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는 정파적 성격의 시국선언이 일부 대학교수들에 이어 반정부 시민단체 및 일부 종교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지식인 사회의 잇따른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이 일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우려하는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자유지식인 전국협의회’는 11일 오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일부 교수들의 릴레이식 시국선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 자유지식인 전국협의회 기자회견 ⓒ 사진 제공: 독립신문 
    ▲ 자유지식인 전국협의회 기자회견 ⓒ 사진 제공: 독립신문 

    이들은 성명을 통해 “소위 지성인의 시국선언문이라면 진실, 공평성, 정파의 이해득실을 뛰어넘는 균형감각과 국민통합을 기원하는 애국적 충정이 우러나와야 한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이어지고 있는 시국선언문은 △사회참여의 시점과 방식 △선언문에 내포된 편향되고 불균형한 내용들 △민주주의에 대한 부적절한 현실인식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검찰의 책임론 등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정파적 견해를 국민이란 이름으로 팔아 여론을 왜곡해 일방적으로 강요한다면 이것은 반지성적 태도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스스로 자기 잘못은 없었는지를 성찰하고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다함께 협력하는 중지를 모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원광대 이주천 교수는 “시국선언에 나선 교수들은 교육자의 사명과 역할에 대한 부작용을 생각해야 한다”며 “(시국선언을 통해) 학생들을 길거리에 내몰게 되면 이득을 보는 것은 김정일이고, 김정일을 박수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반(反)지성”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형사피의자인데 부검도 없이 이렇게 국민장까지 해주는 관대한 대통령, 관대한 경찰은 세계 역사상 없었다”면서 “그렇다면 노무현 지지세력들도 국회에서 합심에서 정치를 잘해보자 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들은 노 전 대통령 죽음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화저널21 김유혁 상임고문은 “고인에 대해 사과하라,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내용의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일부 정당, 사회단체나 종교계 일부에서 하는 시국선언 내용과 똑같다”면서 “정치인들이야 인기몰이를 위해서 라고 해도, 교수라면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무슨 내용이 가미돼야 하는데, 정치인이 하는 것을 그대로 앵무새처럼 따라 하는게 무슨 시국선언이냐”고 비판했다.

    또 “민주주의를 원상회복하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제시해야 했고, 지금 어느 정도로 후퇴했다는 건지 그런 논리적 근거를 대야 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막연한 선동일 뿐 지식인의 참다운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허철부 명지대 명예교수는 “혹시 대학의 실정을 모르는 분들이 시국선언을 하는 교수들이 많은 침묵의 교수들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학인의 한 사람으로 올바르고 균형적인 시각으로 말하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시국선언에 나온 교수들은 총 3천명 정도로 전국 대학교수의 10%미만”이라며 선을 긋고, “많은 교수들이 학생지도와 연구에 전력하고 있지만 시국선언에 나온 이분들은 대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평가교수단, 자문교수단 혹은 무슨 위원회에 몸담아 권력에 줄서고 이권을 챙기던 사람들이 절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우파 정권 때에는 정치적인 교수들이 좌파정권이 들어선 후에 물러서고 기득권을 포기한데 비해 좌익교수들은 투쟁이라는 명분하에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권력과 이권에 중독돼서 오는 금단현상 때문”이라며 “이들이 그것을 유지해주지 않는다고 현 정부를 공안정부라고 하는 것은 언어유희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대학생 2명도 참석해 일부 교수들의 잇따른 시국선언에 대해 비판적 관점의 소감을 밝히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 양충렬씨는 “얼마 전 서울대 총장님의 발언처럼 시국성명을 한 교수님들의 의견이 전체 교수님들의 의견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며 “오히려 많은 교수님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서 교수와 같은 지식인들이 시국을 걱정해야 할 때 일부 교수님들이 편향된 시각으로 자기 정치적 색깔을 나타내고 시국성명을 내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런 분들의 릴레이 시국성명은 중지돼야 하고, 올바른 가치관과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시각을 통해 시국을 바라보고 국민들을 이끌 수 있는 지식인들이 나와야 한다”면서 “지금 그 교수님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법학과 4학년 한주희씨는 “일주일동안 각 대학 교수님들이 시국선언을 봇물처럼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유행처럼 번지는 것과 그 방향성에 대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운을 뗀 뒤 “이 같은 국가 혼란의 직접적 원인이 과연 이명박 정권이 민주주의를 거스르고 후퇴시키고 있기 때문인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나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 혼란의 더 중요한 원인은 말로만 상생을 내세우면서 화해와 대화를 거부하고 대립각을 세우는 그런 병폐적인 분위기 때문”이라며 “비단 정치인 만 아니라 기사 댓글 하나만 봐도 대립각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상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혼란을 수습하고 발전적으로 나가기 위해선 자기주장만 관철시키려는 태도를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본다”며 “지성인들의 시국선언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이명박 정부만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야당, 이데올로기에 매여 편 가르기 하는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국선언에 나선 교수들이 자기반성과 화해를 촉구하고 같이 힘을 합쳐 국가위기를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주었다면 차라리 우리사회에 여러모로 더 유익했으리라 본다”고 일침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