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노력에도, 미국 '신변보호' 약속에도 황장엽 '미국 방문' 가로막은 이상한 정부
  • 2000년 6월 북한 김정일을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뉴데일리DB
    ▲ 2000년 6월 북한 김정일을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뉴데일리DB



    김대중 정부가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北민주화 혁명' 도모를 방해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황 전 비서가 DJ정부로부터 부당한 억압과 압력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황 전 비서의 미국 초청을 6년 간 끊임없이 시도했던 한 비정부기구 회장으로부터 "김대중 정부는 당시 황 전 비서가 북한의 참혹한 인권 실태를 폭로하는 것에 전적으로 반대했고, 황 전 비서의 미국 방문을 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수전 숄티(Suzanne Scholte) 디펜스 포럼 재단(Defense Forum Foundation) 대표는 최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실과 뉴데일리가 공동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황장엽 전 비서는 미국 방문을 하지 못하게 하는 강한 압력 아래 있었다"며 DJ정부의 방미(訪美) 방해 논란을 입증할 만한 증언을 제시했다. 

  • 수전 숄티(Suzanne Scholte) 디펜스 포럼 재단(Defense Forum Foundation) 대표ⓒ뉴데일리DB
    ▲ 수전 숄티(Suzanne Scholte) 디펜스 포럼 재단(Defense Forum Foundation) 대표ⓒ뉴데일리DB

    대표적인 세계 북한인권 운동가인 숄티 대표는 1997년 황 전 비서가 대한민국에 입국했을 당시부터 황 전 비서의 미국 방문을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김대중 정부 집권 5년 동안 황 전 비서의 미국행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황장엽 전 비서의 방미가 좌절된 이유와 당시 한국과 미국의 입장을 그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인 셈이다.


    하태경 의원은 최근 황장엽 전 비서의 미국 방문을 누가 막았는지의 논란을 두고 정치권에서 진실공방으로 번지자 숄티 대표에게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숄티 대표는 황 전 비서의 신변보호를 약속했던 미 국무부 공식 서한 문서를 하태경 의원실에 공개하면서, "미국이 초청을 안 받아줬다"는 DJ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뉴데일리는 수전 숄티 대표에게 "2002년 1월 미국 국무부로부터 신변보호 보장 서한을 전달받았음에도 왜 한국 정부는 황 전 비서의 미국행을 추진하지 않은 것인지, 김대중 정부는 임기 5년동안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에 대해 추가 질문을 보냈다.

    수전 숄티 대표는 답신에서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집중하기를 전혀 원하지 않았고, 김대중 정부는 북한 내 참혹한 인권침해 상황을 부각시키거나 폭로하는 우리 재단의 그 어떤 시도에도 전적으로 반대했다(중략...DJ KIM was totally oppsed to any focus that elevated or exposed the horrific human rts violations in nk.)"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황 전 비서를 몇 번 초청했느냐는 질문에 "황 선생님을 처음 초청한 것은 1997년이었다. 그 후 저는 지속적으로 황 선생님을 초청하기 위해 시도했다"며 "1년에 한번은 초청장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수전 숄티 대표는 특히 김대중 정부로부터 자신까지도 압력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 모든 기간 동안 저에 대해서도 줄곧 상당한 압력이 있었음을 말씀드립니다"며 "황 선생님의 방미에 대한 협상을 위해 한국대사관을 방문할 때면, 상당한 수의 한국측 외교관들이 테이블 한 면에 줄지어 앉았고, 그 반대편에는 저 혼자이곤 했다"고 회상했다.

    김대중 정부가 황 전 비서는 물론 북한 인권 실태 폭로에 앞장서는 수전 숄티 대표에게마저 상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는 또 "2001년 7월에 황 선생님의 방미가 확정됐고, 우리는 모든 황 선생님의 방문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었다"며 "그리고 나서 급작스럽게 황 전 비서의 방문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숄티 대표는 그러면서 "이후 저는 한국을 방문하게 됐고 황 선생님을 만나뵙게 되었는데, 그분이 미국을 무척이나 방문하고 싶어하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저는 그분이 방문하지 못하게 하는 강한 압력 아래 계셨다고 믿는다(I believe Hwang was under great pressure not to come.)"고 강조했다.

    황장엽 전 비서가 북한의 실상과 전략을 미국에 전달하기 위해 미국 방문을 여러 차례 시도했고, 수전 숄티 대표가 황 전 비서의 미국 초청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김대중 정부는 신변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각종 압력을 행사, 끝내 황 전 비서의 미국행을 허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황 전 비서는 김대중 정부가 끝난 2003년 10월에야 미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 후 정부(노무현 정부)는 왜 황 전 비서의 미국행을 허락한 것일까.

    이에 대해 수전 숄티 대표는 "우리 재단이 국무부로부터 해당(신변보호) 서한을 확보하게 되자, 한국정부로서는 더 이상 황 선생님의 방미를 막을 핑계거리가 없어지게 되었고, 결국 황 선생님의 방미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한국 측이 결국 황 선생님 방미에 동의하게 된 것은 북한문제에 대한 저의 진심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믿는다"며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도 아니었고, 조국에서 고통받는 사랑하는 자신의 동포들을 위해 발언하고자 하는 한 용감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었기 때문(it was not about politics, it was just about giving a brave man the chance to speak out for the beloved people suffering in his homeland)"이라고 역설했다.

    수전 숄티 대표는 아울러 "황 선생님과 저는 그 뒤로 매우 가까운 친구가 되었고, 제가 한국에 갈 때마다 저는 그 분을 만나 북한 문제와, 북한주민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며 "그 분과의 모든 대화를 기록으로 남겼지만 찾는데 시간과 노력이 꽤 들 것 같다(I would have to do some digging but I actually kept records of all of this and could try to find a timeline...if you really needed it.)"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