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 통곡한 것을 두고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 통곡한 것을 두고 "나이도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이 죽었는데 가서 통곡하면 쓰나"고 쓴소리를 날려 주목된다.   ⓒ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내던지기 전, 홈페이지를 통해 “도덕적인 과오는 바로 잡을 길이 없으니 자살을 하거나 재판을 받아라”고 노 전 대통령에게 촉구했던 사실이 알려져 좌파 진영으로부터 봇물같은 비난을 받아왔던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이번엔 이명박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날렸다.

    김 교수는 2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각(知覺) 있는 정부라면 자살한 사람에게 가족장을 권했어야지 국민장을 허용할 수 없다. 국민교육, 국민정서상으로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문을 연 뒤, “누릴 수 있는 영화 다 누리고 저승 가는 길까지 선택한 그런 사람을 성자(聖者)로 만드는 게 우리나라”라면서 “정부도 당당하게 '불행한 일이지만 우리가 죽도록 한 건 아니다' 이렇게 나갔어야지, 그냥 쩔쩔매는 게 한심하다”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정부 태도를 보고 깨달은 바가 있었다며 “대통령은 새로 뽑았지만 정권교체는 못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일부 좌파를 겨냥한 듯)우리나라에 ‘정부 뒤에 또 하나의 정부가 살아 있구나’ 하고 느꼈는데 이는 지금 정부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일 잘하는 정부”라고 추켜(?)세웠다.

    김 교수는 이 대통령이 독재를 한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지적에 “아파트나 짓고 도로공사나 하던 사람이 무슨 독재냐”고 반문하며 “이 대통령은 독재할 감도 못된다”고 평가절하했다.

    김 교수의 독설은 이어졌다. ‘정권 출범 후 휘청거리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다. 한 일간지 칼럼에서 현 정권을 유리 턱 정권으로 비유했다’는 지적에 김 교수는 “정권 인수 때부터 잘못됐다”면서 “무슨 여자 위원장 있잖느냐, 그 사람이 정권 인수를 할 당시 제 철학을 뽐냈는데 영어교육을 다시 하자고 하면서 ‘오루엔지’가 왜 나오냐”며 “그런 사람들이 대통령을 망쳐놨다”고 혹평했다.

    "아파트 짓고 도로공사나 하던 이명박이 무슨 독재냐, 독재할 감도 못된다"

    실제로 이경숙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지난해 1월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열린 '영어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실천방안 공청회'에서 "영어발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한 참석자의 제안에 "제가 미국에서 '오렌지(orange)'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듣다가 ‘오루엔지’라고 하니 알아 듣더라"고 말해 주위의 빈축을 산 바 있다.

    김 교수는 당시 ‘권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인수위의 태도를 의식한 듯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일할 사람들 감정은 상하지 않게 해야지, 약만 잔뜩 올렸잖느냐”며 “그걸 보고 이 대통령이 정치력이 없구나 하고 느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정권 인수 후 '강부자 내각(內閣)' 파동에 휘말린 이유로 “대통령이 만만한 사람, 자기 말만 잘 듣는 사람에 둘러싸여 있어, 세상과 소통할 통로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또 김 교수는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에서 광화문 촛불 내려다보며 '아침이슬'이란 노래를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혔다”면서 “촛불 보고 가슴이 뭉클할 게 아니고 '그 배후에 반미친북(反美親北) 세력이 있구나, 간첩이 마음대로 날뛰고 있구나'하고 생각하는 게 정상 아니냐”고 물어 이 대통령이 자신의 이념과 가치관을 선명히 드러내지 않는 게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외에도 김 교수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현 정권이 살려면 자유민주진영을 끌어와야 한다”며 “정체 모호한 '좌우'개념이 아니라 자유민주 대 반미종북(反美從北)으로 만들어야 하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내정(內政)과 관련된 전권을 주고 이회창 선진당 총재도 끌어와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박근혜 들어오면 손해볼놈 여럿 있어 MB가 결단 못했을 것" 

    김 교수는 대통령의 무력함을 자신감 부족에서 찾았다. 그는 대운하(大運河)계획에 서울대 교수들이 반기를 든 사실을 지적하며 “그 말이 나오자 대통령이 금새 (공약을)접었다. 그걸 보고 그쪽 사람들이 '아! 저게 약점이구나. 이명박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고 느낀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소신이 없고 주변에 쳐진 인의 장막이 너무 심하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보수진영의 분열 양상 역시 현 정권 위기 상황과 맞물려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된 후 (박근혜를)제일 처음 만나 '모든 걸 맡아주세요. 내가 대통령이니까 외교, 국방하고 실물 경제에 식견이 조금 있으니 그것만 맡을께요'라고 했어야 했다”면서 “이회창씨도 찾아가 '한나라당으로 돌아와 주세요'라고 호소했어야 옳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이)그런 결단을 왜 못 내렸느냐’는 질문에 그는 “박근혜 들어오면 손해 볼 놈이 여럿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전거 탈 시간, 모내기 할 시간 있으면 만나서 쓴 소리도 들어야지, 그게 뭡니까”라고 특유의 표현으로 일갈했다.

    김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잊지 않았다. 그는 “그 사람 진짜 웃기는 사람”이라며 “나이도 많은 사람이 젊은 사람이 죽었는데 가서 통곡하면 못쓴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김대중씨는 자기 아들이 죽었나? 공자도 제자 안회의 장례식에 갔지만 통곡하지는 않았다”며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 당시 대성통곡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대통령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대중의 노벨평화상 부끄럽기 짝이 없다"

    김 교수는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김정일은 돈을 원했고 DJ는 노벨 평화상을 원한 것”이라고 잘라 말하며 “맨투맨 작전으로 받은 노벨 평화상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것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우리가 형이고 북한이 동생뻘이면 김정일이 먼저 왔어야지, 나이도 많은 사람(DJ)이 양복도 새로 해 입었는데 평양 순안비행장에 내렸을 때 김정일 차림이 그게 뭐냐”고 비꼬며 “김정일이가 답방을 왔으면 나는 DJ보고 '당신도 남대문 시장에 가서 김정일이 점퍼 비슷한 거 하나 사 입으라'고 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끝으로 1992년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려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내용에 대해 말해달라는 질문에 김 교수는 “어느 날 정 회장이 나보고 장가를 가라면서 ‘결혼하면 내가 100억원 줄께’라고 말했다”며 “그때 돈 받았으면 내가 이럴 수 있겠느냐”고 말해 당시 돈을 받고 후보를 양보했다는 소문은 이 같은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