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페이스북·트위터 등에서 “北 인공위성이라는 사실 변치 않아”
  • 진성준 더민주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조선닷컴 보도화면 캡쳐
    ▲ 진성준 더민주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조선닷컴 보도화면 캡쳐

    “북한이 2월 7일 오전 9시 30분에 쏘아올린 것은 ‘인공위성’이다. 그것이 크기가 크든 작든, 위성으로서 기능을 하든 못하든 인공위성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아무리 북한이 밉기로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지난 10일 진성준 더불어 민주당 의원(초선, 비례대표)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가운데 일부다. 진성준 더민주 의원은 트위터에는 “북한이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이것은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만들 능력이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렇게 발표하고 보도해야 진실한 것”이라며 “미사일을 쐈다면서 대기권 재진입이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은 아직 모른다고 하는 것은 ‘형용 모순’이다”라고 주장했다.

    진성준 더민주 의원이 SNS를 통해 주장한 것을 놓고 새누리당은 강한 비판을 퍼부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 대변인은 지난 12일 국회 현안 브리핑에서 “국방위 소속 야당 의원이 북한에서 발사한 것을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하며 “지금 우리 머리 위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고 있는데도 북풍이니, 선거 전략이니 말하는 게 대체 어느 나라 정당의 화법이냐”고 비판했다.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 또한 같은 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북풍 전략’ 운운했고, 한 야당 의원은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인공위성 개발이라며 두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더민주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야 간의 설전(舌戰) 소재를 제공한 진성준 더민주 의원은 사실 2012년 한 사건 때문에 대중들 사이에서 더욱 유명하다.

    제18대 대선을 얼마 앞두지 않았던 2012년 11월 25일,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하던 진성준 대변인이 짤막한 논평 하나를 내놨다.

    진성준 당시 대변인은 “보수 성향의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여론 조작’을 하고 있어 진상파악을 하겠다”면서 ‘일베’에 ‘공식 선전포고’를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일베’ 이용자들은 당시 문재인 후보의 광고 가운데 나온 고가의 의자를 소재로 ‘의자왕 문재인’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고, 문재인 후보의 고가 안경테, 고가 패딩점퍼 등을 계속 이슈화시켰다.

  • 2012년 12월 대선 레이스 당시 일베 이용자들이 만든 '일베 vs 민주당' 싸움 패러디. 일베 이용자들은 이를 보고 '병신력 대결'이라 불렀다. ⓒ당시 '일베' 관련 글 캡쳐조선닷컴 보도화면 캡쳐
    ▲ 2012년 12월 대선 레이스 당시 일베 이용자들이 만든 '일베 vs 민주당' 싸움 패러디. 일베 이용자들은 이를 보고 '병신력 대결'이라 불렀다. ⓒ당시 '일베' 관련 글 캡쳐조선닷컴 보도화면 캡쳐

    18대 대선 이후 한동안 ‘일베’를 언론의 중심에 서게 만든 것이 바로 진성준 더민주 의원이었다. 풀이하면 법률도 우습게 보던 일부 좌익 진영과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제1야당조차 ‘일베’를 무서워하도록 만든 ‘일베 히어로’가 진성준 더민주 의원이었다는 뜻이다.

    이런 진성준 더민주 의원이 이번에는 북한 김정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주로 북한 측의 ‘공식발표’를 ‘사실’로 간주해 설명한 것이다.

    북한이 2월 7일 쏘아올린 것이 우주로켓과 인공위성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정황은 북한의 ‘공식발표’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북한은 ‘광명성4호’를 쏘아올린 뒤 “지구관측위성이 정상궤도에 올랐다”면서 지금까지도 축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지구관측위성’이라면, 말 그대로 지구를 관측한 데이터를 지상 관제소로 보내야 하는데 6일이 지난 지금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 ‘광명성4호’가 지구 궤도에 올라간 뒤 ‘공중제비를 돌았다’는 美북미방공사령부(NORAD)와 항공우주국(NASA)의 이야기도 이것이 인공위성이 아닐 가능성을 높여준다.

    정상적인 인공위성은 지구상 또는 우주를 관찰하거나 통신 중계를 위해 궤도에 오른 뒤에는 소형제어로켓을 통해 안정적인 자세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구와의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광명성4호’는 몇 시간이 넘도록 ‘공중제비를 돌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실패’가 아닌가. 전 세계 공통 기준으로는 실패다. 그럼에도 북한 김정은 집단은 여전히 ‘성공’을 자축하고 있다. 관련 기술자들을 버스 등에 태워 퍼레이드까지 펼쳤다.

  • 北선전매체들은 2월 7일 이후 '광명성4호'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인공위성'이라는 물체가 궤도 상에서 공중제비를 계속 도는 데도 그들은 '성공'이라 주장했다. 왜일까. ⓒ北조선중앙TV 유튜브 채널 캡쳐
    ▲ 北선전매체들은 2월 7일 이후 '광명성4호'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인공위성'이라는 물체가 궤도 상에서 공중제비를 계속 도는 데도 그들은 '성공'이라 주장했다. 왜일까. ⓒ北조선중앙TV 유튜브 채널 캡쳐

    북한의 ‘광명성4호’가 2012년 12월 쏘았던 ‘은하3호’와 거의 흡사한 형태이면서 3단 로켓에 달린 탄두 중량이 2배로 증가했다는 점, 이란이 “2016년까지 ICBM(대륙간 탄도탄)을 확보하겠다”면서 공개했던 모형과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광명성4호’ 로켓의 모양이 거의 같다는 점, 해외 종북 세력들이 “북한은 이란과 함께 2008년 이미 FOBS(부분궤도폭격시스템)용 로켓을 쏘아 올렸다”고 떠드는 점 등은 진성준 더민주 의원의 주장에서 힘을 빼버리는 대목이다.

    진성준 더민주 의원이나 그의 지지자들은 “북한이 지금 먹고 살 돈도 없는데, 그런 첨단 핵무기를 만들 가능성은 없다”며 “헛소리 마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쩌나. 해외 종북 세력의 주장뿐만 아니라 외신을 통해서도 이미 몇 년 전에 북한이 오래 전에 舊소련 출신 과학자들로부터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 EMP용 핵폭탄, FOBS 핵무기에 대한 각종 기술 자료를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2014년 7월 29일 국내 언론들은 제임스 울시 前CIA 국장이 美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보낸 서면 답변서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당시 답변서에서 울시 前국장은 “북한이 10여 년 전에 러시아로부터 EMP 폭탄과 FOBS 기술을 습득했다”고 밝혔다.

    당시 국내 언론들은 “러시아가 몇 년 전에 FOBS 기술을 완성했다”고 전했지만, 舊소련이 1960년대 초반부터 FOBS를 개발, 1960년대 후반에는 이를 실제로 배치했던 사실, 1970년대 후반에는 기술을 보다 발전시킨 SS-18 사탄(R-36M 모드3)을 배치했던 사실 등으로 보면,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FOBS 기술 자료를 얻어 역설계하는 중”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이란, 시리아와 함께 핵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던 북한은 이렇게 얻은 기술을 바탕으로 시리아에서는 핵물질 생산 시설을, 이란에서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계속 추진해 왔다는 것이 서방 정보기관들의 분석이다.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舊소련제 FOBS와 SLBM 기술에 관심을 갖고, 거액을 들여 역설계를 하는 이유를 한미 동맹의 ‘미사일 방어 능력’, 특히 미군이 가진 미사일 대응 체계를 피해보려는 노력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낮은 궤도에서 인공위성처럼 돌다가 목표 지점이 다가오면 핵탄두를 떨어뜨리는 FOBS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요격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재정절벽’ 때문에 배치 일정이 연기되었을 뿐 THAAD(고고도 종말단계 방어) 미사일의 생산을 계속하고 있고 고도 1,500km의 비행체까지 요격하는 GBI(지상 기반 외기권 방어) 미사일은 개발 마무리 단계다. 또한 美해군은 모두 21척의 이지스 순양함과 구축함에 고도 500km까지 요격이 가능한 SM-3 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있다.

    항공기가 지상 13km 공중에서 발사, 적의 저궤도 군사위성을 요격하는 ASAT(대위성공격체) 미사일의 기술도 80년대보다 훨씬 더 발전시킨 상태다. 이 밖에도 미군은 고출력 레이저 무기, 각종 정찰위성, 조기경보위성 등도 활용 중이다.

    이런 미군의 능력을 고려해보면, 북한은 FOBS나 개별유도다탄두(MIRV) 미사일 등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미군을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FOBS를 궤도상에 올리기 위한 시험이라면 ‘자칭 인공위성’이 공중제비를 돌던 먹통이 되던 일단 궤도에 정상적으로 안착만 하면 된다. 북한이 ‘성공’이라고 자축하는 것은 이에 대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북한이 쏘아올린 것을 ‘인공위성’이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은 북한 김정은 집단에 무조건 동조하려는 것이거나 한미 당국과 한국 국민들의 대북경계를 흐트러뜨리기 위한 주장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JTBC에 출연한 진성준 더민주 의원. 그가 비판하거나 편든 사람 또는 조직은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다. ⓒJTBC 보도화면 캡쳐
    ▲ JTBC에 출연한 진성준 더민주 의원. 그가 비판하거나 편든 사람 또는 조직은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다. ⓒJTBC 보도화면 캡쳐

    2012년 11월, 소규모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를 ‘제1야당’에 맞서는 ‘무지막지한 괴수 집단’으로 만들어 준 진성준 더민주 의원이 이번에는 “북한이 쏘아 올린 것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점은 그의 ‘발언록’에 포함될 중요한 주장으로 보인다.

    진성준 더민주 의원은 SNS에 “북한이 쏘아 올린 것을 두고 미사일이라고 하면 애국적이고, 인공위성이라고 하면 종북적인가”라고 반문했었다. 아니, 그렇지는 않다. 다만 ‘사실’과 ‘추론 가능한 증거’를 외면하고, 북한 김정은 집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종북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생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