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강남이나 이태원 클럽 등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84명을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상단 사진은 피의자들 중 한명의 집 화장실 서랍장에서 발견된 대마초 흡입기구. 하단 사진은 범행에 사용하고 남은 알약 형태의 엑스터시.   ⓒ 연합뉴스
    ▲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강남이나 이태원 클럽 등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84명을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상단 사진은 피의자들 중 한명의 집 화장실 서랍장에서 발견된 대마초 흡입기구. 하단 사진은 범행에 사용하고 남은 알약 형태의 엑스터시.   ⓒ 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안선모 마약2팀장은 3일 오전 혜화경찰서에서 지난 4월부터 시작한 마약단속 수사 결과를 프리핑하며 "마약을 밀반입해 투약한 혐의로 남녀 유흥업 종사자, 원어민 교사, 강사, 연예인, 대학생 등 12명을 구속하고 7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힌 뒤, "연기자 L씨 등 7명은 들여온 마약류를 같이 투약한 혐의로 검거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이 마약 관련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힌 연예인 중엔 지난달 19일 엑스터시와 케타민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투약하고 밀반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탤런트 주지훈과 윤설희, 모델 예학영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그렇다면 새로 추가된 연예인 혐의자는 4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경찰은 "검거한 혐의자 중, 처음엔 몰랐으나 조사 결과 한 때 유명 아이돌 그룹 출신 여가수로 밝혀진 사실이 있다"고 전하며 "최근 3~4년간 거의 활동을 하지 않은 점을 감안,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분류했었다"고 전했다.

    따라서 앞서 안 팀장이 밝힌 7명에는 문제의 아이돌 그룹 출신 여가수가 포함됐던 것으로 보이며 결론적으로 경찰이 추가로 적발, 불구속 입건한 연예인은 공중파 방송에 출연 중인 연기자와 또 다른 연기자, 언더그라운드 가수 각각 1명 씩 총 3명인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번 수사 선상에 오른 연예인은 총 6명으로 연기자 4명, 가수 1명, 모델 1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혐의자는 모델 예학영, 연기자 주지훈, 윤설희 정도다. 나머지 연기자 2명과 가수 한 명은 오리무중인 셈.

    그러나 경찰은 연예인 혐의자 중 한 명의 성을 거론, 일종의 단서를 남겼다. 안 팀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이미 알려진 주지훈 등의 이름을 거론치 않고 "연기자 L씨"라고 분명히 성을 얘기한 뒤, "L씨 등 7명은 들여온 마약류를 같이 투약한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SBS '8시뉴스'는 3일 방송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유명 연기자 A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 "경찰은 A씨가 두 달 전에 적발된 영화배우 주지훈처럼 외국에서 몰래 들여온 마약을 건네받아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에서 언급한 특정인의 성을 A씨라고 에둘러 보도한 것.

    하지만 SBS는 이날 안 팀장의 브리핑 동영상을 소개하며 "L씨"라고 힘주어 말하는 안 팀장의 발언을 여과없이 방영하는가 하면 이어진 편집 영상에선 L씨가 한 시상식에 나와 수상 소감을 전하는 장면을 동시에 내보내 눈썰미가 있는 시청자라면 금방 눈치챌 수 있도록 교묘한(?) 형태로 보도했다.

    문제는 마약수사대와 SBS가 자신있게 공개한 L씨의 혐의가 과연 사실일지에 대한 여부다.

    비근한 예로 지난 2002년과 2008년, 그리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마약수사대의 수사선상에 올라, 아무런 사전 양해도 없이 체모를 뽑히는 수모를 당해야 했던 가수 구준엽을 들 수 있다.

    견디다 못한 구 씨는 지난 달 6일 기자회견을 자청, 자신의 무죄와 억울함을 호소했는데,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 구 씨는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로부터 체모에 대한 마약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구 씨는 "정작 내게는 지금껏 경찰이 아뭄런 통보도 해주지 않았다"며 "인터넷에 뜬 기사를 보고서야 검사 결과가 나왔음을 알았다"고 한 언론에 토로한 바 있다.

    이에 한 네티즌은 이날 마약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아 "물론 L씨가 경찰 측 주장대로 '확실한 혐의자'일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로 구 씨처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단순한 제보나 심증만으로 건드렸을 가능성도 있다"며 "경찰이나 언론 모두 보다 신중한 사실 확인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달 마약 밀반입 혐의로 기소된 윤설희는 이번 경찰 수사 결과 추가로 적발된 연예인들에게도 마약을 건내온 것으로 드러나 연예가에 숨겨진 전문적인 '마약공급책'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윤설희는 영화 타짜, 이장과 군수, 색즉시공2, 바람 피기 좋은 날 등에 출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