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9일 4대악법 중의 하나로 불리워진 사립학교법에 대하여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에게 ‘양보하라’고 주문했고,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양보하지 못하겠다’고 맞서 마치 대통령 말을 안 듣는 집권여당이라는 이상한 모양새를 남겼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인 김한길 씨와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이재오 씨를 청와대로 초치하여 조찬 하는 자리에서 “국회 구조상 다수결만으로는 국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국정운영은 여야뿐만 아니라 여당과 정부사이에도 서로 주고받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의 이 말은 액면 그대로 여야의 관계정립을 위해서 타협의 필요성을 강조한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여당 양보 요구에 대해서 ‘대승적 판단’으로 받아들여 환영의사를 표명하였고 실무협상을 서둘러서 회기 내에 마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냈었다. 반면에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이 말한 ‘여당의 사학법 양보 주문’에 대해 상당한 반발기류가 나오고 있다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한나라당이 제시한 타협안은 사학법 개정의 근본정신을 무너뜨리는 것이어서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의 양보권고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이러한 집권 여당의 부정적 기류는 대야협상에 있어서 다수의 논리로 일관해왔던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당연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열린우리당이 언제부터 노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서 소신(?)을 펼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이 하라는 대로 해온 관성을 지닌 집권 여당이 하필이면 사학법에 대해서만은 정면으로 대통령과 맞짱을 뜨는 형국을 만들고 있으니 보는 국민들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언제는 국가보안법 개정을 주장하다가 대통령이 ‘국보법은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급작스럽게 보안법을 폐지하자는 쪽으로 급선회했던 열린우리당이, 또 대통령이 대연정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대연정 구상을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하겠다고 법석을 떨던 집권 여당이, 어인 일로 이번에는 국민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사학법에 대해 대통령이 여당 양보를 권고하자 긴급 의원총회까지 열어 대통령의 말에 맞서고 있는지 도무지 집권 여당의 속내를 모르겠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인지 아니면 정치적 술수인지는 보통 국민들의 머리로서는 도저히 열린우리당의 오묘한 묘수를 읽을 재간은 없다.

    사실상 사학법은 국민들과 야당의 심각한 반발을 사서 큰 문제를 일으켰던 악법 중의 악법임은 만천하가 다 알고 있다.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만시지탄은 있으되 악법인 사학법에 대하여 ‘여당이 양보를 하라’고 주문한 사실은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적절히 행사한 정당성 있는 조치라는데 이론이 없다.

    사학은 두말할 여지도 없이 국가 백년대계를 위하여 책임지는 교육기관이다. 열린우리당이 입법하려는 사학법의 법안 내용은 한마디로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사학의 건학이념을 말살하려 했던 악법 중의 악법이자 반시장적 법안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교조가 침투하여 사학교육까지 어둠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을 받아온 사학법을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게 양보하라고 주문한 사실은 대승적 관점에서 사학법 사안을 꿰뚫어본 노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열린 마음으로 문제투성이인 사학법을 대통령의 주문과 국민 다수의 의중대로 야당에게 양보를 했었으면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