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 공식 통계 속여가며 연 50만 톤 공급 추정…러, 이란도 대북 원유수출
  • ▲ 지난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한국 정부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북한이 '대가'를 치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TV조선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1월 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한국 정부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북한이 '대가'를 치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TV조선 관련보도 화면캡쳐

    中공산당에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카드가 있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한국과 미국, 일본은 ‘中공산당의 대북석유제공 중단’을 꼽는다.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미국 정부는 中공산당에 “강력한 대북제재를 위해 필요하다”며 대북석유 제공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中공산당은 미국의 요구를 묵살했다.

    中공산당은 핵실험과 같은 북한의 행패 때문에 자신들의 국제적인 평판이나 입지도 나빠질 텐데 왜 대북석유 제공을 중단하지 않는 걸까.

    中공산당은 북한 김정은에 석유 공급 안 한다?


    2014년 초 중국의 ‘해관(한국의 세관에 해당)’에서 발표한 자료가 한미일 언론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전까지는 연간 50만 톤 이상이었던 대북 원유수출이 ‘0’으로 표시된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도 中공산당의 공식 통계에는 대북 원유수출이 ‘0’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문제는 통계에 있었다. ‘원유’ 대북수출은 ‘0’이었지만, 정제한 뒤의 석유제품 수출은 크게 증가한 것이었다. ‘한국경제’의 지난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이 북한에 판매한 휘발유는 4,507만 달러에 달했고, 디젤은 2,366만 달러나 됐다. 중국 해관의 공식 통계에 나온 수치다.

    中공산당이 북한에게 석유제품을 수출할 때는 ‘유상 원조’ 수준의 낮은 가격에 판매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곁들이면, 중국 해관의 통계에서 사라진 연 50만 톤의 원유 가운데 상당 부분이 정제된 석유제품으로 바뀌어 북한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풀이를 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2014년 5월 중국과 북한 접경 지역을 찾아 확인한 뒤 “中공산당이 압록강에 매설된 지하 송유관을 통해 연간 수십만 톤의 원유를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 등의 원유 저장고로 공급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종합하면, 2012년 52만 3,000톤, 2013년 57만 8,000톤, 연간 5~6억 달러 어치나 되던 중국의 대북수출 원유가 어디로 스며들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 ▲ 2012년 8월 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책임자인 왕자루이가 북한을 찾아 김정은을 만났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2012년 8월 中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책임자인 왕자루이가 북한을 찾아 김정은을 만났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최근에는 다른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김정은 당국이 각 기업소들이 알아서 연료를 수입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북한 소식통들은 “김정은이 지금까지는 국가가 독점하던 원유, 비료 등 전략물자 무역을 2013년부터 개별 기업소, 농장, 각급 부대가 알아서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즉 中공산당이 북한 당국에 공식적으로 판매하는 석유제품이나 비밀리에 공급하는 원유 외에도 중국과 북한 접경 지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석유제품의 규모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경로로 북한으로 들어가는 석유 제품이 연간 수만 톤 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김정은이 집권한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미국과 일본, EU의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꼼수’를 쓰면서, 中공산당의 ‘손목만 비튼다’고 북한을 압박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러시아와 ‘북한 동료들’ 문제, 다른 외화벌이들


    다른 문제도 있다. 2010년부터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기 시작한 북한은 2014년 하반기부터 원유 수입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하반기부터는 러시아-북한 간의 가스관, 송유관도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 해외 연구소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원유가 2015년에만 50만 톤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 러시아 등은 북한과의 원유 거래가 일부 드러나기라도 하지만 아예 드러나지 않는 나라들도 있다. 바로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들이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북한과 이란, 시리아 간의 무기 커넥션에서 ‘대금 결제’ 방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10년 넘게 추적해 왔다. 여기서 드러난 것이 바로 이란이 생산하는 원유를 ‘무기 및 기술 수출 대금’으로 받는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2004년에도 각종 무기 및 무기 기술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에 수출하려 시도했다.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북한에 매우 우호적이었던 우고 차베스. 이때도 ‘대금’은 원유로 받는다는 추측이 나왔다.

    2016년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는 우파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 북한과의 커넥션은 완전히 끊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아프리카나 중동 일부 국가, 중앙아시아의 독재 국가들은 북한과의 에너지 거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서방 정보기관과 씽크탱크들이 내놓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지난 1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석유수출 중단’이 중요한 이슈가 됐다.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해 ‘평면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한국 정부 고위층과 미국 오바마 정부의 국무부는 중국을 향해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하라”는 카드를 사용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은 “중국이 대북원유공급을 중단해도 별 효용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 ▲ 북한 김정은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단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는 인력송출을 통한 것도 있다. ⓒ아리랑TV 북한 근로자 송출 관련보도 화면캡쳐
    ▲ 북한 김정은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단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는 인력송출을 통한 것도 있다. ⓒ아리랑TV 북한 근로자 송출 관련보도 화면캡쳐

    우선 중국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는 것은 中공산당 입장에서는 ‘체제 보전’ 차원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공급은 않더라도 비공식적인 공급을 끊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러시아가 공산주의를 포기한 뒤 세계 공산주의 세력과 독재 체제의 ‘맹주’처럼 군림하는 中공산당이 자신들보다 더 비판을 받는 북한 김정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이 직접 서방 진영과 전면에서 대결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다. 바로 중국과 북한 간의 밀무역이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통계청,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중국과 북한 간의 교역량은 약 63억 달러로 북한 전체 대외교역량 76억 달러의 80%를 넘는다. 이는 공식 집계된 정부 통계로 ‘보따리상’이나 북한의 ‘외화벌이 일꾼’들이 드나드는 것을 합하면, 북한 실물경제에 중국이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비공식적인 부분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북한은 인민군, 보위사령부 등에서 생산하는 마약,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일명 ‘슈퍼노트’), 말보로, 던힐과 같은 가짜 담배 등을 전 세계로 수출한다. 이때 ‘통로’가 되는 곳이 바로 중국 동북 지역이다. 서방 정보기관들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동북 지역의 조직폭력배 등과 손을 잡고 동남아시아, 일본 등을 거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밀수를 하고 있다.

    한국에도 상당한 위협이 되는 ‘정찰총국 사이버 전사’들 또한 중국 동북 지역을 ‘허브’로 삼은 뒤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 소위 ‘몸캠’이라 불리는 화상채탱 사기 등을 저지르고 있다.

  • ▲ 동남아시아에 서버를 두고 한국인을 상대로 벌어지는 각종 불법도박, 화상채팅 사기 등의 배후에는 북한이 있다.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 동남아시아에 서버를 두고 한국인을 상대로 벌어지는 각종 불법도박, 화상채팅 사기 등의 배후에는 북한이 있다.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동유럽의 불가리아 같은 곳에서는 ‘캡타곤’과 같은 각성제를 사들여 터키를 거쳐 중동 각국으로 수출한다는 사실이 2005년에 드러난 바 있다. 현재 ‘캡타곤’은 테러조직 ‘대쉬(ISIS)’ 조직원들이 대량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또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모든 범죄는 김정은 체제를 위한 ‘외화벌이’로, 여기서 들어오는 외화는 적게 잡아도 연간 5억 달러 이상일 것이라는 추정이 많다.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인력송출이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시행된 뒤부터 자국 근로자의 해외수출에 ‘민간’으로 위장한 노동당 조직을 내세우고 있다. 북한 근로자들은 러시아에 4만여 명을 포함해 중국, 카타르, UAE 등 세계 16개 나라에 5만 명 이상이 파견돼 있다. 이들이 버는 수입의 대부분은 노동당을 거쳐 김정은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이때도 북한에 도움을 주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들에 우호적인 중앙아시아 국가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북한 핵실험 해결 방법은 단 하나, 하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은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북제재’를 실행하겠다며 머리를 맞댔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북한 핵실험은 김정은의 의지에 따라 실행한 것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김정은 제거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일 삼국이 추구하는 해결 방안은 ‘차선’인 김정은 체제의 돈줄을 묶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김정은 체제의 돈줄을 묶기 위해서는 中공산당과 러시아 푸틴 정권에 압력을 가해야 하는데, 이는 한국이나 일본은 꿈도 못꾸고 미국 또한 매우 부담스러운 ‘카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앞서야 하는 것은 한국 정부다. 북한 핵문제가 민족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면서 아시아 태평양의 패권 경쟁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정부가 ‘목숨’을 걸고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하는데도 역대 한국 정권은 ‘목숨’을 걸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대신 목숨을 걸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대처해 왔다.

    한국 사회 또한 한국 정부나 정치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거나 급변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남의 일’이기 때문에 즐기면 되지만, 한반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나의 이익’이 심각한 침해를 받기 때문에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며 ‘행동’에 반대한다.

    당사자인 한국이 이렇고, 일본의 아베 정권은 북한 핵문제를 자국 재무장과 정치제도 혁명의 ‘빌미’로만 삼고 있고, 美정부 또한 대선 등 국내 상황을 놓고 ‘운명’을 걸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에 해결이 안 되는 것이다.

    ‘체제 보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中공산당이나 북한을 ‘방패’로 삼으려는 러시아는 당연히 “문제는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만 되뇌일 뿐이다.

  • ▲ "자, 자, 당 일꾼 여러분, 남조선과 미국이 우리 돈줄을 죄는 건 어림도 없습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김정은의 돈줄만 죌 게 아니라 전방위적인 압박을 통해 '손발'을 잘라놔야 한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자, 자, 당 일꾼 여러분, 남조선과 미국이 우리 돈줄을 죄는 건 어림도 없습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김정은의 돈줄만 죌 게 아니라 전방위적인 압박을 통해 '손발'을 잘라놔야 한다.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22일 외교부와 통일부, 국정원, 국방부 등 외교안보 분야의 시정 업무보고가 있었다. 여기서 나온 이야기는 모두 그럴 듯하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한 판’ 해보자는 이야기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주무 부처들의 보고는 모두 예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네 차례나 나왔음에도 북한이 또 다시 핵실험을 벌였다는 점, 그리고 그때마다 한국 정부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여러 가지 계획들을 내놨던 점을 기억해보면, 북한 김정은이 대륙간 탄도탄(ICBM)을 실제로 개발해 내고,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을 실전배치할 때까지도 한국 정부는 아무 것도 해낸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또 한 번 예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