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 대한 에너지·식량 수출 유지…터키의 ‘대쉬(ISIS)’ 옹호 의혹은 계속 제기
  • ▲ 지난 24일(현지시간) 터키 공군 F-16 전투기에 격추된 Su-24 공격기의 모습. ⓒ유튜브 영상 캡쳐
    ▲ 지난 24일(현지시간) 터키 공군 F-16 전투기에 격추된 Su-24 공격기의 모습. ⓒ유튜브 영상 캡쳐


    지난 24일(현지시간) 터키 공군의 F-16 전투기 2대가 러시아 공군의 Su-24 공격기를 격추시킨 뒤 러시아와 터키 간의 충돌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러시아 정부가 터키에 대한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양국 간 무력충돌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가 시리아에 최신 S-400 지대공 요격 미사일을 배치, 또 다른 갈등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터키와 전쟁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또한 “이번 사건에 아무런 연관이 없는 터키 기업, 수출업자들, 터키와 협력하는 러시아 국민, 기업들에게 인위적으로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 생각은 없다”고 밝혀, 일각에서 제기하던 터키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중단, 식량수출 금지 등의 가능성을 배제했다.

    일부 외신들은 터키 공군이 러시아 Su-24 공격기를 격추한 뒤 러시아가 터키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과 식량 수출을 중단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터키는 천연가스 사용량의 60%, 주식인 밀의 경우 연간 500만 톤 이상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이처럼 ‘터키의 목줄을 조를 뜻은 없다’는 메시지를 내놓자 터키 정부는 즉각 “러시아는 우리 친구이자 이웃이고, 우리는 경제적, 상업적, 문화적으로 매우 강하게 연결돼 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제레프 타이에프 에르도안 대통령 또한 “(러시아 공군기를 격추한 것은) 단지 안보를 지키고 우리 형제를 지키기 위한 것일뿐 긴장을 고조시키려던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분노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은 아니어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터키에 대한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는 말에 이어 테러조직 ‘대쉬(ISIS)’를 대하는 터키의 의도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은 “하지만 우리는 러시아 공격기 격추가 우연한 사고라는 터키의 주장에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터키 국민에 대한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지만 터키 지도부의 행동에는 의문을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터키의 러시아 공격기 격추가 “계획적인 행동”이라면서 “러시아 공격기를 격추한 것을 고려해 터키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행동’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 ▲ 러시아는 터키와의 충돌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 최신 지대공 요격 미사일 S-400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열병식에 등장한 S-400 발사차량.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러시아는 터키와의 충돌을 원치 않는다면서도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 최신 지대공 요격 미사일 S-400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열병식에 등장한 S-400 발사차량.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이와 연결해 볼 수 있는 것이 러시아 군이 신형 지대공 요격 미사일 S-400을 시리아-터키 접경 지역 부근에 배치했다는 사실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러시아 군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S-400 미사일 포대를 터키와 불과 50km 떨어진 시리아 북서부 라타키아 공군 기지에 배치했다고 한다.

    S-400 미사일은 2007년에 실전배치 된 러시아의 최신 지대공 요격미사일로 탑재 미사일 종류에 따라 사정거리가 120km부터 400km까지 달라진다. 600km 이내의 목표물 300개를 동시에 탐지하며, 이 가운데 70개 목표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이를 1개 포대가 가진 24발의 미사일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파괴하도록 명령한다.

    한국이 차기 지대공 요격미사일 ‘철매2’를 개발하면서 미사일 기술을 얻기 위해 러시아에 지휘통제용 컴퓨터 기술을 제공한 덕분에 동시 탐지 및 추적 기술이 대폭 향상되었다고 한다. 러시아는 S-400으로 스텔스 전투기까지 격추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S-400 포대가 시리아 북서부에 배치되면, 터키 공군 전투기는 시리아 접경 지역에 접근하기 어려워진다. 지난 24일 터키 공군이 “러시아 공격기가 터키 영공을 넘어왔다”면서 격추한 것과 거의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터키에 대한 무력사용이나 경제재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러시아 공격기 격추 사건을 놓고 양국 간의 ‘진실 공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터키 공군은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공격기를 향해 10여 차례나 경고를 했다”면서 관련 교신내용과 레이더 항적 기록 등을 공개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지상관제 시스템 기록 등을 공개하며 “터키 정부가 경고를 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다 美일부 언론이 익명의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 “러시아 공격기는 격추 당시 터키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으며, 터키 공군기는 러시아 공격기에게 경고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양국의 진실 공방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