8학군 기자’들이라고 공격한다. 공씨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나는 갑자기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강남부자들은 돈 많이 버니 무조건 세금 많이 내서 못 가진 사람들 당연히 먹여 살려야 한다. 그리고 이런 강남부자들 싸고 도는 것이 한나라당이고 강금실 후보며, 열린우리당이니 이런 것들 다 망해야 한다는 것이 공씨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가만히 앉아 불로소득 올리는 강남주민들은 대개 죄인이나 진배없으며 이런 자들을 비호해주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강남의 앞잡이’란 이야기나 다름없다. 하기야 한나라당은 ‘수구꼴통당’이라고 공씨가 앞장서 주장을 하니, 결국 한나라당 지지 1천만 시민들은 수구꼴통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수구꼴통’들이니 강남 앞잡이 노릇을 하지.

    극과 극은 통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씨의 논리패턴과 조씨의 논리패턴이 유사하다는 것을 보았다. 몇 년전에 나는 어떤 사람이 ‘우리 마음 안에 조갑제 씨가 들어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한마디로 극우논리, 관용정신없는 극단적인 모습을 누구나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공씨의 논리에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동조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많다고 본다. 조씨의 논리가 위험한 만큼 공씨의 논리 역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최근 지방선거 움직임을 보면 열린우리당은 공씨 식 강남 혐오논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어느 정도 여유를 찾았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음 2007년 대선에서는 다시금 공씨 식 강남 혐오논리가 판을 칠 수도 있다.

    나도 공씨와 조씨의 생각과 확실히 일치하는 부분이 하나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어두울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공씨와 조씨 같은 패턴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공씨나 조씨 같은 파시스트들의 숫자가 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사회를 좀 더 좋은 사회로 만들어 놓는 수 밖에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정권교체를 해야 하고, 우리 사회를 새로운 사회로 바꿀 정권교체가 곧 혁명이며, 혁명은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정권교체만이 살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