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佛 국방·안보 등 제반 분야 협력 강화, 주요 국제현안 공동대응한다는데...
  • 박근혜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나서 환영하는 어린이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나서 환영하는 어린이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데일리

     

    한국과 프랑스가 국방·안보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주요 국제현안을 공동대응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Francois Hollande) 프랑스 대통령은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정치적인 대화에서 방위문제까지 양국 간 제반 분야에서의 구체협력 방안을 실질 행동 중심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21세기 포괄적 동반자 관계 강화를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해 공식적으로 문서화했다.

    이를 통해 양국은 국방·안보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정례적 협의를 추진, 테러 대응·비확산·사이버 대응 등을 포함한 글로벌 이슈를 긴밀히 논의키로 했다.

    또한 양국은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KUH)' 개발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하는 신규 공동 프로젝트 발굴 등 방위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양국은 군(軍) 차원의 상호이해 증진을 위해 인적 교류를 지속하고, 해군함정 상호방문 등 계기를 활용해 공동훈련을 추진한다. 양국 참모본부는 연례적으로 수립되는 협력 계획에 이러한 교류방안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양국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핵(北核)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지속을 규탄하며, 북한이 불법적인 행위를 중단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과 프랑스는 북한의 전략적 도발 억지 및 대북 유엔 안보리 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위한 공조를 지속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실현을 위한 의미 있는 대화에 북한이 참여하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올랑드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저희는 비핵화를 지향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비핵화와 안정·평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이)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면서 장기적인 해결책을 공동으로 모색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랑드 대통령께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다양한 안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계신 것에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또 하나의 안보 도전인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양국은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으며, 이번에 채택된 행동계획에서 프랑스가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에 대해 지지를 표명해 주신 것에 대해서도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저는 앞으로도 안보 이슈에 대응해 나가기 위해 프랑스와의 긴밀한 협력을 다져나가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외교 및 국방 당국 간 전략적 대화를 활성화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양국은 동북아 국가들 간의 협력 강화와 신뢰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이와 관련해 프랑스는 다자협의를 통해 역내 대화와 협력을 촉진코자 하는 한국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은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에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을 제고하고, 인권의 보편성을 보호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주요 국제 문제와 글로벌 현안에 대한 대화도 활성화한다.

    양국은 주요 국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있어 유엔 헌장의 원칙과 국제법을 준수하면서 지역 위기와 안보 문제 등 공동의 이해가 걸린 사안에 대해 양자차원과 다자차원의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불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불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데일리

     

     

    다만 청와대는 이날 발표에서 박 대통령과 올랑드 대통령이 최근 글로벌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두고 의견을 교환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지난달 30일 올랑드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중국 해군과 프랑스 해군은 남중국해의 한 해상에서 양국 호위함이 참여한 가운데 '해상에서 돌발적 조우 규칙' 운용과 보급훈련을 벌여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1일 홈페이지에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미사일 구축함 윈청(運城)호는 지난 10월 31일 오후 12시 30분부터 프랑스 해군의 프리깃함(호위함) 방데미에르(Vendémiaire)호와 남중국해 일대에서 3시간 동안 연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얼마 후 중국 해군 함대는 남중국해 영해에 침입하는 가상 적군 함정을 타깃으로 실탄을 사용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하기 위해 모 해역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전 훈련에 투입된 부대는 중국 광둥(廣東)성 잔장(湛江)군항에 기지를 두고 남중국해 해역을 관할하는 중국 남해함대의 주력부대로, 052B형 구축함 2척과 054A형 호위함 4척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정확한 훈련 시기와 투입 함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실탄훈련에 앞서 중국의 해군 미사일 구축함 란저우(蘭州)호와 순찰함 타이저우(台州)호가 미군 구축함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 구축함을 겨냥한 중국의 '무력시위'로 해석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중(親中) 행보를 보이고 있는 프랑스와 한국이 국방·안보 분야의 협력를 강화하겠다고 하니 미국의 시선이 그리 고울리만은 없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중국이 국제적인 규범과 규칙을 존중하지 않으려 할 때 한국도 미국이 그렇게 하는 것처럼 중국에 말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입장 표명을 제기했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은 2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제4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입장이 애매모호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청와대가 중국을 상대로 경제적 실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 급변사태가 일어났을시 확고한 대응을 취할 수 있도록 스탠스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올랑드 대통령을 비롯한 프랑스 대표단 일행과 만찬을 함께했다.

    만찬은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고 우리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멋과 맛을 선보인다는 의미로 가을 제철 식재료와 씨간장, 매실청 등 발효음식을 이용해 서양인의 입맛을 고려한 한식으로 준비됐다.

    한불 상호 교류 130년의 뜻을 담아 발효 음식의 정수인 종갓집 씨간장을 양념 소스로 활용하고, 건배주로는 전통주(발효주)가 만찬 테이블에 올랐다.

    만찬 메뉴 설명문에는 한불 상호 교류의 해 인증 사업의 하나로 프랑스 고성인 샹보르성에서 진행 중인 배병우 작가의 '숲속으로' 전시회에 있는 프랑스와 한국의 숲 사진을 게재했다. 청와대는 "양국 우호 관계가 늘 푸른 소나무처럼 변함없이 지속되기를 기원하는 뜻"이라고 했다.

    만찬 공연은 가야금 명인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의 산조 연주, 국립무용단의 '품', 재즈 가수 나윤선의 샹송과 아리랑 가창 등 우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공연으로 구성됐다. 아리랑 노래의 배경 영상으로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작품이 활용됐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만찬 후식으로는 박 대통령이 '한-불 경제협력 포럼 및 고등교육 포럼' 개막식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나아가야 할 협력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한 '코팡'이 나왔다. 코팡은 프랑스 전통의 브리오슈 빵에 한국 고유의 단팥 앙금을 넣어서 만들어진 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