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 끝에서 일어선 在日동포들의 이야기 《자이니치 리더》

    망각된 在日동포의 역사를 다룬 <통일일보> 이민호(李民晧) 기자의 신간

    김필재  
      
    일본 내 在日동포 언론인 <통일일보>가 벼랑 끝에서 일어선 재일교포들의 성공담을 담은 <자이니치 리더>를 연휴 기간동안 읽었다. 책의 제목인 ‘자이니치’는 ‘在日’의 일본어 발음이다. 著者는 在日동포 취재를 라이프워크로 삼고 있는 <통일일보>의 이민호(李民晧) 기자이다.

  • 著者는 서문에서 (한일양국) “여기저기서 (2015년이) 분기점을 맞이하는 해이니 냉각되어 있는 韓日관계를 반전시킬 호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거의가 보통사람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원칙론 내지 외교 담론이다. 본디 국가 간의 관계개선이란 정치지도자의 의지가 수반되어야 풀릴 수 있다. 밖에서 백번 논의해봐야 논의로 그치기 십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在日동포 문제도 망각하고 있는 우리 역사 중 하나이다. 著者는 在日동포들이 모국인 한국과 거주국인 일본에서 행한 공헌이 “굵직굵직 하다”면서 대표적 사례를 아래와 같이 들었다.  

    <1948년 6월 在日동포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태극기를 달고 출천한 런던올림픽 때 선수단 경비를 전액지원하고, 요코하마 항에 들르게 해 대표팀에게 운동용품, 유니폼, 외국선수단에게 건넬 기념품까지 챙겨줬다.

    88서울올림픽 때는 100억 엔의 성금을 모아 올림픽경기장 5개소를 건설 기증했으며, 97년 말 IMF 외환위기 때는 달러가 부족하다는 말에 앞 다퉈 15억 달러를 모국으로 송금하고, 일본에서 발행한 일화 300억 엔의 한국 국채를 전량 매입했다. 당시 범국민운동으로 펼친 ‘금모으기 운동’ 실적이 19억9천만 달러 임을 감안하면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애국활동이다. 특히 일본 속 한국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주일대한민국공관 10개소 가운데 9개소는 재일동포가 기증하거나 모금운동을 통해 세워졌다. 이는 재일동포의 조국사랑을 증명해주는 실체이다. 재일동포들은 거주국 일본에서 존경받는 주민이 되려고 각종 교류와 봉사활동에 빠지지 않는다.

    일례로 지난 2011년 3.11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자 在日동포와 민간단원은 원전폭발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 때 동포들은 자기 집 밥솥과 먹을거리를 한군데 들고 나와선 밥과 국을 끓여 이재민들을 도왔다. 재난 시 이심전심 힘을 모아 남을 돕는 한민족의 몸을 사리지 않는 구호활동은 일본 사회에 신선한 충격파를 던졌다.>

    <자이니치 리더>에는 이민호 기자가 만나고 취재한 재일동포 21명의 인생이야기가 실려 있다. 우리 곁에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동포의 경험담은 하나의 작은 역사이다.

    독학으로 세계최고의 명장, 예술가의 반열에 오른 진창현, 이우환, 유동룡이 그랬고, 금융보국의 장대한 꿈을 품고 1982년 신한은행 창립에 앞장선 341명의 재일동포 역시 곤궁함이 삶의 자양분이었다고 고백한다. 일본 금융계를 뛰어넘어 한국금융에도 새 바람을 몰고 온 신한은행 창립의 일등공신 이희건, 22세 때 영주 귀국해 벼랑 끝 리더십으로 모국에서 ‘야구의 신(神)’이 된 김성근의 인생담은 가슴 먹먹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자이니치 리더>는 일본에 살고 있는 동포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재일동포 안내서로 보아도 좋다. 당사자를 인터뷰하고 지인을 통해 보고들은 것, 각종 자료를 정리한 취재기록이기도 하다.  

    정리/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저자소개>

    저자 이민호(李民晧)는 재일동포 취재를 라이프워크로 삼고 있는 저널리스트. 한국에서 나고 자라 1996년 재일민족지 통일일보에 기자로 입사, 현재 서울지사장을 맡고 있다. 재일동포사회와 일본사회의 현상과 변해가는 모습을 취재하고, 국내 소식을 일본으로 발신하고 있다. 꾸준하게 일본 땅에서 한민족의 긍지를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재일동포의 인생역정을 기사화하여 왔다. 동포취재를 하면서 <우물 물을 마실 때는 그 우물을 판 사람을 기억하라 飮水思源, 掘井之人>는 선인의 격언을 실감한다는 저자. 궁지에 내몰려서도 오뚜기처럼 재기하여 자기분야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재일동포들의 인간승리는 언제 봐도 감동을 주는 드라마라고 말한다. 저서로는 재일동포의 모국공헌사를 발굴취재한 기록 「모국을 향한 재일동포의 100년 족적」(재외동포재단, 2008년), 「김경헌과 제2의 인생」(통일일보, 2012년), 「민단은 대한민국과 하나이다」(민단, 2014년) 등이 있다.
        
    <목차>

    책을 내면서 벼랑 끝에서 일어선 자이니치(在日)의 저력
    한일수교 50년, 우리동포를 잃어버리고 있진 않은가
     
    본문

    1. 세계 넘버원에 도전한 자이니치경제인
     이희건(李熙健) 신한은행 회장- 新韓을 대한민국 일등금융사로 만든 재일동포 대부
     서갑호(徐甲虎) 사카모토방적 사장- 주일대한민국대사관 기증한 모국투자의 선구자
     정환기(鄭煥麒) 코하쿠그룹 회장- 「信用에는 國境이 없다」 는 아이치현 대통령
     한창우(韓昌祐) 마루한그룹 회장- 「눈은 세계로, 가슴은 조국으로」 봉사하는 파친코 황제
     강인수(姜仁秀) 야치요병원 이사장- 일본 최고의 노인요양병원 세운 히로시마동포

    2. 보다 나은 세상을 지향한 자이니치사회운동가
     이영근(李榮根) 통일일보 창립자-「조국통일로의 이 한길」 진보지식인의 표상
     오기문(吳基文) 재일본대한부인회 창립자- 재일한국민단을 창단한 유일무이 여걸
     한록춘(韓綠春) 후지관광호텔 회장- 오사카 심장부에 영사관 세운 전설의 주먹
     박병헌(朴炳憲) 민단중앙본부 단장- 애국활동에 온몸 바친 민단의 상징
     서용달(徐龍達) 모모야마가쿠인대학 교수- 차별철폐운동 펼친 일본내 외국인1호 교수
     정진(鄭進) 민단중앙본부 단장- 5.17 민단 와해공작 때 동포사회 구원한 2세 리더

    3. 민족인재 육성에 헌신한 자이니치육영가
     김희수(金熙秀) 중앙대학교 이사장- 민족인재 육성 위해 전 재산 바친 빌딩재벌
     조규훈(曺圭訓) 오사카 백두학원 창립자- 재일동포 민족교육 토대를 닦은 선각자
     강길태(姜吉泰) 청암대학교 창립자- 대한민국에서 대학 설립한 재일동포 1호
     김경헌(金慶憲) 낙서건설공업 회장- 한국일등 노인대학 부산대 경헌실버 창립자
     김정출(金正出) 청구학원쓰쿠바 창립자- 차세대 육성에 마지막 승부수 던진 외과의사

    4. 벼랑 끝에서 일어난 자이니치스포츠인
     김성근(金星根) 한화이글스 감독- 벼랑끝 리더십으로 야구의 신(野神)이 된 재일동포
     김영재(金英宰) 재일대한체육회 회장- 「일편단심 축구인생」 재일동포체육계의 산 증인
     부록- 원로들이 말하는 재일본대한체육회 비화, 1948~2012 런던올림픽까지

    5. 독학으로 세계 일류가 된 자이니치예술가
     진창현(陳昌鉉) 바이올린匠人- 독학으로 세계최고 반열에 오른 바이올린 장인
     미술가 이우환(李禹煥)과 건축가 이타미준(伊丹潤)의 인생 최후대담
    - 세계 최고봉에 오른 재일동포 예술가 2인 인생의 궤적을 논하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