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주변 경찰 추위에 마스크 쓰자, ‘복면 경찰’ 비난

  • “한상균 나오기만 해봐라“, 복면 경찰 쫙 깔린 조계사

       - 11월27일 오마이뉴스 기사 제목.


    속칭 진보진영이, ‘11.14 광화문 폭동’을 배후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구하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27일, 위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복면을 한 수십 명의 경찰이 한상균 위원장 체포를 위해, 조계사 앞에서 삼엄한 검문검색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11.14 광화문 폭동’을 계기로 촉발된 ‘복면 금지법’ 제정 움직임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오마이뉴스는 조계사 주변을 지키고 있는 경찰 사진을 10장 넘게 기사에 넣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주장과 달리, 사진 속 경찰들은 복면이 아닌 마스크를 쓰거나,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뚝 떨어진 기온에, 입고 있는 외투의 옷깃을 최대한 위로 끌어 올린 경찰들의 모습도 눈에 띠었다.

  • 오마이뉴스 11월 27일자 <“한상균 나오기만 해 봐라“, 복면 경찰 쫙 깔린 조계사> 기사 사진 중 일부. ⓒ 사진 캡처
    ▲ 오마이뉴스 11월 27일자 <“한상균 나오기만 해 봐라“, 복면 경찰 쫙 깔린 조계사> 기사 사진 중 일부. ⓒ 사진 캡처


    갑자기 불어 닥친 강추위에, 조계사 앞에서 장시간 근무를 해야 하는 경찰들이 체온 유지를 위해 착용한 마스크가, 순식간에 복면으로 둔갑한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위 기사를 통해,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복면 금지법 제정 움직임을 희화화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11.14 광화문 폭동’을 계기로 촉발된 복면 금지법 제정 논의의 핵심은, 갈수록 정도를 더해가는 폭력시위의 예방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노르웨이와 스위스 국회가 복면 금지 법제화에 찬성하고,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인 이유는, 복면 착용이 폭력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은 헌법(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을 통해, ‘무기 소지 금지’와 ‘평화성’이 집회 및 시위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같은 법 8조). 나아가 독일 기본법은 법률로 집회 및 시위를 제한 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집회 및 시위에 대한 독일 법제의 기본 방향은 지극히 당연하다. 타인의 자유와 기본권, 나아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자유까지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복면 금지 법제화의 근간에는, ‘자유를 파괴하는 자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민주주의는 보호할 수 없다’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법리가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의 위 기사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관 출신인 이재교 교수(세종대)의 지적처럼, 복면은 ‘공권력에 당당하게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떳떳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하는 행위다(이재교 교수는 복면 시위를 허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로, 에이즈 환자나 성매매 여성 등의 시위를 꼽았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이어진 속칭 진보의 시국집회와 시위에 이런 예외를 적용할 여지는 없다).

  • 복면과 고글로 얼굴을 가린 시위참가자가,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민중 총궐기’ 시위 현장에서 경찰을 향해 새총을 쏘고 있다. ⓒ 조선닷컴
    ▲ 복면과 고글로 얼굴을 가린 시위참가자가, 지난 14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민중 총궐기’ 시위 현장에서 경찰을 향해 새총을 쏘고 있다. ⓒ 조선닷컴

    공권력에 떳떳하게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자유민주주의 파괴세력’이, 익명성에 기대 살인적 폭력을 휘두를 때나 쓰는 것이 복면이다.

    한상균 위원장은 ‘11.14 광화문 폭동’을 배후 조종한 혐의도 받고 있지만, 이 보다 앞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형사 피고인이다.

    따라서 한상균 위원장 검거는 경찰이 반드시 이행해야 할 직무다. 이런 경찰이 복면을 쓸 이유는 없다. 정당한 법집행에 나선 경찰이 뭐가 아쉬워 복면을 쓴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오마이뉴스 기사는, ‘경찰이 복면을 쓰고 한상균 위원장 검거에 나섰다’는 식의, 우스꽝스런 주장을 펴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 집행을 위해 나선 경찰을, 20살을 갓 넘긴 의경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른 시위대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우(愚)를 범했다.

    위 기사가 범한 오류가 몰상식에 기한 것이라면 그나마 정상을 참작할 수 있는 여지라도 있겠지만, 스스로 우(愚)가 됨을 알고도 범한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무엇보다 ‘기사를 혹세무민의 수단으로 악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서울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 TV조선 화면 캡처
    ▲ 서울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 TV조선 화면 캡처

    복면 금지법을 연구해 온 이재교 교수는 오마이뉴스 기사에 대해 “경찰이 한상균 위원장 나오라고 시위라도 하고 있다는 말이냐”고 되물으며, “말도 안 되는 억지논리로,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전했다.

    범죄학 박사인 성빈 변호사(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변인) 역시, “직무수행 중인 경찰을 복면 시위대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성빈 변호사는 “복면 시위대는 익명성 뒤에 숨은 사이버 악플러와 다를 바 없다”면서, “떳떳하게 실명으로 맞장 뜰 수 있도록 복면을 벗어 던질 것”을 주문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상균 위원장의 기자회견을, ‘경찰의 체포 시도’를 우려해 취소했다. 대신 민주노총은 인근 불교여성개발원 교육관 앞으로 장소를 옮겨, 노조 간부 7명이 한상균 위원장의 입장문을 대신 읽는 방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