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舊소련이 개발한 ‘부분궤도폭격체계(FOBS)’ 자료 건네받아 10년째 연구 중
  • 북한이 전 세계에 공개한 '광명성4호'의 발사 장면. ⓒ北조선중앙TV 유튜브 채널 캡쳐
    ▲ 북한이 전 세계에 공개한 '광명성4호'의 발사 장면. ⓒ北조선중앙TV 유튜브 채널 캡쳐

    북한은 지난 2월 7일 오전 9시 30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北선전매체들은 이날 오후 12시 30분 ‘중대보도’를 통해 “지구궤도위성 ‘광명성4호’ 발사에 성공했다”고 떠들었다.

    이후 나흘 동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놓고 국제사회의 다양한 분석과 추측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의견은 “북한이 발사한 것은 대륙간 탄도탄(ICBM)”이라는 데로 모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방부를 통해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를 잇는 ‘페어링’ 잔해를 수거해 분석하고 있다.

    한국에서 소위 ‘전문가들’은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사정거리가 얼마’ ‘탄두 재돌입이 관건’ ‘지구궤도에 올린 것은 위성 아니다’ 등의 분석만 내놓고 있다. 2014년 7월에 나왔던 언론보도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2014년 7월 27일 국내 언론들은 ‘제임스 울시’ 前CIA 국장의 美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출석 증언에 대해 일제히 보도했다.

    2014년 7월 23일(현지시간) 열린 美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제임스 울시’ 前CIA 국장은 서면으로 이런 증언을 했다.

    “…지난 2004년 러시아에서의 ‘두뇌 유출’ 때문에 일부 러시아인들이 북한이 EMP 무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왔다.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들이 EMP 공격에 필요한 주요 요소들을 확보하는 경쟁에서 곧 러시아와 중국을 따라잡을 것이다.

    이는 스커드 미사일처럼 해변과 가까운 지역에 정박한 화물선에서 발사할 수 있는, 단순한 형태의 탄도 미사일, 낮은 지구궤도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발사체, 감마선과 불덩어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낮은 폭발력의 단순 핵무기 형태가 될 것이다.

    러시아는 수 년 전에 ‘부분궤도폭격탄두체계(FOBS)’를 개발했다. 이는 EMP 폭탄을 실은 핵미사일이 미사일 방어체계가 구축된 북쪽이 아니라 남쪽에서부터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으로 美본토를 공격할 경우 한 번의 폭발로 전력망 상당 부분이 파괴될 것이다. 일반 핵무기와 달리 이런 공격을 받으면, 우리는 전력망이 파괴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가진 미사일 방어 체계로 우주 발사체는 격추할 수 있지만 EMP 공격에 대해서는 해답을 갖고 있지 않다….”


    제임스 울시 前CIA 국장의 설명은, 북한과 러시아로부터의 EMP 공격에 대한 우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러시아가 수 년 전에 FOBS를 개발했다”는 대목이다.

    해외 군사 커뮤니티 등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전직 관리들을 인용, “북한이 러시아의 ‘두뇌유출’이 광범위하게 벌어졌을 때 FOBS 관련 기술을 입수했다”는 주장들이 돌고 있다. 해외 종북 진영은 이를 기정사실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여기다 ‘살’을 덧대 북한의 핵무기 기술이 ‘외계인 수준’이라는 소설을 떠들어 대고 있다.

    일단 해외 종북 진영의 ‘소설’은 배제하고,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사실을 토대로 보면, 북한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양의 핵무기 관련 기술 자료를 입수, 이를 ‘역설계’를 통해 개발 중이며, 그 가운데는 ‘FOBS’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

    우선 지난 7일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012년 12월 ‘은하3호’ 발사 때의 차이점을 확인했다. 그 결과 탄두 중량이 200kg 이상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고, 지구 궤도 상에 올라간 ‘물체’는 공중제비를 돌다가 며칠 뒤에야 제 궤도를 돌기 시작했다. 1단 추진체는 270여 조각으로 분해돼 바다에 떨어졌다.

    지구 궤도에 오른 ‘물체’와 북한 지상 간의 통신 흔적은 전혀 없었다는 점, 남극과 북극을 오가는 ‘극궤도’를 돌고 있다는 점, 고도가 최고 500km 정도의 ‘저궤도’라는 점, 2012년 12월의 ‘은하3호’와 2016년 2월 7일의 ‘광명성4호’ 추진체의 크기, 무기 등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여기다 2014년 7월 국내 언론 보도에서 “러시아가 수 년 전에 FOBS를 개발했다”는 대목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FOBS 관련 기술을 건네받은 사실에 대한 오해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1960년대 초부터 FOBS 기술을 개발해 왔기 때문이다.

    FOBS(Fractional Orbital Bombardment System)를 한국말로 직역하면 ‘부분궤도폭격체계’가 된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일반적인 대륙간 탄도탄(ICBM)은 발사한 뒤 지구 저궤도까지 올라간 뒤 공전하며 이동, 목표와 가까워지면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타격하는 형태다. 반면 FOBS는 추진체에 실려 지구 저궤도에 올라간 뒤 ‘인공위성’처럼 지구 궤도를 계속 공전한다. 그러다 지상의 명령이 떨어지면 저장하고 있던 핵폭탄을 목표 위에 떨어뜨리는 폭탄이다.

    현대적인 대륙간 탄도탄은 개별 탄두마다 자세제어 로켓을 장착하거나 정밀한 ‘관성유도항법장치(INS)’를 통해 목표를 직격하지만, FOBS에는 그런 장비가 필요 없다. 그저 지구 저궤도를 돌다가 탄두의 자유낙하 속도와 목표 지점까지의 거리 등을 계산해 떨어뜨리기만 하면 중력에 의해 가속되면서 폭발하게 된다.

    FOBS를 처음 고안한 곳은 소련이었다. 냉전과 함께 미소 간의 핵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은 워싱턴 D.C 등 주요 도시 주변에 대륙간 탄도탄 방어용 미사일(ABM)을 개발해 배치했다. 이에 소련은 미국의 ABM이 막을 수 없는 핵무기를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 지하 사일로(Silo)에서 발사하는 소련의 FOBS용 ICBM 'R-36O'의 모습. ⓒ위키피디아 공개 사진
    ▲ 지하 사일로(Silo)에서 발사하는 소련의 FOBS용 ICBM 'R-36O'의 모습. ⓒ위키피디아 공개 사진

    1961년 개발을 시작한 GR-1은 본격적인 FOBS용 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OKB-1이라고도 불렀던 이 FOBS 탄도탄은 지구 상공 150km의 저궤도를 돌다가 북미 지역에서 핵폭탄을 떨어뜨리는 개념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고 계획은 취소됐다.

    소련은 대신 1962년 4월에 시험했던 R-36(나토 코드 SS-9 스크럽) 대륙간 탄도탄을 개량해 FOBS를 만들기로 한다. 겉모습은 길이 32.2m, 폭 3m의 평범한 크기였지만, 발사 총중량이 183톤에 이르고, 탄두 중량이 3.95톤에 달하는 초대형 미사일이었기 때문이다.

    소련은 1966년 두 차례의 발사 실패에도 불구하고 R-36을 계속 개량해 FOBS를 개발한다. 이렇게 만든 FOBS용 탄도탄의 이름은 R-36O. 소련은 이 탄도탄을 1967년 1월 25일부터 10월 28일 사이, 9번이나 쏘아 올린다. 탄도탄은 모두 ‘극궤도 위성’으로 위장했다. 남극과 북극을 도는 ‘극궤도 위성’의 경우 지구의 자전 때문에 공전 궤도가 점차 서쪽으로 이동하므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미국의 허점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소련이 이처럼 FOBS에 목을 맨 이유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정밀기술, 전자기술로 인해 ABM의 방어망을 뚫을 수 없다고 보고, 미국이 절대 막을 수 없는 핵무기를 갖기 위해서였다.

    1960년대 당시까지는 미국과 소련 모두 우주기술이 일천해, 지구 궤도상에 있는 핵무기를 격추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특히 FOBS와 같이 지구를 공전하다 목표에 자유낙하 하는 핵폭탄의 경우에는 최고 속도가 음속의 30배까지 다다르기 때문에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소련이 FOBS를 개발, 지구 극궤도 상에 쏘아 올리려는 것을 알게 된 미국은 1967년 ‘패스파인더’ 시스템이라는 우주 핵무기 감시 체계 개발에 착수하는 한편, 지상 100km 바깥에는 핵무기를 상시배치하지 말자는 ‘외기권 우주 조약(Outer Space Treaty)’을 소련에 제안한다.

    미국의 ABM을 뚫을 수 없다고 생각한 소련은 사실 FOBS의 성능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여서 조약을 수락한다. 이렇게 소련은 FOBS를 우주에 상시 배치해 놓으려던 계획에서 한 발 물러난다.

    소련은 하지만 이후로도 R-36O의 개량을 거듭, 1970년대 후반에는 R-36M과 같은 개량형 FOBS를 개발해 실전배치한다. 이렇게 냉전 기간 동안 소련이 생산한 FOBS 탄도탄은 150여 기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초반 소련이 무너지고 독립국가연합(CIS)이 됐던 시절, 먹고 살기 어려워진 舊소련의 핵무기 과학자들은 자신들이 연구한 자료를 들고 이곳저곳을 떠돌게 된다. 소위 ‘러시아 두뇌유출’이 시작된 것이다. 이 시기는 거의 10년 동안 이어졌다. 앞서 언급한 ‘제임스 울시’ 前CIA 국장의 증언은 이 시기에 북한 당국이 소련이 만든 FOBS 관련 설계도, 기술자료 등을 얻었다는 뜻이다.

  • 소련의 FOBS용 ICBM 'R-36O'의 주요 제원. 러시아는 이를 더 개량한 'SS-18 사탄'을 일부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사일 트리트 닷컴 화면캡쳐
    ▲ 소련의 FOBS용 ICBM 'R-36O'의 주요 제원. 러시아는 이를 더 개량한 'SS-18 사탄'을 일부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사일 트리트 닷컴 화면캡쳐

    제임스 울시 前CIA 국장의 증언을 무시하기 어려운 단적인 증거는 바로 이란의 미사일 기술이다. 북한은 시리아, 이란과 함께 20년 동안 공동으로 각종 무기를 개발해 오고 있다. 미군의 MQ-1 프레데터와 흡사한 무인기나 초공동 어뢰, 연어급 잠수정, 고속 반잠수정 등은 이미 언론에도 공개됐다. 이란이 북한과 함께 FOBS 개발을 추진 중이라는 증거는 2013년 1월 당시 정상적인 지구궤도 위성이 아니라 ‘준궤도(저궤도) 위성’에다 원숭이를 태워 하늘로 쏘아 올렸던 일이다. 당시 이란 추진체의 사정거리는 약 4만 km 가량으로 추정됐다.

    이란의 ‘원숭이 위성’ 발사를 본 서방 진영은 이를 ‘소련제 FOBS’와 매우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당연히 해당 기술은 북한과의 공조를 통해 개발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밖에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3년 만에 발사한 북한 장거리 미사일의 가장 큰 차이점이 탄두 탑재중량이 2배로 증가했다는 점도 신형 연료사용 여부와 함께 FOBS 발사 시험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

    북한이 舊소련의 기술을 ‘역설계’, 10년 넘는 기간 동안 FOBS를 개발하려는 이유는 한국이나 일본은 물론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MD)를 뚫기 위한 노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우주에 대한 조기경보능력이 없는 한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미국조차도 X밴드 레이더나 각종 첩보위성으로도 지구 저궤도 상에 있는 핵무기의 탐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4호'의 발사장면을 지켜보는 김정은. 김정은이 노리는 점을 찾아야 그에 대비할 수 있다. ⓒ北조선중앙TV 유튜브 채널 캡쳐
    ▲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4호'의 발사장면을 지켜보는 김정은. 김정은이 노리는 점을 찾아야 그에 대비할 수 있다. ⓒ北조선중앙TV 유튜브 채널 캡쳐

    하지만 북한이 고려하지 못한 요소가 몇 가지 있다. 소련이 FOBS를 실전배치한 뒤로 서방 진영의 탄도탄 요격기술 또한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이란과 손잡고 FOBS를 개발해낸 뒤 가장 위험한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극궤도를 돌면서 핵폭탄을 떨어뜨릴 경우 대응시간은 15분 이내에 불과하다.

    한국군에는 우주조기경보 능력이 없다. 게다가 '사드(THAAD)' 미사일이나 패트리어트 PAC-2로는 요격도 할 수 없다. 한국군은 그저 ‘불바다’가 되는 것을 멍하니 지켜만 봐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