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 15주년을 맞은 뮤지컬 '베르테르'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인상주의 거장들의 작품이 떠오른다.

    극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노란 해바라기는 '숭배, 기다림'이라는 꽃말처럼 베르테르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상징한다. 아울러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1888)가 오버랩된다.

  • 고흐에게 '해바라기'는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는 영혼의 꽃으로 그의 짧고 비극적인 삶과 예술의 심연을 보여준다.

    베르테르와 롯데의 첫 만남이자 롯데가 인형극으로 '자석산의 전설'을 들려주는 장면에서는 전체적으로 밝고 따뜻한 톤의 무대, 흰색과 베이지 계열의 의상들을 통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 여기서 조르주 쇠라의 명화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1884-1886)가 연상된다. 이 그림은 센강 안의 길다란 섬 그랑드 자트에 여름 소풍을 나온 사람들이 산책을 하거나 그냥 앉아 남을 구경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 담겨 있다.

    롯데가 베르테르에게 꽃의 마을 발하임의 아름다움을 찬양할 때는 '나비파' 모리스 드니의 '천국'(1912)을 느낄 수 있다. 이 낯선 풍경은 프랑스 북쪽 브르타뉴 지방 페로스 기렉에 위치한 그의 저택 실렌치오에서 그려졌다.
  • 실렌치오는 드니가 화가로 성공한 이후 가족과 매 여름마다 휴가를 보낸 곳으로 늘 사랑이 충만한 장소였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라고 평했던 트레스트리넬 해변 바로 위에 위치한 저택의 정원이 이 작품 속에 묘사되었다.

    롯데가 직접 꾸미고 가꾼 정원은 '지르베니, 모네의 정원'(1895)을 닮아 있다. '인상주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클로드 모네는 1883년 북프랑스의 작은 마을인 지베르니에 정착해 죽을 때까지 그 곳에서 살았다.

  • 모네가 디자인하고 가꾼 이 정원은 현재 복구 공사를 거쳐 지베르니미술관으로 지정돼 있다. 이 작품에서 모네는 화사한 꽃으로 뒤덮인 정원에서 그의 아내를 모델로 그렸으며, 찬란한 빛과 풍부한 색채가 살아 숨 쉰다.

    한편, 뮤지컬 '베르테르'는 1774년 괴테가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2000년 초연된 이래 심금을 울리는 대사와 서정적인 음악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이번 15주년 공연을 기점으로 관객수 30만명을 돌파했으며, 오는 1월 10일 성황리에 막을 내린다.

    현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전은 독일 발라프 리하르츠 미술관의 진품 원화를 한자리에 모았다. 마네, 모네, 르누아르, 세잔, 반 고흐, 쇠라, 시냑에 이르기까지 인상주의의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40여명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