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웨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지지”…‘사드’ 언급 전혀 없어 오히려 의심스러워
  • 지난 28일 외교부에서 황준국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회담을 한 뒤 나오는 우다웨이 中공산당 외교부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8일 외교부에서 황준국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회담을 한 뒤 나오는 우다웨이 中공산당 외교부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8일 中공산당의 6자 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中공산당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다웨이는 한국에 도착한 당일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을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 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9일에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조태용 1차장을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조태용 차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29일 오후 5시에는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부터 29일까지 우다웨이가 밝힌 말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지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 28일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뒤에는 “양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될 북한 핵실험과 위성 발사에 대한 새로운 결의안을 지지하기로 했다”며 “양국은 공동으로 노력해 한반도 평화안정을 수호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29일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만난 뒤에도 “한반도 문제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5년 만에 방한한 우다웨이를 대접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 그런 것인지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우다웨이와의 대화 가운데 ‘사드’ 문제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다웨이의 이런 행보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이 미국에서 존 케리 美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과 며칠 뒤 美씽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주최 세미나에서 “주한미군에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는 北-美간 평화협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과는 대조되는 모양새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우다웨이와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고, 대북 제재 및 북한의 대남 위협에 맞서기 위해 배치하려는 ‘사드’ 미사일과 관련해서는 어떤 입장을 서로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조태용 1차장과 우다웨이 간의 회담은 비공개로 이뤄졌고, 관련 내용이나 결과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사드’ 미사일이나 美-北 평화협정 등에 대한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해서도 외교가에서 추측만 무성할 뿐이었다.

    다만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은 28일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한중 양국은 유엔 사상 전례 없이 강력한 안보리 결의가 조만간 채택되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북한은 핵개발로는 국제사회로 나올 출구가 없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말해, 우다웨이를 통해 中공산당과 일정 수준의 ‘합의점’을 찾은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 지난 1월 27일 中공산당 외교부에서 악수하며 포즈를 취한 존 케리 美국무장관과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 왕 이 외교부장은 최근 방미 중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와 '美-北 평화협정'을 계속 강조해 논란을 일으켰다. ⓒ美국무부 플릭커 공개 사진
    ▲ 지난 1월 27일 中공산당 외교부에서 악수하며 포즈를 취한 존 케리 美국무장관과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 왕 이 외교부장은 최근 방미 중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와 '美-北 평화협정'을 계속 강조해 논란을 일으켰다. ⓒ美국무부 플릭커 공개 사진

    국내 언론과 외교부 안팎에서는 우다웨이가 5년 만에 방한, 中공산당의 '양회' 직전인 오는 3월 3일까지 닷새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각계각층을 만날 것이라는 소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드’ 미사일의 한반도 배치,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별개로 이뤄지는 독자 대북제재 등을 막기 위해 북한 김정은 집단의 ‘美-北 평화협정’을 대신 들고 나선 中공산당이 한국 사회 지도층들을 만나 ‘당근’을 제시하며 ‘설득 작업’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런 상상도 가능하다. 왕 이 中공산당 외교부장이 ‘적지’인 미국에서 케리 美국무장관과 각을 세우는 ‘배드캅’ 역할을, 우다웨이 中공산당 외교부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한국 정부와 사회를 어르고 달래는 ‘굿캅’ 역할을 맡아 각각 다른 이야기를 내놓는 것이다. 이는 결국 한미 동맹 간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고, 심해질 경우에는 한국의 철저한 고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2010년 3월,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이 일어난 뒤 한미 연합해상훈련을 서해에서 실시하자 中공산당은 한국 외교관을 앞에 두고 “미국만 없었으면 진작에 손 봤을 나라”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이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동북아시아에서 고립된다면, 그야말로 中공산당이 원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