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디지털국회 사이트에 ‘그래, 원균의 돌격정신으로’라는 제목의 무궁화사랑 논객(이하 무궁화사랑)의 글이 올랐다. 무궁화사랑이 쓴 ‘그래, 원균의 돌격정신으로’라는 내용의 글을 읽고 내가 생각한 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무궁화사랑 ‘햇볕정책 재원 마련 때문에 양극화 개선 안된다’

    무궁화사랑의 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노 대통령은 25일 담화에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독도를 방어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독도를 지키는 것은 입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략과 군사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해군력이 약한데 이럼에도 불구하고 해군을 동원하겠다는 것은 원균의 우둔한 돌격을 권한 선조와 다를 바 없다」

    「지금까지 반미를 부추겨왔다가 이제와서 미국에 도움을 청하는 것도 앞뒤가 안 맞고 정동영 의장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군축을 한다고 천명해 놓고도 독도를 지키겠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이다. 독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강한 군사력이 필요한데 군축을 하면 어떻게 독도를 지킨다는 이야기인가」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남북평화체제 건설을 위해 군축을 한다면 안보를 포기한다는 이야기이다. 지난 50년 간 우리가 안보를 위해 노력한 것은 일본과 중국을 견제한다는 의미도 있었는데 정동영 의장이 군축을 선언한 것은 곧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 경제는 한국과의 군비경쟁 때문에 무너졌는데 이런 북한 경제를 지탱해 준 것이 햇볕정책이다. 햇볕정책을 위한 재원마련 때문에 양극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퍼주고 양극화도 해소해야 하고 미국과의 동맹도 위태로운 상황에서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무슨 돈으로 독도를 지킬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정동영 의장은 문제있는 사람들이다」

    발에 맞추는 구두냐, 구두에 맞추는 발이냐

    구두를 살 때는 자기 발에 맞는 구두를 사서 신는다. 구두에 발을 맞춰 신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상대를 비판할 때도 구두에 발을 맞춰 신는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하면 안된다. 내가 볼 때 무궁화사랑의 노무현-정동영 비판은 발에 구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구두에 발을 맞추는 격이다.

    쉽게 설명하면 애초에 노무현-정동영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논리들을 이리저리 억지로 끼워 맞춰 어색하기 짝이 없는 글이 되었다. 이제부터 무궁화사랑의 주장을 비판하도록 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노력을 다 동원해서 독도를 지킨다고 말했다. 대통령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무궁화사랑은 독도 해상에서의 군사충돌 가능성을 이야기했으나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리고 무궁화사랑은 미국이 노무현 정권을 위해 독도를 지켜주겠느냐고 비판하지만 이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어차피 노무현 정권은 2007년에 교체된다. 독도 주변 해역에서 한국과 일본이 충돌을 빚는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성가신 문제가 생기는 것이 되므로 노무현 정권의 존재와 관계없이 갈등을 막으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무궁화사랑은 정동영 의장의 군축 발언을 문제삼았다. 한마디로 지금도 해군력이 부족한데 군비를 축소하면 어떻게 독도를 지킬 것이냐는 이야기이다. 이런 논리는 노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금도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한나라당 말대로 세금을 조금 걷으면 어떻게 빈자들을 돕겠느냐고 묻는 논리나 똑같다.

    제대로 군축하면 한국군은 더 강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스케일링을 하면 이가 약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케일링은 치석을 깎아내는 것일 뿐이지 이를 깎아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다. 군축도 제대로 하면 오히려 한국군의 힘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이 점에 있어서는 무궁화사랑에게 군사평론가 지만원 박사의 글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선진국의 군대는 하나같이 적은 병력인 ‘작은 군대’다. 그러나 한국군보다 강하다. 물론 국방비는 우리보다 더 많이 쓰는 경우가 많지만 국방비를 적게 쓰고도 강한 군대를 만드는 방법은 많이 있다. 당장 대표적으로 북한의 사례를 보라. 북한은 우리보다 훨씬 적은 국방비를 쓰면서도 우리보다 여전히 전력이 강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지만원 박사의 저술을 읽어 보기 바란다.

    지만원 박사의 저술을 읽어보고 난 다음에는 ‘언제 될 지도 모르는 남북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군축을 한다면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라는 주장이 엄청난 논리적 비약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주장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FTA를 맺으면 농민과 서비스업 종사자 등 서민들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는 발상과 비슷한 논리적 비약이다.

    그리고 무궁화사랑은 정동영 의장이 ‘햇볕정책을 위한 재원마련 때문에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은 전혀 생각 못한다’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양극화의 본질은 국민 간 경쟁력의 차이다. 한마디로 능력있는 사람은 돈을 잘 벌지만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너무 돈을 못 벌어서 문제란 이야기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돈을 잘 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급선무다.

    ‘무궁화사랑’이 무궁화사랑이란 필명을 쓰는 이유는 열성 박근혜 지지 논객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햇볕정책에 대한 입장에 있어서는 박근혜 대표의 생각과 무궁화사랑의 주장이 서로 다른 듯 하다.

    박근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국가발전에 더 많이 기여해 달라’

    데일리안 2005년 6월 14일자 기사를 보자. 「한나라당 ‘DJ는 잘했어’ 호남 구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박근혜 대표가 신라호텔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행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김 전 대통령은 남북문제와 국가발전에 더 많이 기여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표가 햇볕정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근거다. 그런데 열성 박근혜 대표 지지 논객인 무궁화사랑은 ‘햇볕정책을 위한 재원마련 때문에 양극화가 해소 안 된다’라고 말한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 박근혜 대표는 2004년 8월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헌법에 명시된 가치 등을 성실히 지키며 남북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기사는 박근혜 대표와 김대중 대통령의 대화 중 큰 의견차이가 없었다고 적고 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 때문에 양극화해소가 안된다고 무궁화사랑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박 대표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무궁화사랑은 그 다음부터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에 대해 계속 비꼬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양극화 해소, 행정도시, 북한 퍼주기 등등 돈 들어갈 곳이 많은데 어떻게 독도를 방어할 군사력을 확충하겠느냐는 공격이다. 행정도시 문제는 한나라당도 합의해 준 문제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군축과 햇볕정책이 해군력 증강과 큰 연관관계없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에 더 언급하는 것이 의미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더 이상 햇볕정책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지 않다. 햇볕정책 소요비용 때문에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말은 한나라당이 감세론을 주장한다고 한나라당이 강남부자당이라고 우기는 것이나 마찬가지 논리다.

    무궁화사랑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을 비판하려거든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논리로 비판을 하라. 독도 문제와 관련된 비판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의장을 비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억지로 꿰어 맞춘 글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