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다른 北보위부 감시망 “6만 루블 주면 O.K”…중동 근로자 포함하면 상당액 될 듯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러시아 스푸트니크 방송 보도화면 캡쳐
    ▲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러시아 스푸트니크 방송 보도화면 캡쳐

    유엔 안보리의 제재로 돈줄이 대부분 막힌 북한 당국이 ‘인력송출’을 통해 외화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22일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의 모습을 르포로 전했다.

    ‘동아일보’의 보도를 보면, 북한 근로자들의 실제 모습이나 과거와는 달라진 북한 당국의 감시체제 등에서 김정은의 지배력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점이 엿보인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3월까지 러시아에서 고용허가를 받은 북한 노동자의 수는 4만 7,364명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고 한다. 루블화 가치가 떨어져 외국인 근로자는 12% 줄었는데 북한 근로자만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북한 근로자들은 최근 러시아를 오갈 때 주로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을 이용하며, 이곳에서는 검은색 점퍼를 입은 북한 근로자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10년 전 북한이 러시아에 인력을 대규모로 송출하기 시작했을 때와는 달리 카키색 인민복 대신 현지에서 구입한 점퍼를 입고, 루블화로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모습 등도 전했다.

    ‘동아일보’와 만난 북한 근로자들은 보위부의 감시가 크게 완화됐고, “러시아에서의 노동이 우리에게 자유를 줬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 상황에 대해서도 TV를 통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 근로자들은 사할린에는 북한 인력송출 기업이 5~6곳 있으며, 각각 50~150명 정도의 근로자들이 모여 살면서 숙식을 함께 해결한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사할린에만 북한 근로자가 2,000여 명 일하고 있으며, 일부 근로자는 공사장에서 떨어진 곳에 방을 얻어 생활하기도 한다고.

    ‘동아일보’와 만난 한국인 건자재상은 “북한 근로자가 얼마나 많은지 연해주 도로와 건물은 북한 근로자들이 다 지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이야기도 했다.

    최근 북한 당국이 근로자들에 대한 감시망을 느슨하게 운영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미장공의 경우 한 달 계속 일하면 4만 루블(한화 약 66만 원)을 받는데, 보위부에게는 노동기간 3년이 지난 뒤 연장할 때 2만 루블(한화 약 33만 원)만 내면 되도록 바뀌었다고 한다.

    ‘동아일보’가 전한 북한 근로자들의 일상이 러시아에 국한된 것인지 아니면 동유럽과 중동 지역에 있는 근로자에게도 적용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는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수단이 크게 줄어든 김정은 체제가 돈을 벌기 위해서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율권을 주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2013년 말까지는, 북한이 러시아뿐만 아니라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같은 중동 지역, 동유럽 국가 등 16개국에 인력 송출을 하고 있으며, 그 수는 4만 6,000여 명이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에만 4만 명이 넘는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는 ‘동아일보’의 취재 결과를 토대로 유추하면, 세계 각국에 최대 6만 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외화벌이를 위해 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외에도 동남아와 아프리카, 남미 지역으로 몰래 들어가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인민군, 보위부 소속 당 일꾼까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은 근로자 해외 송출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