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2001년 미국서 北 망명정부 세우려… 미국 강연 초청 김대중 정부가 반대
  • 2000년 6월 북한 김정일을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뉴데일리
    ▲ 2000년 6월 북한 김정일을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뉴데일리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생전에 북한에 남아있던 장성택과 '북한 민주화 혁명'을 도모했지만 김대중 정부가 이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김대중 정부가 황장엽 전 비서를 억압하고 탄압했다는 증언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열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20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황장엽 전 비서는 생전에 
    중국과 장성택의 역할에 대해 상당히 많이 강조했다"며 "황 전 비서는 일본은 물론 중국에 상당한 인맥을 두고 있었는데, 이를 활용해 장성택을 앞세워 북한 민주화를 도모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특히 황 전 비서는 '장성택이 개혁개방을 성공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장성택이 정권을 잡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당시 황장엽 전 비서는 장성택과 연락을 했지만, 이런 것을 당시 김대중 정부가 방해했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어 "정부가 대외활동 금지, 공작활동 금지 등으로 황 전 비서의 활동을 방해했으니 결국 북한 민주화 도모를 방해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 때문에 황장엽 전 비서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통일의 적'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중에 장성택이 총살당하는 것을 보면서, 황장엽 전 비서가 비밀리에 장성택과 민주화 혁명 추진을 한 것이 연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지난 2001년부터 매주 한 차례씩 황장엽 전 비서와 북한문제, 철학문제 등에 대해서 토론을 하면서 각종 이야기를 여러 차례 나눈 바 있다. 김덕홍 씨 외에 황 전 비서와 김대중 정부의 대우 등에 대한 비화를 알고 있는 생생한 증인인 셈이다. 


  • 지난 2013년 12월 북한 장성택이 고문을 당한 뒤 군사재판 피고인석으로 끌려가는 모습. ⓒ뉴데일리
    ▲ 지난 2013년 12월 북한 장성택이 고문을 당한 뒤 군사재판 피고인석으로 끌려가는 모습. ⓒ뉴데일리

    하 의원은 "황장엽 전 비서와 장성택은 서로 자식 간의 혼인관계로 인한 먼 친척"이라고 말했다.

    앞서 1997년 황 전 비서와 함께 망명한 북한노동당 간부출신인 김덕홍 씨는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장엽 전 비서는 김대중 정부에게 탄압을 당했고, 황장엽 전 비서가 지난 2001년 미국에서 망명정부를 세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태경 의원은 "김덕홍 씨의 증언 중에 일부는 사실이다"며 "황장엽 선생이 김대중 정부를 적으로 간주했던 것도 사실이고, 미국에서 강연 초청을 받았는데 김대중 정부가 반대해서 참석을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은 "황장엽 선생의 측근 그룹에서 황장엽 선생의 미국 망명을 제안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황 선생이 이 땅에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거부했었다"며 "또 김대중 정부의 탄압 때문에 당시 북한 고위층의 한국 망명이 대폭 줄었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고 김덕홍 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황장엽 전 비서가 미국으로 망명해 망명정부를 세우는 문제를 한때 검토한 적이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이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뜻을 어느 정도 시점에서 이건 길이 아니라고 완전히 접었다"고 부연했다.

    그 뜻을 접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남쪽으로 온 것에 대해서 자기를 망명객이라고 부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셨다"며 "'나는 내 조국의 북쪽에서 남쪽으론 온 것이다, 망명한 게 아니다, 그리고 통일되었을 때 대한민국 정부만 있으면 되는 거지, 새로운 망명정부가 필요하지 않다, 대한민국 정부 주도로 통일이 되는데 무슨 망명정부가 필요하냐?'는 말씀을 어느 시점이후부터 계속 했다"고 증언했다. 황 전 비서가 망명정부를 세울 생각은 했지만 결국 그 생각을 접게 된 이유는, 정통성은 대한민국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태경 의원은 나아가 "국회에서도 당시 김대중 정부가 황장엽 선생을 어떻게 억압하고 탄압했는지 그 실상을 명백히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황장엽 선생은 돌아가셨지만, 과거 정부에서 탄압받았다는 것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 고위급들이 '한국에 가봐야 찬밥 신세다'며 한국에 안 가려고 한다"며 "이런 얘기들은 우리 입장에서는 통일을 추진하는 일에 있어서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고위급들이 한국에 오더라도 과거처럼 탄압당하는 일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시의 진상에 대해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국정조사 요구 취지를 설명했다.

    북한 주체사상 이론가로 알려진 황장엽 전 비서는 지난 1997년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망명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황장엽 전 비서에게 장관급 예우를 했지만, 이후 북한에 우호적인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신병 보호를 이유로 대외활동 금지 등의 정책을 펴며 황 전 비서를 사사건건 고립시켰다.

    김대중 정부가 북한 민주화 혁명 도모의 작업을 막았다는 증언에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됨에 따라 DJ정부의 황장엽 탄압 논란이 또다시 증폭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