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지원 열악, 군 기강 해이·훈련 지시 이행 안 돼…솔선수범하는 사람 없어
  • ▲ 北인민군 수뇌부를 이끌고 현장 지도 중인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 北인민군 수뇌부를 이끌고 현장 지도 중인 김정은. ⓒ北선전매체 화면캡쳐

    北인민군이 겉으로는 김정은에게 충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살기 위해’ 맹목적으로 복종하고 있으며, 때문에 北인민군 내부 상황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 국방정보본부(DIA)는 통일부 의뢰로 작성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군부 통제 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공포정치가 계속되면서 북한군 수뇌부 사이에서는 눈치 보기와 맹종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국방정보본부는 지난 21일 공개된 보고서를 통해 “김정일 때부터 고위층이 된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정찰총국장 그룹은 철저한 눈치 보기 속에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충성심과는 별개로 외적 복종심을 표출해 생존을 유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북한 군부 인사들은 김정은이 지시해주고 업무 방향을 지시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집단”이라고 평가했다.

    국방정보본부는 또한 “김정은 체제 이후 등장한 야전 전문가, 핵·미사일 테크노크라트를 비롯한 신진 군부 인사 역시 전문성을 무기로 지시 사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자부심을 보이면서도 철저히 앞서 나아가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정보본부는 “고위 군 간부들이 최고 사령관을 동지적 존경으로 받들기보다 철저한 눈치 보기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맹종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현재 북한 군부는 상하 간의 신뢰가 형성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국방정보본부는 인민군과 노동당 간부 출신 탈북자들과 인터뷰를 한 결과 김정은의 이 같은 통치 스타일 때문에 군을 장악하기는 했지만, 북한군 내부에서의 의사소통이나 신뢰가 없어 군 내부에서의 건전한 비판이 불가능해졌다는 진술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탈북자들은, 김정은이 노동당 우위의 통치 체계를 확립하고자 ‘선군정치’ 과정에서 막강해진 인민군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해 군 수뇌부는 물론 중간 간부들까지 대대적으로 숙청해 결과적으로 내부 의사소통이 마비됐다고 평가한다.

    국방정보본부는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인해 북한군 수뇌부는 지시를 따르지만, 일반 간부와 병사들은 열악한 군수지원으로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일선 부대에서는 군 기강이 해이해지고 훈련 강화 지시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정보본부는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김정은의 군부 통제 성공은 경제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고 “대북 심리전 소재로 한국의 발전상 등도 주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허기와 물자부족에 시달리는 북한군을 대상으로 할 때는 가장 원초적인 1차적 욕구를 자극하는 내용 위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방정보본부의 보고서처럼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후 권력을 잡은 뒤 고위층들에 대한 예우는 전혀 하지 않고, 이들을 ‘권력 투쟁의 경쟁상대’로 간주해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닥치는 대로 숙청하거나 처형했다.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은 물론 리영호, 현영철 등이 처형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분석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