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부터 30년 동안 미군의 상징이던 험비 대신 오스코시社의 JLTV 채택
  • ▲ 미군하면 떠올리게 되는 군용차 '험비'가 3년 뒤부터 퇴역할 예정이다. ⓒ제조사 AM제네럴 홈페이지 캡쳐
    ▲ 미군하면 떠올리게 되는 군용차 '험비'가 3년 뒤부터 퇴역할 예정이다. ⓒ제조사 AM제네럴 홈페이지 캡쳐


    주한미군을 포함, 미군하면 생각나는 차량 ‘험비’가 3년 뒤부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 자리에는 다목적 고기동 차량 업체로 유명한 ‘오스코시’社의 JLTV가 들어올 예정이다.

    美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오스코시의 JLTV가 25일, 록히드마틴, AM제네럴의 모델을 제치고 차기 전투차량으로 채택됐다”고 전했다.

    ‘JLTV’란 ‘합동 경량전술차량’의 줄임말로, 이 납품을 차지하기 위해 세계 최대의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 ‘험비’의 생산업체 AM 제네럴 등이 오스코시와 맞붙었다.

    오스코시와 美육군의 첫 계약은 1만 7,000대를 2018년부터 납품하는 것이다. 계약 금액은 67억 5,000만 달러(한화 약 8조 원)에 달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美국방부는 향후 25년 동안 5만 5,500여 대의 JLTV를 생산, 육군과 해병대에 보급할 예정이다. 납품 대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계약 금액도 300억 달러(한화 35조 6,000억 원)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 ▲ 오스코시에서 만든 JLTV. ⓒJLTV 홍보 영상 캡쳐
    ▲ 오스코시에서 만든 JLTV. ⓒJLTV 홍보 영상 캡쳐

    오스코시社의 존 유리어스 회장은 언론에 “우리는 광범위한 시험을 통해 방어력이 경전차 수준이고, 차체 하부 방어력이 장갑차 수준이며, 비포장 도로에서의 기동성이 랠리카 수준인 차량을 만드는 회사라는 게 입증됐다”며 한껏 자랑했다.

    오스코시社의 ‘JLTV’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된 ‘험비’는 1979년 구체적인 사양이 정해진 뒤 1985년부터 미군에 납품됐다. 이후 30년 동안 육·해·공군과 해병대에서 14만 대 이상의 ‘험비’를 사용해 왔다.

    한국 사람들에게 ‘험비’가 익숙해지게 된 계기는 1991년 걸프 전쟁 때였다. 당시 TV를 통해 생중계되다시피 한 걸프 전쟁에서 사막을 빠르게 질주하는 직사각형의 ‘험비’는 특히 남성들을 매료시켰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험비’ 제조사인 AM 제네럴은 90년대 들어 민수용 험비를 내놓았다. 하지만 군용 초기 모델과 같은 6.5리터 휘발유 엔진의 연비와 출력은 최악이었다. 이후 AM 제네럴은 민수용으로 ‘험머’라는 이름을 붙인 뒤 3.5리터 디젤엔진을 장착한 모델을 내놨다. 미군 또한 연비와 출력에 불만이 많아 후기형 험비에는 6.2리터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미군이 30년 동안 잘 쓰던 ‘험비’를 모두 교체하게 된 계기는 ‘테러와의 전쟁’ 탓이었다. 9.11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인 미군은 적의 IED(급조폭발물)이 차량 하부 또는 측면에서 폭발하면 속수무책인 ‘험비’에 불만을 갖게 됐다.

    미군은 일단 기존의 험비에 장갑판을 보강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전장에서 남아도는 포탄이나 지뢰를 이용한 IED에는 ‘험비’가 배겨날 수 없었다.

    이에 미군은 2006년 1월부터 달라진 작전 환경에 맞춰, 비포장도로에서 고기동성을 발휘할 수 있고, 차량의 상부를 제외한 모든 측면에서 폭탄 공격을 이겨낼 수 있으면서 가격도 ‘합리적’인 다목적 전술차량을 개발,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미군의 이 계획은 2006년 국회에서 승인을 받았고, 오스코시, 록히드마틴, AM 제네럴이 후보 모델을 만들어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 ▲ 2006년 당시 JLTV 후보 모델들. 이때에는 영국과 캐나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BAE도 JLTV 경쟁에 참여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2006년 당시 JLTV 후보 모델들. 이때에는 영국과 캐나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BAE도 JLTV 경쟁에 참여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경쟁이 시작된 뒤 미군의 요구 성능은 갈수록 많아졌다. 헬기로 수송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워야 하고, 비포장 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어야 하며, 수송 능력도 기존의 ‘험비’ 보다 좋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 결과 만들어진 오스코시의 JLTV는 영하 40도에서 영상 52도 사이의 기온에서도, 해발 4,0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도 정상작동하고, 56km/h로 운행하면 한 번의 주유로 560km를 달릴 수 있는, 나름대로 괜찮은 성능의 군용차로 태어났다.

    JLTV의 엔진은 GM의 6.6리터 상용 디젤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수용 엔진의 출력은 397마력이지만, 내구성 등을 감안해 300마력으로 출력을 낮췄다고 한다.

    오스코시가 만든 JLTV는 고기동 전술차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1.5미터 깊이의 강물이나 바닷물을 지나쳐 갈 수 있고, 1미터 높이의 수직 장애물을 그대로 넘어갈 수 있으며, 접근각 60도 경사의 오르막도 거뜬히 넘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미군의 요구대로 C-130 허큘리스,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에 적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CH-47 치누크, CH-53 슈퍼 스탈리온 헬기로도 수송이 가능할 정도로 가볍다고 한다. 여기다 해병대 등을 위해 배에 실을 때는 차고를 낮출 수 있는 서스펜션을 장착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방어력은 IED(급조폭발물)의 공격에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RPG-7의 고폭탄을 측면에서 직접 맞아도 큰 피해가 없으며, 대인지뢰 정도의 하부 폭발에도 끄떡없다고 한다.

    다만 속도는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다. 도로에서의 최고 속도는 112km/h로 ‘험비’와 큰 차이가 없다. 대신 비포장도로에서는 ‘험비’보다 빠른 편이라고 한다. 

  • ▲ 미군은 2015년 8월 25일 오스코시社가 개발한 JLTV를 채택했다. ⓒ오스코시 홍보 홈페이지 캡쳐
    ▲ 미군은 2015년 8월 25일 오스코시社가 개발한 JLTV를 채택했다. ⓒ오스코시 홍보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JLTV에도 문제는 있다. 가격이 비싸다. 2015년 현재 대당 추정 가격은 43만 3,500달러(한화 5억 1,130만 원) 가량이라고 한다.

    이처럼 미국은 ‘시퀘스터(자동 예산감축)’을 실행하는 와중에도 방어력을 개선한 전술차량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군의 경우 2016년부터 기아자동차가 만든 ‘소형 전술차량’을 보급할 예정이다. 이 ‘소형 전술차량’은 미군이 쓰던 ‘험비’와 비슷한 모양새로 방호력이 ‘전무’했던 기존의 ‘레토나’에 비해서는 낫다고 한다.

    하지만 IED나 지뢰, RPG-7의 공격에도 버틸 정도의 방어력을 가지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아차의 ‘소형 전술차량’은 방탄형과 일반형으로 가격이 나뉘는데, 방탄형은 대당 1억 5,000만 원 내외, 일반형은 대당 7,000~8,000만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 ▲ 한국군은 2016년부터 '한국형 험비'를 보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방탄형'과 '일반형'으로 나뉘어 있으며, 일반형의 방호력은 낮은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 5월 국방부 홍보사진
    ▲ 한국군은 2016년부터 '한국형 험비'를 보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방탄형'과 '일반형'으로 나뉘어 있으며, 일반형의 방호력은 낮은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5년 5월 국방부 홍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