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의혹 입증할 객관적 증거 없다”...변호인 “납득 못할 판결”
  • 양승오 박사 재판을 알리는 법정 안내문.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양승오 박사 재판을 알리는 법정 안내문.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의혹을 제기한 영상의학전문의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에 대해 700~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2012년 2월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공개신검 당시, 대리신검이나 영상자료를 바꿔치기 했다고 볼만한 객관적-합리적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나아가 법원은, 병무청 CT 촬영 당시 대리신검 의혹에 대해서도 이를 입증할만한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전국적 관심이 집중된 이 사건에 대해 검찰 측 의견을 대부분 받아들이면서, 피고인 측 항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지만, 재판 막판 이뤄진 외부감정위원단의 감정 결과가 3대3으로 첨예하게 갈렸고, 피고인들이 제기한 의학적 의혹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힌 현직 의료인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여진(餘震)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판결 직후 양승오 박사의 변론을 맡은 차기환 변호사는 “의학적 증거가 아닌 불확실한 증언에 근거한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합의 27부(재판장 심규홍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2시 311호 법정에서, 양승오 박사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선고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우선 2012년 2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공개신검 당시, 대리신검 혹은 영상자료 바꿔치기 등의 병역비리가 벌어졌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세브란스 공개신검 당시 주신씨를 봤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있고, 이동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CCTV 등이 있기 때문에, 주신씨 대신 제3의 인물이 대리신검에 나섰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강하게 제기한 세브란스병원의 전산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이를 인정할 만한 합리적 이유나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병무청 CT 촬영 과정에서, 대리신검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피고인 측 의혹제기에 대해서도 부정적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병무청의 신체검사 체계상 대리신검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난 사안에 대해 피고인들이 선거철에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며, 박원순 시장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주관적인 인식만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양승오 박사 등 피고인 3명에게 벌금 1,500만원, 나머지 피고인 4명에게는 700~1,000만원의 벌금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양승오 박사 등 이 사건 피고인들은 2012년 2월 세브란스병원에서 이뤄진 공개신검 직후부터, 지속적으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박 시장 측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된 재신체검사를 요구해왔다.

    박원순 시장은 2014년 5월, 지방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양승오 박사 등 시민 7명이 자신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들을 서울시선관위에 고발했으며, 선관위는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사건을 배당받은 검찰은 약 10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피고인 모두를 공직선거법 상 낙선목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주신씨를 참고인신분으로 불렀으나, 주신씨는 출석을 거부했다.

    양승오 박사 등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2014년 12월 제1회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1년 6개월간 모두 19차례 열렸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측의 신청을 받아들여 주신씨를 2차례 증인으로 소환했으나, 영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주신씨는 끝내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피고인들이 병역비리 의혹의 유력한 증거로 제시한 박주신씨 명의 엑스레이. 왼쪽부터 공군훈련소-자생병원-비자발급용 엑스레이. ⓒ 뉴데일리DB
    ▲ 피고인들이 병역비리 의혹의 유력한 증거로 제시한 박주신씨 명의 엑스레이. 왼쪽부터 공군훈련소-자생병원-비자발급용 엑스레이. ⓒ 뉴데일리DB
     
  • 박주신씨 명의 엑스레이에 대한 비교판독 결과, 흉곽의 형태에 있어 중요한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료혁신투쟁위의 발표 자료. ⓒ 뉴데일리DB
    ▲ 박주신씨 명의 엑스레이에 대한 비교판독 결과, 흉곽의 형태에 있어 중요한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의료혁신투쟁위의 발표 자료. ⓒ 뉴데일리DB

    변호인과 피고인 측은 공판과정에서 공군훈련소 입소 당시 엑스레이와 영국 출국에 앞서 비자발급을 위해 촬영된 엑스레이 등, 주신씨 명의의 2장의 엑스레이를 새로 확보하고,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후 피고인 측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자생병원 엑스레이와 위 2개의 엑스레이에 대한 비교판독 결과, ‘극상돌기 배열 방향의 차이’, ‘석회화 현상 존재 여부’, ‘흉곽의 형태 차이’ 등 피사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없는 유의미한 차이점이 발견된다며, 그 결과를 재판부에 냈다.

    의사단체인 의료혁신투쟁위 등 일부 의사들도 이런 의견에 동조하면서, 박주신씨 병역비리 의혹은 전국적 관심을 끌었다.

    재판부는 공판 막판 검찰과 피고인 측이 각각 추천한 6명의 전문의로 감정위원단을 구성해, 주신씨 명의의 3장의 엑스레이에 대한 감정을 시도했으나, 그 의견이 3대3으로 나뉘면서 일치된 결론을 얻지 못했다.

    차기환 변호사와 양승오 박사는 재판이 종료된 후 중앙지법 동관 출입문 앞에서, 1심 재판부의 판결에 강한 유감을 나타내며, 항소방침을 거듭 밝혔다.

    차기환 변호사는 "주신씨 명의 공군-자생 엑스레이 간 차이점이 과학적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불분명하고 불합리한 증인들의 모순된 증언을 가지고 어긋난 판단을 했다. 당연히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박주신씨 명의 엑스레이 감정 과정에서 검찰측 감정 위원들은 방사선 조사 각도와 피사체 자세, 호흡 등으로 차이가 발생했을 뿐 같은 피사체라고 주장했지만, 변호인측 감정위원들이 자세가 얼마나 틀어졌는지 등을 측정하는 이론과 논문을 통해 검찰측 감정위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고 강조했다.

    양승오 박사도 "의학적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것"이라며,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주장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박원순 시장에게 유리한 검찰측 주장은 다 받아들였다"고 비판했다.

    양 박사는 "저는 의사 면허를 걸고 박주신씨에 대한 재검을 요구했다. 어째서 (재판부는) 재검 없이 이론적인 글만 가지고 벌을 주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기환 변호사는 본지 기자와의 만남에서 "내일 바로 항소장을 접수할 것"이라며, "주신씨 엑스레이 상 차이점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30~40명 이상의 촬영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