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적 칼날 목을 조여오는데 야당은 한가한 소리만"
  • ▲ 23일 김광진 더민주 의원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23일 김광진 더민주 의원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북한이 23일 청와대와 정부 기관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날 우리 국회는 테러방지법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이 가져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때문에 마비됐다.


    이날 필리버스터 지원자로 나온 김광진 의원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야당 의원이 5시간째 본회의장 단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국가 비상상황이지만 단 한명의 야당 의원 때문에 모든 의사결정이 셧다운 된 것이다.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성명을 통해 "적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수행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운명의 눈부신 태양을 감히 가리워보이려는 자들을 가차없이 징벌해버릴 것이다'는 제목의 이 성명에는 "1차 타격 대상은 동족대결의 모략 소굴인 청와대와 반동 통치기관들"이라는 공격대상을 구체적으로 선언한 내용이 담겨 있다.


    북한은 "2차 타격대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미제 침략군의 대조선 침략기지들과 미국 본토"라며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혁명 무력이 보유하고 있는 강위력한 모든 전략 및 전술타격 수단들은 적들의 특수작전 무력과 작전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는 경우 그를 사전에 철저히 제압하기 위한 선제적인 정의의 작전수행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 ▲ 김광진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지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상황 ⓒ 뉴시스
    ▲ 김광진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지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상황 ⓒ 뉴시스

    '청와대 타격'이라는 선전포고에 가까운 위협이 발표됐지만, 같은 시각 국회는 마비 상태다.


    김광진 더민주 의원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고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오후 7시5분 이후 다음날인 24일 12시 40분까지 혼자 단상에 서서 엉뚱한 말만 계속했다.


    김 의원은 계속 시간을 끌기 위해 그동안 테러방지법에 대해 했던 자신의 발언이나 국가 대테러 지침을 줄줄이 읽어 내려갔다. 내내 발음도 꼬이고 지친 기색이었지만, 집요하게 발언을 계속했다. 연설 단상 뒤쪽에 의장석은 더민주 소속의 이석현 부의장이 개의 이후 계속 지키고 있다가 밤 11시께 정갑윤 부의장과 교대했다.

    이 부의장은 김광진 의원에게 "괜찮겠느냐. 다른 의원에게 넘기는 것이 어떻겠나"고 했지만, 발언은 끝끝내 계속 됐다.


    이에 대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적의 칼날이 목을 조여오는 위중한 시기에 국가의 안보와 안위는 내팽개치고 입법을 방해하고 있다"며 "야당은 '테러가 발생 안할 것이다. 발생해도 현 시스템 속에서 잘 대쳐할 것이다'고 한가한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도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자기 발등 찍기'에 지나지 않는다"며 "국민 안전과 관련된 테러방지법을 고의적으로 방해한 것에는 분명 책임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 ▲ 필리버스터 도중 물을 마시는 김광진 의원 ⓒ 뉴시스
    ▲ 필리버스터 도중 물을 마시는 김광진 의원 ⓒ 뉴시스


    김광진 다음은 문병호… 국민의당까지 나서 '어깃장'


    필리버스터는 2012년 18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입법 당시 도입된 제도다. 의원 한 사람이 한번씩만 무제한으로 토론을 할 수 있다. 1964년 김대중 대통령이 의원 시절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을 막기 위해 5시간 19분을 발언한 게 가장 길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를 통해 구속동의안 통과를 결국 무산시켰다.


    더민주는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국회 재적인원의 1/3 이상(98명, 국회의원 293명 기준)의 서명이 있어야 필리버스터가 개시된다.


    이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토론한 의원이 없을 때 △국회 회기가 종료될 때 △재적의원 5분의 3(176명)이상 찬성이 있을 때 가능하다.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157석으로 이를 막기 위해서는 19석이 더 필요하다. 국민의당(17석)과 무소속(5석)이 있지만, 국민의당 역시 '필리버스터'에 동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광진 의원의 토론이 끝나고, 다음 차례로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이 나섰다. 이후 더민주 은수미 의원과 정의당 박원선 의원, 더민주 유승희 의원이 다음 토론 순서를 맡았다.


    야당은 필리버스터 내내 3개조를 나눠 본회의장을 지키기로 했다. 결국 의원 전원을 동원해서라도 2월 임시국회 내내 토론으로 국회를 마비시키겠다는 게 야당의 전략이다.


    이춘석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음달 10일까지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김광진, 오전부터 논란 예고… "테러법 국민 잡는 법"


    한편 김광진 의원은 이날 오전 "테러방지법은 대한민국 국민을 잡는 법"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예고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장의 논리라면 대한민국은 항상 비상사태시기이고 국회는 존재 이유가 없는 계엄상태로 존재해야 한다"면서 "상식적으로 국가비상사태가 되려면 워치콘을 격상시키든 진돗개를 발령하던 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어 "군인도 평시인데 국회만 비상사태라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테러의 위협이 아니라 전쟁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논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북한 등의 구체적인 테러 위협을 이유로 들었다.

  • ▲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23일 SNS를 통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움직임에 대해 "군인도 펴이인데 국회만 비상사태라는게 말이 되느냐"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23일 SNS를 통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움직임에 대해 "군인도 펴이인데 국회만 비상사태라는게 말이 되느냐"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김 의원은 다른 글에서도 정의화 의장을 겨냥해 "국정원장이 국회의장을 만나 북한이 테러를 준비한다는 첩보를 보고했다"며 "그러니 테러방지법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이 없이도 이미 테러 위협에 대한 정보 수집을 다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테러방지법이 있으면 뭘 더 할 수 있느냐"면서 "자기 주민등록번호로 통신사에 핸드폰을 가입하겠느냐, 은행 가서 계좌를 터서 자금을 받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테러방지)법으로는 테러 용의자를 잡지 못한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을 잡는 법"이라는 궤변도 늘어놓았다.

  • ▲ 김광진 의원은 "테러방지법이 없어도 첩보를 다 수집하고 있다는걸 국정원이 스스로 밝히고 있다"며 테러방지법이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 김광진 의원은 "테러방지법이 없어도 첩보를 다 수집하고 있다는걸 국정원이 스스로 밝히고 있다"며 테러방지법이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김광진 의원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의 다른 의원들과 비슷한 입장의 발언으로 보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국정원 중심의 대테러방지법은 개인에 대한 금융정보에 접근하고 무제한 감청이 허용되는 법"이라며 "남용 가능성이 높은 추적·조사권을 줄 수 없다는 태도를 분명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가장 효과적으로 테러를 방지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순리"라면서 "인권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주요 선진국들도 같은 논리에서 정보기관에 관련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