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권 행사할 문재인에 환심?… 박지원 강력 반발 "文에 대북송금 특검 왜 했나 묻고 싶어"
  • 김만복 전 국정원장(사진 가운데)이 4일 펴낸 회고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폄훼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야권 내부에 소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6년 국정원장에 임명된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로 들어서고 있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DB
    ▲ 김만복 전 국정원장(사진 가운데)이 4일 펴낸 회고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폄훼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야권 내부에 소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6년 국정원장에 임명된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로 들어서고 있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DB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최근 펴낸 회고록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대북 성과를 폄훼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야권에 소란이 일고 있다. 6·15~대북송금 특검~10·4로 연결되는 일련의 과정은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예민한 문제이며 지난 2·8 전당대회에서도 논란이 됐던 사안이기 때문에, 친노와 비노 사이에 또 하나의 전선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무현정권 말기였던 2006년 11월부터 2008년 2월까지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하며, 2007년 10월의 이른바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10·4 공동선언 등에 관여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4일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정책실장 등과 함께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이라는 회고록을 펴냈다.

    김만복 전 원장은 이 회고록에서 북한 김정일의 입을 빌려 "6·15 공동선언은 그저 상징화된 빈 구호가 되고, 빈 종이, 빈 선전갑"이라고 지칭했다. "좋은 거 하나 내자고 자꾸 독촉을 해서 6·15 공동선언"이라는 표현도 들어갔다.

    회고록 곳곳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대목을 삽입하는 등 전체적으로 DJ 재임기의 남북 접촉의 성과를 폄훼하고, 노무현 재임기의 남북 접촉의 성과를 과장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2000년 6월 이른바 제1차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으며 DJ를 수행해 방북했던 새정치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지원 전 대표는 회고록 내용이 일부 사전 공개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6·15 선언을 빈 선전갑 등으로 폄훼한 것은 DJ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참여정부가 대북송금특검으로 남북관계를 악화시켰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역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왜 지금 이 순간 6·15와 DJ를 폄훼하는가"라며 "혹시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튿날인 2일과 3일에도 계속해서 "김만복 전 원장은 퇴임 직후에도 일본 세카이와 인터뷰로 문제가 많았다"며 "불필요한 발언을 계속하면 내가 밝힐 것을 밝히겠다"고 공개 경고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 1월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대표의 대북송금 특검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투석을 시작했고, 자신도 눈을 잃었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 1월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대표의 대북송금 특검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투석을 시작했고, 자신도 눈을 잃었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히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야권에서는 김만복 전 원장이 지금 이 시기, 하필 친노와 비노 사이에서 가장 예민한 사안을 건드린 것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김대중정부에서의 6·15, 그리고 노무현정권이 들어선 뒤 대북송금 특검과 10·4로 이어지는 과정은 실제로 친노와 비노 중에서도 특히 동교동계 사이에서 예민한 문제이며, 지난 2·8 전당대회에서도 논란이 됐었다.

    올해 1월 28일 새정치연합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 진행된 MBC 〈백분토론〉에서 박지원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 "소주 한 잔 마시면서 왜 대북송금 특검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당시 당에서도, 국무회의에서 장관들도 다 반대했는데 왜 대북송금 특검을 했는지 진짜 궁금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같은 달 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대북송금 특검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은 투석을 시작하고, 내 눈이 이렇게 됐다"며 "대법원에서 무죄가 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도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고 친노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친노들 사이에서 6·15에 대한 폄하 인식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김만복 전 원장의 회고록은 그러한 인식이 자연스레 문자화됐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비노에서는 10·4가, 재임 중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초조함에 쫓겨 정권 말기에 벌인 별 의미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박지원 전 대표는 노무현정권이 끝장난 직후인 2008년 6월 11일 서울대 특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DJ와 차별화를 위해 옹졸한 정치적 계산을 했으며, DJ에게 정치적 타격을 줘야겠다는 음모로 정치자금 관계를 조작했다는 믿음을 지울 수 없다"며 "노무현정권 5년은 박지원 징역 5년"이라고 토로했다.

    친노와 결별하고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지난달 20일 신당창당 선언문에 6·15만 수차에 걸쳐 반복 강조했을 뿐 10·4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이 제기되자, 천정배 의원은 "가장 먼저 획기적인 전기였던 6·15를 언급했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민감한 쟁점이 다시 발화하게 된 것은 김만복 전 원장의 개인적인 정치 욕심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만복 전 원장이 내년 4·13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기장을 출마를 노리고 있어, 공천권을 행사할 친노 문재인 지도부의 환심을 사기 위한 구애 행각을 했다는 분석이다. 친노에 힘을 싣고 비노에 타격을 가할 내용을 공공연히 회고록에 담은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

    향후 논란의 지속 및 확산 여부에 야권의 촉각이 쏠린 가운데, 일찌감치 '정치적 의도'를 경고했던 박지원 전 대표는 한 종합편성채널과의 통화에서 "(밝힐 것을 밝히겠다는 내용은) 이야기 안 하겠다"면서도 "(이야기)하면 (김만복 전 원장이 더 이상은 발언을) 못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