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야당은 아마추어라 '먹고 사는 문제' 해결 능력 없다고 느낀다""朴정부 전반기 경제정책 실패 원인은 민관 협치 아닌 정부 주도 때문"
  • 새정치민주연합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가 27일 국회에서 박근혜정부 전반기 경제정책 평가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좌우는 유능한경제정당위 공동위원장인 정세균 전 대표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사진DB
    ▲ 새정치민주연합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가 27일 국회에서 박근혜정부 전반기 경제정책 평가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좌우는 유능한경제정당위 공동위원장인 정세균 전 대표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 사진DB

    박근혜정부의 임기 전반기 경제 정책이 실패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또한 경제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대안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하고 있어 이대로는 차기 대선의 전망이 지극히 어둡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새정치연합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는 27일 오후 국회에서 박근혜정부 전반기 경제정책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지난 25일로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맞이함에 따라 임기 전반기의 경제정책을 평가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유능한경제정당위의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전 대표와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윤호중 유능한경제정당위 기획위원장이 진행을 맡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우석훈 국민경제연구센터 소장이 발제를 했고,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김유찬 홍익대 교수·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우원식 을지로위원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과 한정애 의원, 강희용 부대변인 등이 토론회에 배석했다.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의 악화 속에서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매우 안 좋았기 때문에 박근혜정부를 향한 맹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 것과는 달리, 발제자들은 차분하게 박근혜정부 임기 전반기 경제 정책 실패의 이유를 짚어내면서, 경제 분야에 있어 대안 정당·수권 정당의 이미지를 주지 못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지금의 경제 위기는 일국적 위기나 지역적 위기가 아니라, 말그대로 글로벌 위기"라며 "우리의 노력 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외생변수 때문에 우리의 일국적 노력의 일관성은 제약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어려움은 누가 대통령이 됐다고 하더라도 피해갈 수 없는 환경적 변수"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설사 2012년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5년 단임의 대통령이 극복하기는 어려운 제약 요인"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를 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임을 전제로, 김상조 교수는 시장에 맡기지 않고 국가 주도로 경제 위기를 돌파하려고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스타일을 경제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상조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 대통령이기 때문에 진보 진영이 요구하는 정책 방향(재벌개혁·부자증세·최저임금 인상 등)을 따라가지 않아서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전인수"라며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합리적 보수 진영이 요구하는대로 따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인수위 보고서에서 정부 주도·민간 순응에서 민관 협치 및 소통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는데, 이후 과거(정부 주도)로 회귀했다"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대해 김상조 교수는 "진보 진영 인사들도 '박근혜 대통령이 썼기 때문에 내가 쓰기는 좀 그렇지만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사석에서 농담조로 이야기할 정도"라고 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박정희 대통령의 18년 재임 기간에도 해결하기 어려울 구조적 과제들을 5년 단임의 박근혜 대통령이 3년 만에 끝내겠다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를 향해서도 "온라인 중심이었던 창조경제를 오프라인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1년 반만에 전국 17개 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했다"며 "그 하나하나에 대기업을 매칭시키고 대통령이 직접 개소식에 참석하는 등 정부 주도형 창조경제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박근혜정부의 전반기 경제정책 실패의 원인을 자유시장 주도가 아닌 권위주의적 정부 주도에서 찾은 김상조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의 차기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상조 교수는 "2007년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무기력하게 패배했을 때 진실로 '진보의 위기'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반면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아쉽게 패배했기 때문에,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만한 변화도 없고 야당과 진보 진영은 과거의 타성으로 회귀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7년 패배보다 2012년의 패배가 진보 진영에게는 더 큰 위기"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정책에서) 실패한다고 해서 다음 선거에서 진보 진영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냉정히 선을 그었다.

    그 이유로 김상조 교수는 △진보 진영이 제시하는 가치·목표·수단들이 대부분 1987년에 형성돼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점 △수권을 해야 할 야당이 시민단체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특히 김상조 교수는 "과장을 섞어 표현하면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약 자료집을 읽어보면, 어느 부분은 어떤 시민단체의 누가 초안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라며 "문재인 캠프의 정책팀은 시민단체의 요구를 쓸어담아 열거하는 수준에 그쳤고, 정무팀은 정책 공약과는 아무 상관 없이 후보단일화 등 선거공학적 전략에 매몰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제도 정당이 이러면 안 되고, 정당정치와 시민정치는 달라야 한다"며 "대중이 야당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시민단체 연합체와 같은 아마추어적 행태로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할 능력도 없을 뿐더러, 당장 오늘의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우석훈 국민경제연구센터 소장도 비슷한 취지로 발제했다.

    우석훈 소장은 △개인은 일자리가 없고 부채만 늘어나는 악순환 △기업은 제조업의 생산능력과 가동률이 줄어드는 등 공동화 △국가는 만성적인 세입·세출의 불균형으로 국가채무가 구조화되는 등 파탄이라는 것으로 개인·기업·국가, 경제 3주체의 위기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2년 대선 공약은 반신자유주의라는 전제 하에서 제시된 것이 많은데, 2008년 이후로 국제적 경제 구조는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맞았다"며 "버전업이나 재구성이 필요한 상황인데, 여기에 필요한 논쟁이나 연구를 전면적으로 진행시키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8년째 집권에 실패하면서 자체적 정책역량·전문가 네트워크 등이 취약해져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여당이 제시한 틀에서 옵션에 약간의 변경을 가하거나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전략 등 경제 정책에서 극단적인 수비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포인트를 따기 어려워 당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석훈 소장은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길로 걸어가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적을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정책을 가지고 치뤘던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합리적 정책 정당으로의 외연 확장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심판선거론'에 경계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