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측 감정위원 의학적 소견 진술..'동일인 맞다'는 검찰측 주장 '무색'
  • ▲ (왼쪽부터)주신씨 명의 공군-자생-비자발급 엑스레이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왼쪽부터)주신씨 명의 공군-자생-비자발급 엑스레이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편집자 주]

    2011년 박주신씨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지금까지, 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엑스레이는 모두 3개가 있다.

    이 가운데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자생병원 엑스레이(촬영일자 2011년 12월 9일)는, 박주신씨 본인이 아닌 제3자의 신체를 촬영한, 이른바 ‘대리신검자 엑스레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양승오 박사 사건 피고인들은, 공판 과정에서 박주신씨 명의의 엑스레이 2개를 새롭게 입수했다.

    하나는 박주신씨가 공군훈련소에 입소한 뒤 찍은 엑스레이’(촬영일자 2011년 8월 30일, 이하 공군 엑스레이)이고, 다른 하나는 주신씨가 영국 출국에 앞서 비자발급을 위해 촬영한 세브란스병원 엑스레이(촬영일자 2014년 7월 31일, 이하 비자발급용 엑스레이)다.

    이 3개의 엑스레이는 모두 박주신씨의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은 검찰측과 변호인측이 각각 추천한 감정위원들을 통해  주신씨 명의 엑스레이에 대한 감정을 진행했다. 그 결과, 변호인측 감정위원들은 주신씨의 공군-비자발급 엑스레이와 자생병원 엑스레이가 비동일인일 확률은 99.9%에 이른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변호인측 감정위원들은 자세와 방사선 광원의 변화, 호흡, 각도 등을 다각적으로 검증해 '흉추1번 극상돌기', '석회화 현상', '쇄골 성장판 흔적의 유무', '흉곽 형태' 등의 차이를 이론적으로 입증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진행된 결심공판에 변호인측 감정위원을 대표해 증인으로 출석한 김 모 교수는 박주신씨 명의 엑스레이 3장(공군ㆍ자생ㆍ비자발급)의 피사체가 '동일인'이 아니는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그는 재판 증언을 위해 직접 작성한 자료를 토대로, 해당 엑스레이가 '비동일인'의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소견을 낸 검찰측 감정위원들의 감정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감정위원 토론 과정에서 검찰측 감정인 일부가 박주신 명의 공군 엑스레이 제1흉추 극상돌기가 오른쪽으로 휘어있는 현상에 대해 "몸 자체가 오른쪽으로 돌아가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의학적으로 엑스레이에 찍힌 피사체가 좌우 대칭이 됐는지의 여부는 양측 쇄골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을 긋고, 이 선이 척추 극상돌기 중앙에서 정확히 만나는지를 통해 판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기한 방법에 대해 김 교수는 “일반론적으론 맞지만, 인체의 골격을 놓고 봤을 때, 양 어깨가 완전히 똑같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유의미한 방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정형외과에서는 공통적으로 ‘척추경’을 통한 측정방법을 통해 피사체의 회전 정도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 ▲ 변호인측 감정위원들이 '척추경'을 통한 측정으로 환산한 극상돌기의 휘어진 각도. ⓒ차기환 변호사
    ▲ 변호인측 감정위원들이 '척추경'을 통한 측정으로 환산한 극상돌기의 휘어진 각도. ⓒ차기환 변호사


    ‘척추경’은 척추에 투영된 쇄골뼈 끝이 마치 사람의 ‘눈’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엑스레이 상에서 척추뼈를 4등분하는 선을 긋고, 양쪽에 위치하는 각 쇄골뼈 음영이 정확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다면, 정자세로 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관련 의학 교과서에는 척추경이 어긋난 정도를 각도로 환산하도록 돼 있다. 척추경이 25% 어긋났다면 피사체의 몸이 돌아간 각도는 25도, 50%라면 50도다.  

    이 방법을 통해 박주신씨 명의 공군 엑스레이를 살펴보면, 척추뼈를 4등분 한 가상의 선에서 ‘척추경’을 판별했을 때, 약 1/8 정도 우측으로 돌아간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각도로 환산하면, 몸의 각도가 12.5도 틀어져 있는 셈이다.

    반면, 박주신씨 명의 공군 엑스레이 제1흉추 극상돌기가 오른쪽으로 휘어있는 각도는 27.5도다. 다시 말해, 엑스레이 촬영 시 박주신씨의 몸을 12.5도 틀어 정자세를 만들었다고 해도, 극상돌기가 휘어진 각도는 15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사실은, ‘척추경’ 각도와 극상돌기가 정방향을 띠고 있는 자생병원 엑스레이가 주신씨와 비동일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쟁점 중 하나인 ‘제1늑골 부위 석회화 현상’에 대해서도 검찰측 감정위원들과 변호인측 감정위원들은 감정서에서 서로 극명한 의견대립을 보이고 있다. 석회화 현상은 뼈의 일정 부위에 칼슘성분이 쌓여 굳어지는 현상으로, 엑스레이 상에서 마치 하얀 점처럼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피고인들은 주신씨 명의 엑스레이 중 자생병원 엑스레이의 경우, 석회화 현상이 명확히 나타나지만, 공군-비자발급 엑스레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두 엑스레이의 인물이 서로 비동일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 ▲ 주신씨 명의 자생병원 엑스레이에서 발견되는 석회화 현상의 위치. ⓒ차기환 변호사
    ▲ 주신씨 명의 자생병원 엑스레이에서 발견되는 석회화 현상의 위치. ⓒ차기환 변호사


    “공군 엑스레이에서 석회화가 보이느냐”는 차기환 변호사의 질문에 김 교수는 “보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석회화 문제에 대해 상당부분 토론이 이뤄졌는데, 검찰측 감정위원들은 늑골 연골부위에 석회화가 보인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석회화를 둘러싼 논쟁에서 제기된 ‘관전압’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검찰측 감정위원들의 의견을 반박했다.

    “공군 엑스레이와 비자발급용 엑스레이는 혈관이나 폐 기관지의 음영이 잘 보인다. 그렇다면 뼈인 ‘석회화’는 더욱 잘보여야 한다. 검찰측 감정위원들도 이 지적에 대답을 하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

    아울러 김 교수는 최근 엑스레이 기기들이 디지털화 돼 있어, 이른바 ‘그레이스케일’을 통한 사진의 농도 조정이 가능한 만큼, 관전압 차이를 상쇄시켜 주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실험도 수차례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20대에서 40대 성인남성 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엑스레이의 촬영방법과 호흡의 정도에 따른 차이를 통계적으로 산출해 설명했다.

    엑스레이 사진은 촬영방향에 따라 AP(전-후면)와 PA(후-전면)로 구분할 수 있다. AP는 엑스레이 광원과 환자의 가슴이 마주보는 형태다. PA는 반대로 광원과 등이 마주보는 형태의 촬영방식이다. 찍는 자세도 팔을 모으거나 약간 벌리는 등의 차이가 있다.

    주신씨의 공군-비자발급 엑스레이는 표준 촬영방법인 PA 방식으로 촬영됐다. 반면, 주신씨 명의의 자생병원의 엑스레이는 전척추 AP 사진으로, 경추-요추-흉추를 나눠 촬영한 것이다.

    김 교수는 각각의 실험자들을 AP방식과 PA방식으로 촬영해 각각의 엑스레이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했다고 말했다.

     

  • ▲ 엑스레이 촬영 방식인 AP와 PA의 자세, 방사선 조사방향 차이. ⓒ차기환 변호사
    ▲ 엑스레이 촬영 방식인 AP와 PA의 자세, 방사선 조사방향 차이. ⓒ차기환 변호사


    이와 함께, 촬영 자세에 따른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피사체의 몸을 좌ㆍ우로 틀거나, 호흡의 정도 등을 달리하도록 했다.

    이렇게 촬영된 35명의 엑스레이 사진에서 김 교수는 양측 쇄골을 연결하는 선을 긋고, 길이를 측정한 뒤, 통계를 계산하고 정규분포를 갖는지 체크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박주신씨 명의 공군 엑스레이와 자생병원 엑스레이에서 보이는 극명한 차이점이 정상 성인에게서 나타날 확률은 0.017%에 불과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호흡의 정도가 주신씨 명의 엑스레이와 비슷한 피사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동일인일 가능성은 불과 0.04%에 그쳤다. 실험결과에 비춰본다면, 동일인이 아닐 가능성은 99.9%에 육박하며, 동일인의 엑스레이에서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4/10,000에 불과하다. 

    이어진 검찰측 반대신문에서 김 교수는 대한영상의학회가 법원에 보낸 주신씨 명의 엑스레이 감정서에 대해 강한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전척추 엑스레이'는 대부분 광원을 위, 아래, 중간의 3개 각도로 촬영하는데, 대한영상의학회 회신은 한 각도의 광원으로만 촬영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대한영상의학회의 감정이 틀렸다고 감히 말할 순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호도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며 "엑스레이 촬영에서 호흡을 조절하지 않으면, 사진의 질이 나빠지기 때문에, 호흡을 조절하지 않는다는 것도(대한영상의학회 회신)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제출된 감정서에 기재된 14가지 감정항목에 대해 김 교수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정도되는 의사도 판독할 수 있을 정도이며, 의대생들이 하는 '오픈북' 테스트 수준"이라고 말해, 비동일인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님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