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01년 공화당→2008년 민주당→2010년 다시 공화당으로…1992년 꼴 날까
  • 지난 6월 언론에 공개된, 2005년 도널드 트럼프의 세 번째 결혼식에 참석한 클린턴 부부의 모습. ⓒ美언론들 당시 보도화면 캡쳐
    ▲ 지난 6월 언론에 공개된, 2005년 도널드 트럼프의 세 번째 결혼식에 참석한 클린턴 부부의 모습. ⓒ美언론들 당시 보도화면 캡쳐

    최근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실은 힐러리 클린턴을 당선시키기 위한 ‘미끼’라는 주장들이 美유력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美워싱턴포스트는 지난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실은 힐러리 클린턴 前국무장관을 당선시키기 위해 내세운 ‘미끼’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이 같은 밀약설을 내놓은 것은 몇 가지의 정황 때문. 익히 알려진 부분은 지난 6월 중순 美공화당 대선주자들이 “힐러리 클린턴 부부가 2005년 도널드 트럼프의 세 번째 결혼에 참석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적을 세 번이나 바꾼 점을 의아하게 봤다. 도널드 트럼프는 2001년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옮겼고, 2008년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갔다가 2010년 또 공화당 당원이 됐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또한 도널드 트럼프가 클린턴 부부가 설립한 재단에 최소 10만 5,000달러를 기부한 것과 지난 5월 출마 직전에 빌 클린턴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점 등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와 빌 클린턴은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몇 가지 정황과 함께 최근 “무슬림의 미국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한 뒤 공화당 내의 반대 여론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가 “당에서 나에게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고 반박한 점도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여러 가지 정황으로 추측할 때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경선에 출마한 뒤 지지자들을 많이 끌어들이고, 여기에 반발하는 공화당 주류 세력과 갈등을 빚다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 공화당 지지층을 분열시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을 당선시키려는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클린턴 밀약설이 ‘만약에’ 맞다면, 이는 젭 부시 등과 같이 힐러리 클린턴에게 맞설 수 있는 공화당 후보가 사전에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얻지 못하게 해 ‘본선’에서 맞붙지 않게 하려는, 잘 짜여진 ‘각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 같은 선거 전략은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1992년 대선과 1997년 대선, 2002년 대선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고, 미국에서도 1992년 대선 당시 로스 페로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공화당 표를 상당 부분(18.9%) 빼앗아가는 바람에 조지 H.W. 부시 대신 빌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의 여론조사 결과 도널드 트럼프의 ‘무슬림 미국입국 금지’ 발언에 지지하는 공화당 유권자가 65%에 달한다는 결과도 이 같은 ‘밀약설’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트럼프-힐러리 밀약설’은 공화당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돌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젭 부시 前플로리다 주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아마도 도널드(트럼프)는 그의 단짝 힐러리 클린턴과 ‘거래’를 한 것 같다. 지금 대로라면 그녀(클린턴)가 백악관에 입성할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美민주당 내에서는 힐러리 클린턴과 경쟁할 후보가 없는 점, 사회주의 성향의 무소속 후보인 ‘버니 샌더스’의 경우 테러조직 ‘대쉬(ISIS)’에 대해 한 마디 언급도 없어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 등 또한 이 같은 ‘트럼프-클린터 밀약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것이 미국 언론들의 추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