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교통안전시설 심의 보류, 문화재委 ‘만장일치 부결’
  • ▲ 서울역 고가 전경 ⓒ연합뉴스
    ▲ ▲ 서울역 고가 전경 ⓒ연합뉴스


    서울시가 남대문 상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의지를 밝힌 ‘서울역 고가공원화 사업(서울역 7017프로젝트)’에 대해 문화재청이 관련 심의를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고가공원 공사에 급제동이 걸렸다.

    문화재청 소속 문화재위원회는 18일, “서울시가 제출한 ‘구(舊)서울역사 주변 고가도로 보수보강 및 광장시설물 설치’ 현상 변경 신청안‘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미 수차례 안전문제가 제기된 ‘서울역 고가’를 공원화하기 위해, 올해에만 약 100억원을 투입, 총 예산 380억의 예산을 쏟아 부을 계획이었다.

    지난 5월 서울시는 서울역 고가공원화 프로젝트 국제 현상설계 공모에서 네덜란드 건축가 비니 마스(Winy Mass·56)의 '서울수목원'을 선정하고,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 안전진단 결과, 서울역 고가도로 중심부 바닥판이 크게 손상돼 있는 등, 안전상 심각한 문제점들이 발견됐다.

    문제해결을 위해 서울시는 서울역 광장과 고가를 연결하는 나선형 계단과 계단 하단부에 공원 관리동을 설치하자는 설계공모 당선자의 건의를 받아들여,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지난달 28일 문화재위 근대문화재분과위원회(위원장 윤인석)가 진행한 회의에서는, “서울역 고가도로 진입로와 시설물이 서울역 옛 역사를 가려 경관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분과위 출석위원 7명은 만장일치로 신청안을 부결시켰다.

    분과위는 서울시에 “기존 경관을 가리지 않도록 시설물 규모와 위치를 재설계하라”며 “문화재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서울역 주변의 역사와 환경 등을 계획에 반영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 ▲ 남대문시장 상인과 고가 지역 일대 주민들이 서울 태평로 시청 동편 광장에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 남대문시장 상인과 고가 지역 일대 주민들이 서울 태평로 시청 동편 광장에서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의 고가공원화 사업은 경찰 교통안전시실 심사에서도 퇴짜를 맞았다.

    경찰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서는 ‘주변지역에 대한 교통대책이 미흡하다’며, 서울역 고가공원회 사업에 대한 심의를 보류했다.

    경찰과 문화재청이 고가공원화 사업에 필수적인 관련 심의를 보류·부결하면서, 서울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상 변경안을 보완해 문화재청에 재심의를 요청할 것”이라며, “이미 서울역광장에 가건물이 들어서 있는 상태인데도, 문화재청은 새로 만들 고가공원 시설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어진 지 44년 된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공원화’ 한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대해서는, “‘예산낭비’의 전형적인 예”라는 비판은 계속 제기돼왔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13년 6월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서울역 고가도로는) 안전에 문제가 있으니 빠르게 철거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9월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하이라인 파크’를 방문한 뒤, “서울역 고가를 철거하기보다는 원형을 보존한 채 안전, 편의, 경관을 고려한 사람중심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을 바꿔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역 고가공원화 사업은, 지역 주민 및 상인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을 비롯한 인근 시민들은, 서울시의 ‘고가공원화 사업’에 대해 ‘상권 붕괴’와 ‘교통대란’, ‘노숙자 슬럼화’ 등을 이유로, 사업추진에 강한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상인들은 방치돼 버려져 있던 ‘하이라인 파크’와 달리, 제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고 있는 ‘서울역 고가’를, 대체도로도 없이 공원화할 경우, 차량의 흐름이 더욱 막힐 것이라며 심각한 교통대란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진입로 폐쇄에 따른 상권 붕괴, 인근 노숙자들의 유입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