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中철도부 부채, 거품 꺼지면….
  • ▲ 데이비드 캐머런 英총리 방중 당시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와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데이비드 캐머런 英총리 방중 당시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와 악수하는 모습. ⓒ뉴시스-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20일(현지시간)부터 닷새 동안의 일정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하고 있다. 영국 왕실과 정부는 시진핑 中공산당 총서기를 극진히 대접하고 있다. 영국 우파 언론은 이를 ‘아첨 외교’라고 비난하지만 영국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덕분일까. 中공산당이 관리하는 중국광핵그룹과 중국핵공업은 영국 서남부에 건설할 예정인 240억 유로 규모의 힝클리 포인트 원전 건설에 110억 유로를 투자하고 건설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영국 언론들은 中공산당이 ‘고속철 사업(HS2)’에도 대규모 투자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년 만에 세계 최대 철도수출국가 성장한 중국


    대부분의 한국 언론들은 中공산당의 영국 투자 규모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 매체들의 시선은 ‘철도’, 그것도 ‘고속철’을 향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철도 및 열차 수출국가다. 2015년 중국 주재 KOTRA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中칭다오 주재 KOTRA 측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2014년 말 기준 중국의 철도 설비 수출은 37억 4,000만 달러에 달한다. 세계 80여개 나라에서 중국산 열차나 철도 설비를 사용 중이라고 한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의 열차 관련 수출은 2001년 8,000만 달러 이하였으나 이후 연평균 34.7% 성장했다고 한다. 이는 같은 시기 중국 수출 성장속도 16.5%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기관차 수출은 2014년에만 전년 대비 19.3% 성장할 정도로 폭발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 ▲ 용접작업 전의 고속철용 레일을 늘어놓은 모습. ⓒ뉴시스-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용접작업 전의 고속철용 레일을 늘어놓은 모습. ⓒ뉴시스-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KOTRA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에 해외 348개 철도건설사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는 2013년의 235개 사업 참여보다 113곳이 더 증가한 것이다. 2014년까지의 누적 계약액은 247억 달러, 거래 완료된 수출액은 76억 달러나 된다고 한다.

    중국의 철도 관련 수출 품목들을 살펴보면, 철로, 기관차, 객차가 전체의 57.7%를 차지하고, 이어 철도용 레일과 선로 고정장치, 철도 교통관리 설비 및 부품이 뒤를 잇는다고 KOTRA는 분석했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산 철도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ASEAN 국가들이었으며, 이어 아르헨티나, 호주, 미국, 브라질, 남아공, 에티오피아 순이었다고 한다.

    中공산당 철도 세일즈의 선봉은 ‘고속철’


    KOTRA 측은 “중국은 2006년 7월 고속철 관련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소화해 200km/h로 달릴 수 있는 고속철도를 국산화해 대량생산에 돌입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은 2007년 12월 300km/h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고속철을 개발, 이를 국내에서 시험운행하기 시작했다. 2010년 8월에는 380km/h의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고속철을 출시했고, 2011년 6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운행하기 시작했다.

    2011년 7월 하순, 고속철이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中공산당의 ‘고속철 개발’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2015년 1월 中관영매체들은 “중국의 고속철 총 연장이 1만 8,000km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첫 운행 5년 만에 세계 최대의 고속철 운영국가가 된 것이다.

    KOTRA는 “2013년 말 기준, 중국 철도의 총연장이 10만 km를 돌파했으며, 이 가운데 고속철도는 1만 km를 넘겨, 세계 최장의 고속철 운영국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 ▲ 중국의 고속철도망 지도. 中공산당은 서쪽 내륙 개발을 위해 고속철을 끊임없이 놓고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중국의 고속철도망 지도. 中공산당은 서쪽 내륙 개발을 위해 고속철을 끊임없이 놓고 있다.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철도에 대한 中공산당의 집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1년 11월 시진핑이 차기 지도자로 추대된 뒤부터 中공산당은 본격적인 ‘철도 세일즈’에 나선다. 그 중에서도 고속철은 핵심 수출 품목이었다.

    시진핑이 직접 진두지휘를 하며 고속철 수출에 나선 결과 다른 나라들이 하나 둘 중국 고속철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2014년 6월에는 마케도니아와 고속철 판매 협약을 체결했고, 이어 7월에는 터키에 앙카라에서 이스탄불을 잇는 고속철 2기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중국에게는 첫 해외 고속철 공사였다.

    같은 해 11월 중국은 멕시코 기업 4곳과 합작 회사를 세워 멕시코 고속철 사업을 수주한다. 이로써 시진핑과 中공산당의 ‘고속철 세일즈’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저우추취(走出去)’가 이뤄지는가 싶었지만, 곧 사업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고배를 마신다.

    하지만 中공산당은 다른 곳에도 이미 ‘떡밥’을 뿌려놓은 상태였다. 그 결과는 2015년 언론 보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28일 英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 국영 ‘중국중차(CRCC)’가 나이지리아에서 35억 달러, 짐바브웨에서 19억 달러 규모의 고속철 사업 계약을 따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계약은 2014년 11월 CRCC가 나이지리아에서 따낸 102억 달러 규모의 철도건설 계약에 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3일 中관영매체 ‘인민망’은 독일 국영철도 ‘도이치반’이 오는 10월 베이징에 구매 사무실을 차리고 中고속철 회사인 ‘중국중차(CRRC)’와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향후 3~5년 이내에 중국이 ‘도이치반’의 기관차, 부품 구매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독일 언론들도 “CRRC의 생산능력이 세계 기관차 시장 수요의 절반 수준에 다다를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도이치반’에 기관차와 각종 부품을 공급해 온 지멘스는 이 국제적 라이벌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언론들은 또한 “중국 고속철이 조만간 러시아에도 수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이 中상하이에서 열린 철도포럼 행사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첫 고속철도 건설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한 점을 거론하며 중국 CRRC가 러시아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모스크바-카잔 고속철 건설에 참여 중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언론들은 “중국 고속철이 공산당의 지원에 힘입어 대규모 수출을 추진하고 있고, 제품 품질이 예전과는 전혀 다르다”는 ‘도이치반’ 임원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인 지난 9월 17일, 中매체들은 中공산당 중앙재경 영도소조 판공실 관계자를 인용, “중국과 미국이 고속철 건설을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면서 “중국이 370km 연장의 LA-라스베가스 고속철 사업에 참여, 미국에 첫 고속철을 수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중국과 미국 기업이 LA-라스베가스 고속철 건설을 위한 컨소시엄을 만들기 전에도 중국의 대미 진출 노력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中CRRC는 4년 동안 미국 기업과의 합작을 위해 협상을 하는 한편, 철도 관련 수출에도 노력해 2014년에는 보스턴 교통당국에 지하철 객차 284량, 5억 6,600만 달러 상당을 납품하는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도 중국 철도업체가 미국의 첫 고속철 사업에 진출하는 데 대해 크게 반발하지 않는 분위기다.

    美블룸버그 통신은 2015년 7월 현재 중국이 운영하는 고속철 연장이 1만 7,000km를 넘겼다면서 “고속철 분야에서 중국은 일본을 이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美中 합자회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370㎞ 구간의 고속철의 건설에서부터 관리까지 맡게 된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첫 번째 고속철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는 것에 크게 의미를 부여한다. 해당 공사는 2016년 9월 말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완공시점과 투입 비용 등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보는 中고속철의 폭발적 성장, 실상은….

    이 같은 중국 고속철 산업의 놀라운 성장은 ‘미래성장동력’을 못 찾고 있는 한국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중국의 고속철도 관련 생산액은 4,000억 위안(한화 약 71조 2,300억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현재 고속철 사업을 통해 협력하고 있는 나라만 20개가 넘는다고 한다.

    KOTRA가 분석한 중국 고속철의 장점은 한국 기업이나 언론들도 상당 부분 공감하는 대목이다. 우선 시공기간이 선진국의 75% 수준으로 매우 빠르고, 자국 내에서만 총 연장 1만 8,000km의 고속철 공사를 진행하면서 숙련된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건설 공사에 드는 비용이 1km 당 1,700만 달러에서 2,100만 달러 수준으로 EU나 미국과 비교해 절반 수준도 안 된다는 점 등이 큰 강점으로 꼽힌다.

    여기다 고속철 사업을 관리하는 中공산당 관련 부처가 밝히듯 ‘저우추취(走出去)’ 전략에 따라 간단한 부품에서부터 핵심 모터까지 직접 디자인, 제조, 시공을 할 수 있도록 수직계열화해 움직이는 것도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KOTRA 측은 중국 고속철 사업을 분석한 뒤 “세계 각국은 2020년까지 1만 9,000km의 고속철을 건설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고 8,000억 달러를 투자하려 한다”면서 “세계 50개국이 중국과 고속철 사업에서 협력하려 한다”는 점을 들어, 이 시장에서 중국 고속철이 눈부신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중국 고속철의 ‘겉모습’은 한국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하다. 삼성과 LG로 대표되는 전기전자, 세계 1~3위의 업체가 포진해 있는 조선, 폭스바겐, GM과 수위를 놓고 경쟁하는 현대기아차가 갈수록 성장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더더욱 그렇다.

  • ▲ 중국 고속철의 모습. 중국은 세계 1위의 고속철 운영국가다. ⓒ뉴시스-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고속철의 모습. 중국은 세계 1위의 고속철 운영국가다. ⓒ뉴시스-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중국 고속철의 실상을 보면 그리 부러워할 일만도 아니다.

    중국 고속철 제조 및 시공기업은 모두 국영기업이다. 엄밀히 말하면 中공산당 소유의 기업이다. 이들이 중국에서 불과 5년 만에 1만km 이상의 고속철을 건설하고, 이를 내세워 전 세계 각국으로 진출, 현지에 대규모 투자까지 하면서 고속철 산업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공산당 소유 기업’이라는 데 있다.

    中공산당이 관리하는 철도부는 중국 고속철 산업을 관리하는 정부부처다. 그런데 中철도부는 지금까지 국내 고속철 건설과 해외 고속철 합작투자 및 건설에 드는 비용에 ‘보증’을 해줬다. 여기에는 담보율이나 부채상환능력 등은 중요하지 않았다. 中공산당 지도부의 ‘의지’면 수십억 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었다. 흔히들 말하는 ‘그림자 금융’이었다.

    中공산당이 ‘아시아 패권 장악’과 ‘내륙 개발’을 위한 핵심전략으로 철도 산업 발전을 내세우면서 철도부의 부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언론들은 “中철도부가 유동성 위기로 8,000억 위안(한화 약 136조 원)의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2011년 8월 언론들은 “中철도부의 부채는 2조 위안(한화 약 350조 6,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전했다. 2012년 11월에는 “中철도부의 부체가 2조 6,600억 위안(한화 약 473조 6,900억 원)을 넘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2013년 말에는 中철도부 부채가 3조 위안(한화 약 534조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2014년부터는 中철도부의 부채에 대한 소식이 아예 없다. 모르기는 몰라도 이제는 부채가 총 자산 규모를 넘어선 상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中철도부는 대체 왜 이렇게 많은 부채를 떠안게 됐을까. 이유는 앞서 말한 ‘그림자 금융’의 문제, 보다 구체적으로는 中공산당 지도부의 ‘비전 없는 미래전략’에서 기인한다.

    中공산당은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 전체 인구의 80% 이상인 비당원과 인구의 절반 이상인 농민공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관치금융’을 통한 개발 및 수출 전략을 시행해 왔다. 이 가운데서도 국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 바로 무분별한 건설 사업이었고, 그 가운데서도 고속철 사업과 신도시 사업이 핵심이 된 것이다.

    하지만 중국 내수시장을 보고 투자할 국제자본이 있을 리 만무했다. 결국 中공산당은 ‘그림자 금융’과 함께 엄청난 외화보유고를 활용해 사업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다른 나라를 속이기 위한 ‘부정회계’는 필수였다.

    中철도부의 경우 공산당 소유의 철도기업들을 통폐합하면서, 그들의 부채를 모조리 끌어안은 것을 물론 공산당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고속철 사업 때마다 ‘지불보증’을 해주게 된 것이다.

    즉 中공산당이 자랑하는 중국 고속철은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모두 빚을 내서 건설한 ‘모래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中 고속철 투자에 희희낙락한 나라들, 미래의 교훈은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들은 中공산당이 돈을 싸들고 와서 자기네 나라에 고속철을 지어준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영국이나 미국도 그럴까.

    영국, 미국, 호주, 러시아 등은 中공산당의 무분별한 고속철 건설 및 투자를 지켜보며 “그래, 열심히 만들어줘라. 우리는 너희가 만든 철도만 챙기면 된다”는 속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1985년 ‘프라자 합의’ 이후 일본이 거품경제에 취해 미국 부동산 시장을 사들일 때 미국이 보인 자세를 배운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즉 중요한 기술은 팔지 않지만, 가져갈 수 없는 자산인 부동산 등을 사들인다면 마음대로 사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내수시장 활성화와 연구개발에 투입한다는 전략이었다.

    1990년대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진 뒤 일본인들은 미국에 있는 대형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큰 손해를 입었다. 최근 中공산당의 고속철 세일즈 또한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하지만 제3세계 국가들은 이런 투자구조에 대한 이해가 낮은 편이어서, 中공산당의 말만 믿고 있다가는 미래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또 한 번 뼈저리게 배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